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04월 2004-04-01   683

[세상바꾸기] 북 인권개선을 명분으로 한 전방위 대북압박카드, 북한자유법안

북핵협상이 장기화됨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도 다소 완화되는 듯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시민사회단체들의 촉각을 모으는 사안이 있다. 바로 미국 의회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북한자유법안(2003 North Korean Freedom Act)’이 그것이다.

북한자유법안 제정 움직임은 90년대 후반부터 북 인권문제를 의제화하려는 미국 내 조직적인 시도에서 비롯되었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미국의 보수적인 종교단체나 싱크탱크 그리고 미 의회 산하의 NED 등은 북 인권문제를 미국의 대북정책 결정과정에 포함시키려고 노력해 왔다. 이들의 조직적인 지원을 통해 국내 보수우익단체들은 국제무대에서 ‘더 할 수 없는 패악’인 북한 정권과 인권상황을 폭로해 왔다.

이러한 배경 하에 현재 상.하원에 상정되어 있는 북한자유법안은 인권개선을 명분으로 북한 체제의 붕괴를 유도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법안 내용을 보면 북한의 민주주의를 촉진하기 위해 북한 사람들에게 라디오를 배포하고 24시간 라디오 방송을 하며, 인권문제를 제기하거나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NGO나 기관에 기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우려스러운 부분은 모든 대북협상에서 대량살상무기 문제 해소와 북핵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개발 포기) 요구, 미사일 개발 포기, 북 인권문제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북핵협상에서 이러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덧붙여 이 법안은 북한경제의 근본적인 변화없이 무역제재나 경제보조를 할 수 없으며 비인도적인 지원에 있어서도 한국인과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이 최선의 노력을 했음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지원할 수 없음을 명기하고 있다. UN이 북한인권을 적극적으로 다룬다면 UN에 대한 미국의 확신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도 빼놓지 않고 있다. 분명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북한의 인권개선을 기대하기는커녕 북미갈등을 심화시킬 것이 뻔하다.

현재 평화군축센터를 비롯한 한국의 평화인권단체들은 북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에 공감하면서도 부당한 의도로 추진되고 있는 이 법안이 북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북미간의 반목으로 한반도 긴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미 의회와 NGO에 전달할 예정이다. 왜냐하면 북 인권문제는 대북봉쇄와 제재로 해결될 수 없으며 또한 일방적인 군사적 위협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병행하지 않고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자유법안 제정 움직임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한국 평화인권단체들이 북 인권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거 부당한 정권이 체제를 정당화하고 선전하기 위해 북 인권문제를 악용했었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지만 이미 북 인권문제를 둘러싼 논의와 대응이 충분히 심각하고 시급해졌다는 상황인식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자유법안 제정시도가 인권문제를 인권 그 자체로 접근하여 개선을 촉구하기보다는 정치적, 군사적 이해를 위한 편의적인 수단으로 삼고 있는 한 가지 사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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