월간참여사회 2013년 09월 2013-09-06   1146

[여는글] 시민운동, 진짜 위기일까?

시민운동, 진짜 위기일까?

 

요즘 시민운동 위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시민단체들은 재정 확충과 유능한 활동가를 충원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미디어에서 시민운동이 차지하는 지면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런 점을 들어 시민운동의 전성기는 지나갔다고도 하고, 사회운동을 향한 젊은이들의 열정이 줄어들기에 더욱 그렇다는 얘기도 나온다. 혹자는 시민운동 위기론은 시민운동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전환기를 맞고 있는 현실에서 기인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올해 흥사단이 100주년을 맞이하였고, 내년에는 참여연대가 20주년 그리고 YMCA가 10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다른 단체와 마찬가지로 참여연대도 과거 20년의 활동에 대한 자성적 평가와 미래 비전에 대한 토론으로 바쁘다. 이런 토론이 진행되면서 시민운동의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도 더욱 첨예해지는 모양이다. 1990년대 이후의 한국만큼 NGO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국가는 드물다. 시민단체총람 작성팀은 우리나라의 시민단체를 25,000개로 집계한다. 그러나 실제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단체는 1/5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최근 국정원 사태로 인해 진행되고 있는 촛불문화제가 열릴 때마다, 바로 옆에서 수백 내지 수천 명을 모아 집회를 방해하는 우익 단체들의 횡포와 맞닥뜨리게 된다. 뽕짝가요를 크게 틀거나 해병대 군복차림을 한 남자들이 큰 소리로 외쳐대는 구호는 바로 NGO의 한국적인 변형일 것이다. 지난 10여 년 사이에 보수적인 시민단체가 대거 등장하면서 상황은 많이 복잡해졌다. 지금은 그 세력이 약화되었지만, 뉴라이트전국연합은 한 때 115개 시군지부와 17만 명의 회원을 가졌었다. 천안함 사건 당시 가스통을 들고 참여연대를 에워쌌던 어버이연합도 시민단체에 포함되지 않는가.

 

 시민운동 위기론에 대해 강력한 반론을 제기하는 학자나 운동가들도 적지 않다. 지난 20년 사이에 풀뿌리 단체,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이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사회복지가 확대되면서 지역에서 사회서비스 활동에 주력하는 단체들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둘러싼 촛불시위 이후 더욱 활성화되고 있는 ‘유연자발집단’들이 시민의 영향력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운동 위기론은 중앙에서 활동하고 있는 거대 권익주창(advocacy)단체들의 문제의식이라는 것이다. 많은 시민단체들이 생겨나면서 ‘메이저 단체’의 사회적 비중이나 역할이 다소 분점 되는 점, 그리고 보수정권의 시민단체를 향한 겁박이 생존을 어렵게 만든 점도 여기에서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정상호 교수는 2010년 기준으로 기부금 총액이 10조원을 넘어서고 있고, 그중 65%가 일반시민의 소액기부로 이루어졌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만큼 시민단체의 저변이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에 대한 통계는 여전히 허술하지만, 국제비교연구에 의하면 한국 시민단체의 영향력은 독일에 이어 세계 2위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정상호, ‘시민’적 상상력과 ‘운동’적 급진성을 복원하라, <민주>, 2013년 여름호 참조) 또한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보수집권당의 정치적 집중현상은 완화되고 있다고 강변하였다.

 

 그러나 풀뿌리 단체의 증가나 촛불시민과 같은 유연자발집단의 등장이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등 권익주창형 단체들의 약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유연자발집단은 때로는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 휘발성이 크고 지속성도 담보하기 어렵다. 다양한 ‘차이’를 넘어서 통합적인 담론이나 정치적 요구로 수렴되기도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권익주창형 단체들의 전문성, 씽크탱크로서의 역할 그리고 의견수렴과 통합을 위한 매개체로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참여연대와 같은 권익주창형 단체들은 정치·사회적 이슈에의 집중이나 정파적 이해관계의 대립구도를 넘어서, 생활정치에 조금 더 다가가야 한다. 탈 중심화 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일반시민들과 어떻게 만나고 소통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보수정부와 보수화의 압박 속에 있지만, 그래도 대안적인 삶을 지향하는 시민운동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

시민단체연대회의와 시민평화포럼의 공동대표를 겸하고 있다. 시민단체간의 연대와 소통 및 통합을 고민하고 있다. 400여 개의 시민단체가 모인 시민단체연대회의나 평화이슈를 둘러싼 시민단체의 결집체인 시민평화포럼의 창조적인 발전에도 힘을 보태려고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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