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01월 2011-01-01   1337

참여사회가 눈여겨본 일-위키리크스, 기밀 누설하는 철부지인가, 투명 정보 밝히는 다윗인가

위키리크스, 기밀 누설하는 철부지인가,
투명 정보 밝히는 다윗인가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성탄절 주말, 잠시 짬을 내어 2008년 제작되었던 영화 ‘거짓 혹은 진실’을 보았다. 영화의 기본 서사구조는 매우 간단했으나 영화를 보는 동안 주인공의 심정에 감정이입이 되어 같이 흥분했고, 같이 슬퍼했다.

  이 영화는 국가의 비밀보호의무(혹은 이라고 주장하는)와 기자의 취재원 보호라는 가치가 충돌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을 극단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국가의 기밀을 누설한 반역자를 색출하려는 검사 패튼 두뵈스(맷 딜런)로 대변되는 국가권력, 그리고 국가기밀을 제보한 취재원을 보호하면서 국민의 알권리 수호로 대변되는 기자 레이첼의 대립이다.

  레이첼은 법원에서 취재원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으면 ‘법정 모독죄’로 구속될 수 있다는 경고를 수차례 들었으나 끝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취재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로 구속 수감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모든 언론에서 이 사안을 언급했고, 그녀를 영웅화했으나 구속 기간이 늘어나면서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져 간다.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레이첼은 국가권력과의 싸움만이 아닌, 가족들과도 대립한다는 점이다. 남편은 취재원의 보호가 가족의 보호보다 중요하냐며, 아내를 다그친다. 심지어 구속되어 있는 기간 동안 다른 여성과 외도를 하는 상황까지 이른다. 심지어 그녀의 특종 보도를 실을 수 있었던 신문사까지도 레이첼의 존재에 대해서 불편한 시각을 가지고 있고, 그를 변호하던 변호사조차도 상황이 변하고 있다며 레이첼에게 취재원 공개를 채근한다.

위키리크스 탄생 배경, 정권안보 위한 비밀남발

이 영화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이런 상황들을 너무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레이첼의 경우보다 그 반대의 경우가 훨씬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 언론인에게 제보를 하였지만, 보도에만 급급한 채 제보자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이다.(기자 실수라기보다는 각 기관의 집요한 진상조사로 공개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개되는 양상은 매우 비슷하다. 영화에서는 레이첼이 겪는 고통을 주목하고 있지만 나는 취재원이 공개되는 순간 그가 당하는 고통을 옆에서 많이 봐 왔다.

  직장에서 해고되기도 하고, 가정이 파탄나기도 하며, 각종 소송으로 인생 자체가 복잡하게 얽힌다. 그 결과 당사자는 인격적으로 피폐해지고, 심지어 심적 고통으로 자살까지 이르는 경우까지 있다. 제보자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공익을 수호하기 위해 제보하는 것이다. 부패방지법 제정으로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려고 했으나 사실상 언론에 제보하는 경우는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다.

  여기서 올 한해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던 위키리크스가 태어나게 된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키리크스는 앞서 언급했던 사안들을 집단 지성(혹은 익명 제보)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나선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하다.

  위키리크스의 대표자인 쥴리언 어산지는 14살 때부터 해킹에 매료되어 멘덱스라는 이름으로 해킹을 해왔고 1987년 해커단체를 만들었다. 이 단체는 침입한 컴퓨터에 정보를 파괴하거나 정보를 가공 변경하지 않고 다만 정보를 공유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후 2006년 어산지는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과 함께 내부고발 전문사이트인 위키리크스를 만든 것이다.

  위키리크스는 엄청난 보안 장벽으로 인해 누가 제보했는지 알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실제 위키리크스는 올해 초 미국 정부의 내부문서 공유전산망에서 내려 받은 수십만 건의 문건을 입수하였다. 문건의 사실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거친 후 2010년 서너 차례에 걸쳐 외교적으로 민감한 문서를 공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미국은 이 사건의 배후로 미군 일병 브랜들리 매닝Bradley Manning을 지목해 구속수감했다. 브랜들리 매닝은 이라크 전에 파병되어 바그다드 외곽의 미군부대에서 정보 분석관으로 복무 하던 중 2009년 11월에서 2010년 4월 사이에 대량 기밀문서를 다운 받았고, 이를 위키리크스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위키리크스의 미 기밀공개 사태의 함의와 시사점, 국회 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인용) 사실 여부를 떠나 위키리크스 조차 내부제보자를 보호하지 못한 역설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면 위키리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되고 이와 유사한 사이트가 한국에 생겨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우선 그동안 비밀보호라는 명목으로 임의적으로 관리해왔던 수많은 민감한 기록들이 공개될 것이다. 내부 공직자라고 하더라도 노출 가능성이 적다면 여러 가지 이해관계로 인해 민감한 기록들을 유출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각 정부기관에서는 비밀기록 유출, 전기통신기본법 위반(미네르바를 구속시켰던 법안), 심지어 국가보안법(미국에서는 간첩죄) 등 온갖 적용할 수 있는 법안을 들이대며 엄청난 탄압을 할 것이다.

