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07월 1999-07-01   911

인터뷰 희년2000운동 대표 안 페티포

한국인도 외채탕감운동 동참해야

희년2000운동이 상당한 국제적 반향을 일으키면서 성공적인 국제 민간운동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운동이 성공적으로 전개되는 핵심적인 요소는 무엇인가?

“이 운동이 선진국 정치 지도자들의 의견을 일정하게 변화시키고 적어도 미국, 영국, 독일에서 세계 외채구조에 대한 관심과 보도가 크게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왜 선진국은 점점 더 부유해지는가? 이런 의문을 제기하고 다른 나라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을 대가로 즉, 1달러 꿔주고 9달러를 가져오는 식으로 부를 늘려왔음을 널리 알림으로써 이에 대한 무관심을 수치심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상황을 알게 되자 사람들은 부끄러움과 함께 이런 부도덕한 구조에 대해 분노하기 시작했다. 어떤 주부는 복잡한 외채문제와 선진국의 책임을 아주 쉽게 설명하는 항의편지를 계속 영국 재무부에 보내 관리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 운동이 활성화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IMF조차 우리 운동이 세계 여론을 확 바꿨다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최근 선진국 정상들은 더 많은 외채탕감계획을 선언적으로나마 발표하느라고 마치 미인대회를 보는 느낌이다. 우리는 외채문제를 중심으로 세계금융구조의 부도덕성을 지구촌 의제로 상정하는데 성공했고 IMF의 신용을 떨어뜨리는데 일조했다고 본다.”

쾰른 G7 정상회의에서 뭔가 발표될 걸로 기대하는가?

“기대한다. 물론 선진국 정부들이 최소한의 탕감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만큼의 변화도 작년 인간사슬시위 이후 얻어진 것이다. 물론 우리 주장대로의 외채탕감을 위해서는 어쩌면 내년 오키나와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에서 인간사슬시위를 또 열어야 할지도 모른다. 2000년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결국은 변화시켜 낼 것이다. 이런 낙관과 자신감이 없다면 이 운동 시작하지도 않았다.”

가난한 나라 52개국의 외채가 탕감되면 이 운동이 끝나는 것인가?

“지금 게임은 G7 정부들이 비밀리에 협상하고 있는 불능채무 탕감조치와 악성채무 탕감과의 시소게임이다. 이미 못받을 외채만 안 받느냐, 그뿐 아니라 채권자들에게 악성채무에 대한 책임을 지우게 하는가의 싸움이다. 희년2000운동의 목표는 두 가지다. 가난한 나라 외채만 탕감하자는 것이 아니다. 외채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잘못된 차관에 대하여 채권국, 채권기관들도 책임을 지도록 일종의 금융안정화 제도까지 만들자는 것이다. 이 구상을 나는 올해 3월 채무심의기구(Debt Review Body) 제안으로 발표했다. 즉 채무국 정부는 외채위기가 닥쳤을 때 유엔이나 국제사법재판소에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유엔의 위임을 받은 독립적인 채무심의기구에서 채권자와 채무자의 책임과 의무를 심의, 조정해서 부당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제도이다. 일종의 국제 파산중재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이 대안에 대해서 제3세계 사회단체와 경제전문가들이 검토하고 있다. 즉 우리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외채 탕감과 국제금융질서의 개혁, 이 두 가지인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 정부들이 물러설 이유가 없지 않나?

“영국의 경우 과거에 ‘채무감옥’이라는 것이 있어서 빚진 사람이 빚을 갚을 때까지 빚진 사람과 그 자식과 그 손자까지 감옥에 집어넣은 적이 있었다. 이 악독한 제도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파산 조정제도가 발전했다. 채권자 채무자의 책임과 손해를 조정하는 법제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제 이는 상식이며 법제화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법에서는 주권국가는 파산할 수 없고 채무자가 모든 손해를 입도록 되어 있다. 지금 IMF와 세계은행이 하는 일은 채무감옥의 소장들 같다. 외채 상환이 불가능한 나라들을 채무 감옥에 넣고 국민들의 고혈을 짜내 빚을 갚게 한다. 이 감옥문의 열쇠를 IMF와 세계은행이 쥐고 있다. 수하르토정부가 그렇게 부패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차관을 계속 준 것은 그 나라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을 짜내서 빚을 갚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 위기가 발생해도 악성 차관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면죄되어 있으니 걱정할 염려가 없다. 채권기관들의 면죄부는 매우 부당한 것이다. 채무자들만 감옥에 보내는 건 부당하다. 부당한 제도는 인간의 노력에 의해 바뀔 수 있다.”

