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11월 2002-10-30   1322

인권실천 시민연대·참여사회 공동기획-감옥인권을 말하다 2

감옥은 무서운 곳이어야 한다?


인간의 보편적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감옥 재소자들은 죄인이라는 이유로 편견과 차별을 감내해야 한다. 본지는 지난 호에 이어 감옥 재소자들의 인권 현실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연속기획 두 번째를 내보낸다. (편집자 주)

“감옥을 취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직접 감옥의 현실을 마주하겠다는 기자에게 인권운동가나 인권변호사들은 한결같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구치소나 교도소 담당자들이 해당 시설을 공개하는 것을 극히 꺼리기 때문에 취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마당에 아무리 악조건이라한들 보여주지 않을까 싶어 내심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인근 교도소에 취재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교도소는 그 담장의 높이만큼이나 범접하기 쉬운 동네가 아니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교도소 인권 취재협조에 대한 결정은 개별 교정시설 소관으로 해당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결정할 일이다”라고 답했지만 개별 교정시설들은 “상부의 지시가 필요하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법무부에서 들은 답변을 이야기하자 이번에는 다른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취재를 허락하지 않았다. 서울소재 한 구치소 담당자는 “우리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재소자들은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들이기 때문에 수용자들을 인터뷰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시설 또한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미결이 아닌 형이 확정된 기결수를 수용하는 교도소들의 경우에도 대부분 교도소 내의 바쁜 일정을 핑계로 대며 취재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취재목적이나 방문일정 등을 자세하게 기재한 공문을 보내라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던 한 교도소는 이러한 절차를 밟아 취재요청을 하자 10월중 잡힌 행사가 많아 어렵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해왔다. 또 한 교도소 담당자는 팩스나 이메일이 아닌 우편으로만 방문접수를 받는다고 해서 기자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서울 인근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교도소에 요청을 한 결과 안양교도소 한 곳에서 어렵사리 취재 승락을 얻어낼 수 있었다.

교도소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야 한다?

취재협조 약속을 받고 찾은 안양교도소.

강봉학 안양교도소장은 짧은 면담 후에 “교도소 내부시설의 취재를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초 생각과 달리 취재 범위가 축소될 판이다.

그는 “교도소가 이전에 비해 많이 변화하고 재소자들에 대한 처우가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교도소의 어두운 측면만 강조한다”고 불만을 표시한 뒤 “재소자들의 인권에 초점을 맞추어 취재를 한다면 우리와는 너무 접근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취재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념의 대립이 사라진 시점에서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흉악범, 사기꾼 등 사회내의 범죄자들이다. 이들을 사회와 분리시켜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교도소의 목적이다. 교도소의 가장 큰 목적을 교정과 재사회화에 두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의사회구현이 우선이지 재사회화 과정이 중요한가? 재사회화 과정이 중요하면 밖에서 놓고 사회화시키지 왜 교도소에 감금하는가?”라며 낮은 인권의식을 드러냈다.

▲일반직업보다 10배이상의 수당을 받는 자동차 프레임 제작작업. 모범수를 비롯 일부 선택된 재소자들만 참여할 수 있다.

(ⓒ참여사회)

강봉학 소장은 교도소 시설이 외부에 공개되고 재소자들의 생활상이 사회에 알려져야 한다는 기자의 말에 “교도소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야 한다. 교도소는 무서운 곳이라는 생각을 일반사람들이 가져야지 두려워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 아닌가”라고 대답했다.

그는 안양교도소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안양교도소가 “국민들 곁에서 신뢰받고 사랑받는 교정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전직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다양한 교정기법과 열린 교정행정을 추구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던 교도소장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말을 계속하며 한사코 취재를 거부했다.

일당 8000원의 노임이 다른 작업의 10배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안양교도소 내부시설을 돌아볼 수 있게 된 기자는 안양교도소 서무과장을 비롯해 5∼6명과 동행하며 재소자들이 생활하는 수용시설, 작업장, 운동장, 교육장 등을 둘러보았다.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방은 하나로 정해져 있다면서 데려간 수용자 방은 넓이가 4.5평인 교도소 내에서 가장 큰방이다.

그 방은 시멘트 바닥에 장판이 깔려 있었고, 사람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의 좁은 화장실이 달려 있었다. 이 화장실에서 수용자들은 용변을 보고 아침에는 세면을 해야 한다. 난방을 묻자 방에는 별도의 난방시설 없이 바깥 복도에 놓여진 스팀이 난방시설의 전부라고 했다. 겨울에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내부에 난방 없이 추위를 견뎌야 하는 것이다.