  그로 인해 위키리크스처럼 서버는 스웨덴이나 제3 세계에 두어야 할 것이며, 관련자들은 점조직처럼 전 세계를 떠돌아다녀야 할 것이다. 만약 체포라도 된다면 그 끔찍한 결과는 앞서 설명한 ‘거짓 혹은 진실’ 이라는 영화를 보면 정확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해 보이는 것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문건들은 대부분 테러정보라든지,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정보들이 아니라는 점들이다. 만약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문건들이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정보였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하지만 공개된 대부분의 기록은 미국의 각국 대사관들이 마치 업무보고 형태로 올린 정보 문건들로써 원칙적으로는 비밀기록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들이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미 정보보안감독국에 따르면, 비밀로 분류된 사안은 1996년 105,163건에서 2009년 183,224건으로 75%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밀문건이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접근 권한 부여 범위도 확대 되었는데, 2008년 기준 63만 명의 직원이 접근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한다.(국회입법조사처 앞의 문건 재인용)

  이는 무엇을 말하는 건가? 63만 명이나 아는 기록은 비밀기록이 될 수 없는 데다, 특별한 사정없이 75%나 증가했다는 사실은 비밀기록이 아닌 외교사찰 기록들이 비밀기록으로 분류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더욱 쉽게 말하면 대부분 국가안전보장이 아닌 정권안전보장을 위해 비밀지정을 남발해왔고, 그 비밀기록이라는 것도 대부분 미국정부의 추악한 외교사찰 문건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각국은 미국의 행태에 대해서 기분 나빠했고, 심지어 자신들의 대통령 및 관료들을 비꼬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어 더욱 분노했다. 위키리크스는 이점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 했고, 그 대칭점에 있는 미국과 관련 국가들은 위키리크스를 못 잡아 안달인 것이다.

합법적 정보공개청구와 정보공개를 지키는 용기

그러면 위키리크스를 뛰어 넘는 대안은 무엇인가? 우선 필자가 일하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를 언급하고 싶다. 정보공개센터는 위키리크스와 같은 비합법적 방식이 아니라 정보공개법이라는 법률에서 보장하고 있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얻은 기록을 블로그를 통해 공유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제도적, 문화적 제약에 걸려 위키리크스와 같은 민감한 기록들을 손에 넣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정부 스스로 공개로 설정해 놓은 기록들을 정보공개청구를 해 지속적으로 대중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작은 것 같지만 이런 기록들은 시간이 쌓여갈수록 중요성이 높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향후 법률 개정 운동으로 인해 합법적 틀 안에서 더 민감한 기록들을 정보공개청구 요청하여 공유해 나갈 것이다.

  미국의 경우 NSA(National Security Archive)같은 단체도 미국에서 해제하고 있는 각종 비밀외교문건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하고 그 결과를 보고서나 책 형태로 공개하고 있다. NSA는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의 언론인들에게 취재 대상이 되고 있다.

  이렇게 합법적 형태를 통해 기록을 보존하고, 보존된 기록을 공개 및 공유하고 시스템화 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될 것이다. 또한 합법적 틀 안에서 이런 정보공개운동을 하는 단체들이 많아져야 한다.

  하지만 모든 정권은 감추고 싶은 기록들이 있기 마련이고, 또한 그것을 폭로하는 내부제보자가 있으며, 그것들이 모여 위키리크스 같은 단체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위키리크스의 쥴리언 어산지는 수많은 내부 제보자들의 고통을 스스로 떠안으며 세상을 향해 국가권력의 부당성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어 하는지 모른다. 그가 위대해 보이는 것은 앞서 언급 했던 ‘거짓 혹은 진실’의 주인공인 레이첼보다 몇 백배 큰 정보들을 보란 듯이 터트리고 있고, 미국이라는 거대한 권력과 홀로 싸우고 있다는 점이다. 합법적인 틀 안에서 정보공개청구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합법적인 틀 안에서 폭로 운동을 벌이고 있는 위키리크스가 그래서 더욱 의미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향후 위키리크스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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