희년이라는 이름도 그렇고 선진국 또는 기독교권이 주도하는 운동이라는 비판도 있던데….

“제3세계 민중들에게 모욕적으로 들릴 것이다. 90년대 이전에 구미에는 외채구조에 대한 비판이나 대중운동이 거의 없었다. 반외채투쟁은 오래 전부터 중남미,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 사람들이 우리에게 와서 왜 외채문제에 무관심한가, 왜 선진국 사회의 책임이나 구조문제를 다루지 않냐며 비판하고 연대를 요구했다. 그로부터 희년운동이 발전한 것이다. 그래서 이 운동이 선진국 주도라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 처음부터 제3세계 민중운동이 주도했다. 물론 2000년, 희년이라는 의미부여 때문에 기독교권에서 가장 큰 관심을 표한다. 그러나 희년 사상은 기독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기적으로 채무를 탕감하고 소비를 중단하고 성찰해야 한다는 기독교, 이슬람, 유대교 공동의 정신을 살린 것인데 아주 시의적절한 것이다. 그리고 이 운동에는 현재 아주 다양한 세력이 참여하고 있다. 상당수가 종교와 무관하다.”

한국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얼마 전에 한국에 진출한 영국 은행의 책임자를 만났는데 그는 한국 금융부문 구조조정 계획서를 보고 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이 문서는 미국 재무성에서 작성한 것인데 미국 은행이 한국 은행을 싼값에 사들이도록 하는 게 초점이다. 지금까지 한국에 투자한 영국 은행이 이렇게 배제된 데 화가 난다고, 말을 그대로 전한 것이다. 지금 세계경제가 불안한 주요 이유는 투자자, 투기꾼들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이 이 불안정성에 따른 최근의 대표적 희생자였다. 물론 한국 경제 내부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그런 문제는 양태가 다를 뿐이지 일본 경제, 미국 경제 내에도 존재한다. 최근 유럽집행위원회도 위원 전원이 부정부패 문제로 사퇴하지 않았는가? 이런 건 항상 존재한다. 투기적인 자본이 불러온 문제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부담으로 전가되면서 지금 한국인들이 겪고 있는 고충은, 중남미·아프리카 민중들이 오래 전부터 겪고 있던 고충과 똑 같은 것이다. 차이라면 다른 나라들은 세계경제의 주변부에 있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한국은 경제수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다. 국제 자본의 규제와 규율을 풀어 고수익을 안겨준 대신 다수의 무고한 사람들이 각국에서 당하는 피해는 똑같은 양상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 희년운동본부에서는 한국인들이 국제자본의 책임과 규제를 촉구하는 우리 운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싶다. 그럼으로써 돈의 권리가 이 세상의 가장 위력적인 권리가 되어버린 이 세계에 규율을 가르치고 인권위에 ‘돈권’이 서는 것에 함께 반대했으면 한다.”

한국 같은 경우도 희년운동의 외채탕감 대상인가?

“현재 한국의 외채 중에서 투자자들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 즉 잘못된 차관, 투기성 자금 유입에 따른 채무는 한국인들이 부담할 게 아니다. 이 부분은 탕감되어야 한다. 불건전한 채무를 파악해서 이 책임을 채권자들이 지도록 해야 한다. 브라질이 비슷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브라질이나 한국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여론을 모으면 중요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 다른 제3세계 국가들과 다르다. 그래서 많은 한국인들이 이 운동에 참여해서 한국정부에 영향을 미치면 좋겠다.”

이대훈 참여연대 협동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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