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6년 04월 2016-03-30   693

[특집] 국회의원은 당신의 스피커다

특집_나는 투표한다, 고로 존재한다

 

 

국회의원은
당신의 스피커다

 

 

글. 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

 

정치는 ‘전쟁’인가? 
정치와 가장 유사한 것은 무엇일까? 전쟁? 어쩌면 정치라는 것의 탄생 자체가 서로 모든 것을 뺏고 부수는 전쟁을 넘어서고자 한 것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정치는 주먹이나 무기로 싸우는 것이 아닌 ‘말’로 싸우는 ‘전쟁’이라고도 하니 전쟁과 가장 유사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총선, 대선 등을 ‘전쟁’에 비유하는 것을 우리는 종종 보게 된다. 상대가 있고 상대를 어떻게든 이겨야 하는 것으로 정치를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유권자들이나 시민들이 느끼는 정치도 정당들의 쟁투로 비춰지게 마련이다. 

조금 순화해서 묘사하는 경우에는 ‘스포츠’에 비유된다. 열성적인 관객들이 있고 자신들이 지지하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나름의 전력을 가지고 싸우며 결국 승패가 정해지는 스포츠와 정치는 실제로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필자는 정치를 전쟁이나 스포츠에 비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식의 비유가 정치의 현장에서 움직이는 각 정당들이나 세력, 인물들의 행동의 이면을 잘 설명해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작 정치가 추구해야 하는 본령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추구해야 하는 본령, 그것은 바로 우리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승패만을 따지는 정치가 외면하는 것은 우리의 삶
정치는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견이 있는 존재들이 서로 공동체의 나아갈 길과 구성원들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두고 ‘전쟁’과도 같은 쟁투를 벌이며 경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나는 꼭 이 말을 하고 싶다. 총선에서 당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과반을 얻거나 또는 얻지 못하더라도 정치는 당신의 삶을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이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정치라는 분야만큼 양극화가 강해진 영역은 없을 것이다. 소위 상대를 완전히 말살 시켜야만 우리가 산다는 식의 극단적인 진영논리의 가장 큰 폐해는 사실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정치가 우리들의 삶을 조금도 변화시켜 주지 못할 것만 같은 패배감과 무력감을 확산시킨 다는 데 있다. 그러나 당신의 삶과 연관된 일을 하는 단 한명의 국회의원만 제대로 뽑을 수 만 있어도 정치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진보정당이 과반의석이 아니라 교섭단체가 되는 20석, 아니 10석만 얻게 되더라도 정치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소위 개혁적 성향의 정당이 과반의석을 얻게 되면 더욱 많은 것이 변할 수 있다. 이제 그것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 하나씩 이야기해보자.

 

참여사회 2016년 4월호 (통권 233호)

진보·개혁적 정당들이 과반을 얻은 경우
첫 번째. 소위 개혁적 성향의 정당들의 합이 국회의석의 과반을 얻을 경우다. 국회에는 현재 300석의 국회의원 의석이 존재한다. 하나하나의 국회의원은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며 입법적 권한을 가지고, 행정부에 대한 각종 조사와 자료제출권을 가진다. 개혁적 성향의 정당, 그러니까 더불어 민주당과 정의당 또는 녹색당이나 노동당 등의 합이 150석을 넘길 경우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럴 경우 국회의장은 과반의석을 획득한 쪽에서 임명하게 된다. 한 달여 전 국회에서 필리버스터를 보면서 느꼈겠지만 국회의장은 각종 법안들을 다루는 본회의를 진행하고 국회 자체의 운영을 책임지는 자리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중요한 지위라 할 수 있다.

