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04월 2004-04-01   671

[기획] <파병 다시 바라보기> 국방부의 정보조작과 말바꾸기

이라크 파병, 진실과 거짓말


미국이 한국에 추가파병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진 작년 9월 이후 약 6개월간 정부, 특히 실무추진 부서인 국방부는 상식 밖의 정보조작과 허위발표를 통한 파병 여론몰이로 일관해왔다. 다음은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모술 지역 안전하다?

국방부는 2003년 10월 6일 이라크합동조사단(단장 국방부 정책기획부 강대영 차장) 기자회견에서 한국군 주둔예정지인 이라크 북부 모술지역이 “안정화되고 있고 테러 위험이 점차 감소 추세”라고 주장했다. 국방부가 발표한 보도자료 말미에는 “국가적 사명감을 갖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춘 활동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유일하게 민간인 자격으로 참가했던 박건영 교수(카톨릭대)는 “한국군의 주둔예상지로 거론되고 있는 모술 지역에서의 조사는 미군의 브리핑 받는 시간을 제외하고 약 45분 가량 밖에 진행하지 않았고, 그마저도 미군이 제공한 차량과 헬기로 미군정이 안내한 지역만을 돌아본 것이 전부였다”고 폭로했다. 361개 시민단체 연대체인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역시 이라크에 파견된 유엔사무소 안전대책실(HICIRAQ)이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모술 지역은 바그다드를 제외하고는 이라크에서 가장 많은 공격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최고 위험지대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키르쿠크는 진짜로 안전하다?

모술지역의 위험성이 분명해지자, 정부는 키르쿠크가 안전하다며 키르쿠크라면 평화재건을 위한 활동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국방부는 2004년 1월 29일 보도자료를 발표, 이라크 내 저항세력의 적대행위는 계속되고 있으나 지난 해 11월 이후에는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관련 통계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미군과 동맹군의 사망자수는 작년 10월과 11월 각각 32명과 73명을 기록했으나 12월에 20명과 올 1월 들어 넷째 주까지 25명으로 나타나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특히 한국군 파병 예정지인 키르쿠크에서는 최근 1개월 동안 적대행위로 인한 미군과 동맹군 인명피해는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국방부는 덧붙였다.

그러나 이 통계는 곧 의도적인 수치조작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가 인용한 11월 미군 사망자 통계는 이라크 점령 후 헬기 추락사고 등 대형악재로 사망자가 최고조에 달한 시기였다. 반면, 1월 통계는 넷째 주(24일)까지만 인용하였다. 이 후 정식 통계는 11월을 제외한 모든 기간에 비해 1월간 미군사망자가 많았음이 확인되었다.

키르쿠크의 안전 상황 역시 의도적으로 왜곡되었다. 키르쿠크 지역은 지난 연말부터 적대행위가 증가함에 따라 지난 1월초부터 통행금지가 실시되고 있었다. 키르쿠크 주변 하위자 지역의 무자헤딘 지도자는 “한국군이 오면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실제로 이러한 경고 직후인 1월 14일에는 한국군 군수조사단이 머물던 미군캠프에 대한 로케트포 공격이 감행되기도 했다. 1월 26일에는 미 제173공수여단 부대에 3차례의 중화기 공격이 가해졌고, 전날에는 키르쿠크 미군 캠프에 4발의 카투사 로케트 공격이 가해졌다고 미군 당국이 인정했다. 로케트 공격은 29, 30, 31일에도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29일 국방부의 발표를 비웃기라도 하듯 미군 3명이 사망하였다.

평화재건을 위해 전투병을 보내자는 궤변

1차 정부조사단의 조사결과가 신뢰를 잃자 정부는 2003년 11월 2차 합동조사단을 파견해 추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이라크 시민들과 지도자들은 군대 아닌 재건지원을 원한다”고 밝히고, “미군과 함께 행동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비교적 객관적으로 보고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황당하게도 ‘미군과 함께 작전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2차조사단 보고를 전투병 파병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둔갑시켜 악용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비전투병을 보내면 미군 휘하로 배속되어 위험하므로 독자적 작전이 가능한 규모를 갖춘 대규모 혼성부대를 파견하여 일정 지역을 떠맡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방부 안을 받아들였고 ‘특정지역을 전담할 전투병 일색의 3700명 규모의 파병’을 결정하게 된다. 이는 미국 영국 다음으로 많은 세계 3위 규모이다.

미군의 키르쿠크 잔류, 국방부는 과연 몰랐나?

그러나 키르쿠크 지역을 전담한다는 한국정부와 군의 입장은 3월 들어 미국에 의해 보기 좋게 거절당하고 만다. 적어도 표면적으로 발표된 바에 의하면 합의를 깬 것은 미국 측이다. 미국은 키르쿠크 지역에서의 공동주둔과 공동작전, 심지어 작전지휘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특정지역을 책임지는 것이 파병의 전제인 점을 들어 미국 측 제안을 거절, 파병지역을 키르쿠크 외의 다른 지역으로 옮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국방부의 발표를 믿을 만한 것인가?

국방부는 이러한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키르쿠크 지역에 미군 25보병여단이 진주하게 되리라는 것은 1월초에 이미 공표된 사실이었다. 게다가 유독 국방부만 부인했지만 키르쿠크에 내전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는 점도 공지의 사실이었다. 이 지역을 한국이 전담하여 순수한 평화재건활동을 전개한다는 정부의 방침은 애초에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일부에서 한국의 파병지 변경이 한미간 이견 때문이 아니라 스페인의 철수에 따라, 이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국이 한국군의 나자프 지역 주둔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자프는 안전한가? 이라크에 점령군이 안전하게 주둔할 곳은 없다

경위야 어쨌든 키르쿠크 대신 나자프를 선택하는 것이 안전을 선택하는 길이 아니라는 점은 명확하다. 나자프는 시아파의 성지로, 미군에 협조적인 시아파를 상대로 한 목적의식적 테러, 시아파 주류와 소장파들의 갈등으로 폭력사태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곳이다. 무엇보다도 스페인 군대가 11명의 사상자와 국내에서의 테러로 인해 철군한 자리에 여보란 듯이 진주하는 것임을 상기할 필요할 있다. 시아파 최고지도자인 알 하킴은 “어떤 형태이건 한국군의 나자프 진주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 도대체 어디가 안전하단 말인가? 이라크에서 점령군이 안전하게 주둔할 수 있는 곳은 없다. 파병철회가 답이다.

이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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