교도소 측은 현재 그 방에 수용되어 있는 인원은 12명 정도라고 말했다. 4.5평의 공간에서 12명의 재소자가 몸을 부닥치며 살고 있는 것이다. 그 방안에 걸려 있는 빨래줄에는 형형색색의 수건이 걸려져 있었는데 교도소 관계자는 재소자들의 생필품은 주로 사비로 구입하게 된다고 밝혔다. 물론 수건이나 속옷 등이 지급되긴 하지만 턱없이 모자라다.

작업장에 들르니 재소자들이 자동차 프레임을 제작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 작업장에선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작업이 진행되고 다른 작업과는 구별되게 하루 8000원 상당의 임금이 지급된다. 8000원이라는 금액은 다른 작업에 비해 10배가 넘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즉 다른 작업의 경우에는 하루 일당이 8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자동차 프레임 제작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은 극히 제한되어 있어 모범수들만 선정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어 목공작업장을 거쳐 도착한 운동장에는 수백 명의 재소자들이 나와 있었다. 교도소 측은 재소자들에게 하루 30분 가량의 운동시간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하루 30분 동안 재소자들은 운동 할 수 있고 그 시간에 재소자들은 공차기, 달리기 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제한된 공간에서 2900명 가량의 재소자들에게 운동시간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상당수는 단지 햇볕을 보는 정도에 그치고 있었다.

컴퓨터가 설치된 정보화 교육장은 간단한 워드작업 등을 배우는 2주 과정의 초급반, 워드와 운영체제를 배우는 중급반, 그래픽 디자인 정보기기 운용 등을 배우는 고급반으로 나뉘어 교육이 실시되고 있었다.

최근 출소자들이 말하는 인권침해 실태

교도소 내에는 온수목욕을 할 수 있는 목욕탕 시설이 갖추어져 있는데 수용인원이 많다보니 한 사람이 일주일에 한 차례 정도의 목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교도소 측이 참관을 허용한 견학코스는 교도소의 일부 지역에 한정되었고, 그나마 사정이 나은 곳이라고 전제했을 때, 일반재소자들의 수용시설이나 작업환경의 열악함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교도소를 직접 방문한 이후 취재과정에서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출소자들의 재사회화를 돕기 위한 법무부 산하 갱생보호공단이 지역별로 분포되어 있음을 알고 그 곳을 찾아 최근에 출소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짐작대로 안양교도소 측에서 취재를 허용한 감옥현실과는 달리 생생한 교도소 상황을 들을 수 있었고 교도소 측의 설명과 일반재소자들의 현실은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년 가량 청주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지난 9월 24일 출소한 한아무개 씨(34세)는 교도소 교화행정에 대한 불만을 비롯해 교도소내의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를 지적했다.

그는 출소자들의 폭로에도 불구하고 교도소 측에서는 극구 부인하고 있는 징벌을 위한 이중 먹방이 현재까지 존재한다고 밝혔다.

한씨는 “재소자가 교도소 내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교도관의 맘에 안들 경우 징벌방에 집어넣는다. 징벌방에서 두달 정도 있다보면 자연히 사람이 반 정신이상 상태가 되고,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데 이럴 경우 ‘소요’라고 해서 손바닥만한 아크릴 창을 제외하고 사방이 막힌 이중 먹방에 집어넣는다”고 증언했다. 그는 교도소 내에서 금지되고 있는 연속징벌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징벌기간은 최장 2개월이다. 하지만 교도관들의 말을 안 듣는 재소자들에 대해서는 2개월 징벌기간이 끝나면 하루 차이를 두고 바로 다시 집어넣는 방법으로 연속징벌이 이루어진다. 이런 식으로 6개월까지 징벌방에 가두어 놓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한씨는 교도소의 과밀 수용문제는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은 경우에는 화장실을 포함한 4.78평의 방에 12∼14명 정도가 수용되지만 많을 때는 한방에 22명까지 수용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겨울에는 난방이 되지 않아 벽이 얼어붙을 정도이다. 그나마 우리나라 교도소가 과밀수용으로 인해 사람들의 체온 때문에 낫지 그렇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 정도다. 당연히 여름에는 사람에 부대끼다보니 싸움이 자주 일어난다.”

출소자들에 따르면 재소자들의 진료여건도 매우 열악하여 재대로 된 진료를 받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

▲컴퓨터 교육을 받고 있는 안양 교도소 재소자들 (ⓒ참여사회)

최근 대전교도소에서 출소한 송아무개 씨(42세)는 “의사가 출퇴근하기 때문에 저녁때 몸이 아프거나 하면 아침까지 꼬박 고통을 참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의사가 있다고 해도 진료받기는 쉽지 않다. 또한 치과 같은 경우는 외부에서 유료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교도소 내에서 돈 없는 사람들은 이마저도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구치소 등 여러 곳을 거치면서 복역생활을 했다는 권아무개(55세) 씨는 빈부의 차이에 따라 재소자의 생활상은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교도소에서 대부분의 물품은 자비를 들여 사야한다. 따라서 외부에 연고가 없는 사람은 생활하기 매우 힘들다. 물품이 지급되기는 하지만 속옷이나 기타 생필품이 3개월 단위로 한 개씩 지급되고 있어 매우 부족하다. 반면 돈이 많은 사람들의 경우엔 먹는 음식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풍족한 교도소 생활을 하고 있다.”