 

야당이 국회의장을 맡게 되면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각종 법안들이 본회의에서 엉뚱하게 날치기 처리된다든지, 행정부가 함부로 입법부에 법안통과를 협박하는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과반을 넘긴 정당들 측에서 총 17개 상임위중 최소 9~10개 상임위의 상임위 위원장을 맡게 된다. 삼임위 위원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아직 통과되고 있지 못한 정부의 ‘쉬운해고법’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19대 국회 환노위는 야당 몫의 상임위다. 상임위의 다수가 야당이고 상임위 위원장도 야당이 맡고 있다. 그래서 우리를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법안들은 아직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상임위원장까지 맡고 있으므로 환노위에서 이 법안의 통과를 저지할 수 있는 것이다. 19대 국회 환노위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구제하고 각종 노동관련 문제들을 많이 이슈화 시켜냈다. 이 역시 노동문제를 중시하는 정당들의 의원들이 상임위에 다수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회의 많은 부분들이 바뀔 수 있는데 단순히 국회의사당 안에서의 민주주의 절차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어떤 의제가 다루어지고 시민들의 삶에 연관된 문제가 어떻게 다루어질지가 바뀌는 것이다. 물론 이 역시 과반을 얻은 정당들이 선거 때 약속한 각종 의제들을 지속적으로 국회에서 다룬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것인데 이를 위한 시민적 감시도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마도 야당이 국회의 과반을 얻게 되는 경우 지난 정권들에서 진행되었던 각종 사업들에 대한 재검토가 가능해질 것이다 하나는 우리의 국토를 파괴한 4대강사업에 대한 청문회와 사업 중단, 재검토 등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비대해진 국정원의 권력을 제한하는 입법들이 제출될 것이고 세월호 진상규명 역시 원점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아마 야당들이 강점을 가진 상임위인 환노위, 보건복지위 등에서는 각종 복지제도, 노동법 개혁 등이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의당이 주장하고 있는 ‘5시 퇴근법’의 경우 현행 주40시간제 노동을 손보지 않고 근로기준법 개정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환노위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조합의 활동을 제약하는 악법들도 개혁될 수 있을 것이다. 

 

진보정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경우
그런데 이 모든 기분 좋은 개혁이 야당이 꼭 과반을 얻는 소위 총선승리를 통해서만 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정치는 모든 영역에서 타협을 추구하고 상대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반대로도 작동하는데 야당들이 꼭 과반을 얻지 않더라도 많은 변화는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진보정당들이 원내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 국회법상 원내교섭단체는 국회의원 의석 20석 이상을 가지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정의당이 20석 또는 15석 정도를 얻어서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가까워졌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현재 국회의 모든 회의와 의제설정, 운영은 원내교섭단체간의 합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지금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간의 협의를 통해서만 가능한데,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인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이나 정부가 밀어붙이는 정책이 나쁜 것이라고 해서 거부하더라도 국회를 마비시키고 타협을 하지 않는다는 비난에 직면한다. 그런데 이 합의가 두 정당이 아니라 3~4 정당 간의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오히려 원내교섭단체의 다수(둘 이상)가 반대하는데 하나의 정당이 무리하게 자신들의 요구를 밀어붙이는 것이 되기 때문에 국정운영을 무리하게 한다는 책임은 새누리당이나 정부가 지게 된다.

 

단순히 운영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원내교섭단체간의 합의에서는 이번 회기에 어떤 의제를 다룰 것인지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청문회, 국정조사 등) 다룰 것인지도 모두 정한다. 여기에 하나 또는 두 개의 힘이 더해진다면 오히려 더 많은 변화가 가능하다. 그간에는 거대 양당 간의 논의에서 소외되어 있었지만 중요한 의제들도 그 중요성만큼 다루어질 수 있다. 상임위 배분 역시 원내 교섭단체가 된 다른 정당들에 배분해야 한다. 환노위나 보건복지위 하나만이라도 진보정당에게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그것은 거의 혁명에 가까운 변화라고 표현해도 좋다. 

마지막으로 꼭 한 가지를 말하고 싶다. 국회란 무엇인가? 라는 아주 원론적인 질문이다. 국회란 무엇일까? 총선이라는 총성 없는 전쟁의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그런 곳인가? 아니다. 국회, 입법부는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투입하는 곳이다. 그 목소리들이 크게 대표되고 진지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곳이다. 그곳에 시민들 스스로의 목소리를 집어넣는 것, 그것이 투표를 함으로써 가능해진다. 당신의 목소리를 국회로 보내야 한다. 그것이 정치와 선거의 본질적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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