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7년 08월 2007-08-16   943

신입간사 좌충우돌 적응기ㅡ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린 간사

6월 초 드디어 수습간사에서 정간사가 되어 ‘간사 김동언’이라고 찍혀있는 명함을 받았다. 정간사가 된 후 처음 맡은 일은 대부업체 관리감독 강화를 위한 토론회였다. 모 방송국의 대부업 관련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대부업에 대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었고, 당시 재정경제부에서 대부업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상황에서 개최되는 토론회라 언론의 관심도 받고 있었다. 특히 당시 논란이 됐던 연예인 대부업 광고 출연은 사회적 지탄을 받아 결국 지상파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업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폭리이고, 이 폭리로 인해 약탈적 대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 있었다.

민생희망본부는 대부업의 최고 금리 인하와 관리감독의 부재를 사회적으로 환기시키기 위해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디데이는 6월 28일. 며칠에 걸쳐 기자회견을 위한 장소결정, 발언자 섭외, 기자회견문 작성, 퍼포먼스에 대한 기초적 준비가 끝났다. 기자회견 전날, 보도협조요청서를 각 언론사 사진부·사회부·경제부와 재정경제부 기자실에 배포하였다. 몇몇 언론사에서 확인전화도 오고, 대부업과 관련하여 기획취재를 준비하고 있던 시사프로그램에서도 연락이 왔다. 처음 준비하는 기자회견, 준비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루일과를 마치고 기자회견용 피켓과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처음이라 글자크기나 글자체 선정에서 시행착오를 여러 번 거치며 피켓을 만들고, 퍼포먼스를 위한 물품 제작을 마치고 나니 밤 11시 30분이 넘었다. 얼른 뒷정리를 하고 지하철에 오르니 자정이 가까운 시각이었다. 다음날 아침 빗소리에 놀라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깼다. 일기예보에서는 낮동안 비가 내린다고 보도했다. 팀장과 상의한 결과 오전 10시에 기자회견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일찍 출근하여 창밖으로 내리는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10시가 되어도 비는 계속 내렸다. 우비를 입고 강행하기엔 너무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결국 기자회견은 일주일 연기되었고 다시 정정보도협조요청서를 각 언론사에 배포하고 전화를 돌렸다. 몇몇 사진부 기자들로부터 일정공지에 대한 불만전화를 받고 있는데 비가 그치고 처음 기자회견이 예정되었던 11시 즈음에는 햇볕이 나기 시작했다. ‘에이, 그냥 밀어붙일 걸’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난 서서히 양치기 소년이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주일 뒤, 다시 기자회견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은 일기예보 검색이었다. 내일 날씨 맑음. ‘아주 좋아’라고 흡족해하며 다시 기자회견 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당일 아침, 또 빗소리를 들으며 일어났다. 며칠 전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요즘 도통 맞지 않는다는 신문 기사를 떠올리며, 빗나간 일기예보를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한 번 당해봤기에 조금 여유로웠다. 어지간하면 우비 쓰고, 우산 받쳐 들고 기자회견을 했으면 했는데, 또 연기되고 말았다. 기자들에게 연락하고 불평도 들어가며 다음 주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내 마음은 벌써 두 번째 연기여서 다음엔 정말 기자들이 안올 것 같은 염려로 가득했다. 그러나 결국 기자회견은 하지 못했다. 비 때문은 아니었다. 재정경제부에서 대부업법 시행령상의 최고 금리를 49%까지 인하한다는 방침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그에 대한 논평을 발표했고 기자회견은 그 의미를 상실해 버렸다. 기자회견을 위해 준비했던 피켓과 퍼포먼스 용품은 민생팀 구석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여전히 내 책상 주위를 맴도는 퍼포먼스 용품과 피켓을 보며 다음을 기약해 본다.

김동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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