또한 출소자들은 교도소가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중심으로 현장실습이나 실무를 병행하지 않고 이루어져 실제로 사회에 나온 뒤 그 자격증은 무용지물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조폭 들어오면 일반재소자 생활 어려워져

출소자들은 최근에 와서는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교도소 수용시설에서의 재소자간의 서열화가 일반재소자들이 교도소 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을 준다고 호소했다. 특히 같은 방에 조폭 출신이라도 끼여 있으면 방안에서의 일반재소자 생활은 매우 힘들어진다고 털어놨다.

한아무개 씨는 “그나마 좁은 공간에서 조폭 출신이 들어오면 그들이 생활공간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다른 재소자들의 공간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또한 그들이 방의 한쪽 부분을 차지하고 나면 다른 재소자들은 잠을 잘 때에도 칼잠을 자야한다”며 일반범죄자들과 조폭 출신 재소자들을 따로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교도소들은 오히려 조폭 출신들을 활용해 교도소 내의 기강을 유지하는 행정을 취하기도 해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추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업장 등에서 조폭 출신을 중간감시자로 활용하는 등 교도관들이 행정편의를 위해 일반재소자들의 인권을 무시해 일반재소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교도소 내 진료권과 관련 최근 ‘교도소내 사망사건’이 잇달아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2002년 1월 수원교도소에서 쓰러져 외부 병원으로 옮겼으나 도중에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받아 뇌사상태에 빠진 다음 한달 후에 사망한 박명원 씨의 경우 교도소 내에서 치료가 이루어지고 약을 복용할 수 있었다면 사망에까지 이르지 않았을 거라는 의사의 소견이 전해지기도 했다.

박명원 씨의 사위 오완근 씨(34세) “사망사건 이후 원인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장인이 교도소에 입소하면서부터 폐가 좋지 않아 치료를 요하는 상태였음을 알게 되었다. 사망원인이 폐에 있었음이 밝혀졌고 입소 직후 찍은 X-RAY 사진을 확인한 의사는 장인이 지속적으로 진료를 받고 약을 투여했으면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소견을 밝혔다”고 말해 교도소내의 열악한 진료현실이 재소자들은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걱정했다.

감옥현실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어렵다

▲출소자들의 재사회화를 돕는 법무부 산하 한국갱생보호공단 (ⓒ참여사회)
감옥인권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 온 ‘법무법인 한결’의 이상희 변호사는 우리나라 감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감옥 내에서 ‘집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외부로 나가는 편지의 경우 검열을 통해 감옥 측에 불리한 내용이 있으면 압수당한다. 특히 기자 등에게 보내지는 편지는 철저하게 검열을 거치기 때문에 감옥 내에 문제가 있어도 이러한 문제점이 외부에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며 교도소내 집필의 제한이 일반인들이 감옥의 현실을 접하지 못하고 교도소가 폐쇄행정을 취하는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감옥내의 인권상황이 심각한데 반해 현재 감옥현실에 대한 온전한 실태조사결과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는 최근 감옥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으나 객관적으로 감옥현실을 말해 줄 수 있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상희 변호사는 “우선 감옥관계자들이 조사에 매우 미온적으로 대응해 재소자들의 실태조사가 어렵고, 출소자들의 경우에는 감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매우 꺼려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에 인력부족까지 겹쳐 객관적인 실태조사가 실시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천주교 인권위원회와 인권운동사랑방이 98년 『한국 감옥의 현실 – 감옥인권실태 조사 보고서』를 발간할 당시에도 출소자들을 대상으로 5000부의 설문지를 배포했지만 이에 반해 수집된 표본은 매우 실망적인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양교도소장과의 면담을 통해 확인했듯이 아직 감옥의 교도관들의 인권의식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교도관들은 재소자들을 단지 사회와 격리시켜야 할 범죄자들로만 인식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교화교육이나 재사회화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감옥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교도관들이 재소자인권에 대한 의식을 높이는 것이 돼야 할 것이다.

또한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한국감옥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감옥의 인권상황은 그 사회의 민주화를 가늠하는 척도이다. 그런 면에서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인권에 대한 의식은 부끄러운 지점에 서 있다.

우리사회에서 가장 깊은 곳 감옥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감옥내의 인권향상을 위한 노력은 우리 모두에게 맡겨진 공동의 과제다.

한태욱(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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