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03월 2004-03-01   864

[세상바꾸기] 손길승, 최태원 이사님, 이제 그만 SK텔레콤 경영에서 물러나십시오

참여연대, 자진사퇴권고안 주주 제안


2003년 한국의 경제는 SK그룹 사태라는 직격탄을 맞으며 시작했다. 재계 3위의 대기업이 오너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불리한 가격으로 주식을 맞교환하고, 부실계열사 지원을 위해 이면계약을 강요하고, 핵심 계열사가 천문학적 액수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결국 오너와 전문경영인 출신의 회장을 비롯, 핵심 임원이 줄줄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IMF체제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이루었다는 재벌개혁에 대한 자부심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작년 연말 불법정치자금 폭풍의 핵심 역시 SK였다. 한나라당에 100억 원을 제공한 의혹으로 구속수사중인 손길승 씨와 배임혐의로 실형선고를 받은 최태원 씨. 이쯤 되면 상식적으로 두 사람이 스스로 SK그룹의 경영진에서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손길승 씨가 SK네트웍스, SK해운의 이사직을 사퇴했을 뿐,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 등 두 사람이 맡고 있는 다른 이사 자리의 거취에 대한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고 있지 않다.

본인이 물러날 의사가 없다면, 해당 회사의 이사회가 이사로서의 충실.선관 의무에 따라 두 이사의 불법행위를 추궁해야 할 것이다. 작년 봄 SK네트웍스 부실과 아무런 관련 없는 SK텔레콤에 지원 압력이 있었던 일을 상기하면, 두 사람이 이사직을 유지하는 이상 이해상충의 위험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모두 공감할 것이다. 더욱이 SK텔레콤의 정관에는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된 이사는 결원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SK텔레콤 측은 두 사람의 이사직 유지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결국 97년부터 SK텔레콤을 대상으로 소액주주운동을 벌여온 참여연대는 지난 1월 30일, 오는 3월 12일로 예정된 SK텔레콤 주주총회에서 두 이사의 사퇴권고안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하기 위해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주주제안을 위해 참여연대는 국내외 기관투자자 51명으로부터 의결권 있는 주식 총 2.1%를 위임받았으며, 주총에서 보다 광범위한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주주제안의 내용을 설명하는 해외로드쇼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보도에 의하면, SK텔레콤 이사회가 이사해임안은 정기주주총회 안건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참여연대의 주주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이미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물론 회사측의 주장대로 이사해임건의안은 임시주총에서만 결의할 수 있다. 그러나 참여연대의 주주제안은 두 이사의 자진사퇴를 권고하는 안이며, 이는 이사해임결의안과는 분명히 다르다. 따라서 이사회가 주주제안을 거부할 명분은 법령과 정관 어디에도 없으며, 만약 회사가 주주들의 정당한 법적 권리를 봉쇄한다면 시장의 심각한 불신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참여연대는 만약 이사회가 근거 없는 이유로 안건상정을 거부할 경우, 이사회결의무효 가처분신청을 비롯하여 임시주총소집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여 대응할 계획이다.

이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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