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8월 2010-08-01   1799

칼럼-돌고 돌고 돌고

돌고 돌고 돌고

이태호 『참여사회』 편집위원장,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80년대 유행했던 ‘들국화’라는 밴드의 전인권이 작곡한 노래 중에 ‘돌고 돌고 돌고’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 노래의 후렴구에는 ‘돌고 돌고 돌고’가 반복되지요. 미국에도 일찍이 비슷한 가사에 집착한 가수가 있었습니다.
피트 시거Pete Seeger라는 가수인데, 미국 포크음악의 아버지로 알려진 사람입니다.
그 이는 “turn turn turn!”이라는 노래를 작곡하고 직접 부르기도 해서 유명해졌습니다. 솔로몬이 만년에 썼다는 구약 성경 전도서의 한 구절을 노래로 만든 것입니다.
노랫말이기도 한 성경구절은 이렇습니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거둘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 출 때가 있으며/ 돌을 던져 버릴 때가 있고 돌을 거둘 때가 있으며 안을 때가 있고 안는 일을 멀리 할 때가 있으며/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  구약성경, 전도서 3장 1절-8절.

 

피트 시거는 한 평생 ‘turn’의 철학에 천착한 가수였던 것 같습니다.
포크송이라는 음악의 형식이 본래 비슷한 음절을 끝도 없이 반복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이 분이 작곡하고 부른 노래 말에는 유독 ‘turn’과 관련된 내용이 많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피트 시거의 노래말 하나 더 소개해 보렵니다.

-꽃들은 다 어디 갔나?-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1. 꽃들은 다 어디 갔나?/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꽃들은 다 어디 갔나?/ 오래 전 일이지/
꽃들은 다 어디 갔나?/ 계집아이들이 모두 다 꺾어 갔지/ 언제쯤에야 사람들은 깨우치려나?/ 언제쯤에야 사람들은 깨우치려나?(후렴)

2. 계집아이들은 다 어디 갔나?/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계집아이들은 다 어디 갔나?/
오래 전 일이지/ 계집아이들은 다 어디 갔나?/ 머슴애들을 따라 시집갔지.

3. 머슴애들은 다 어디 갔나?… 모두 다 군대 갔지. (후렴)

4. 군인들은 다 어디 갔나?… 모두 다 무덤으로 갔지. (후렴)

5. 무덤들은 다 어디 갔나?… 모두 다 꽃밭이 되었지. (후렴)

6. 꽃들은 다 어디 갔나?…  계집아이들이 모두 다 꺾어 갔지.
언제쯤에야 사람들은 깨우치려나?/ 언제쯤에야 사람들은 깨우치려나?(후렴)

밥 딜런과 존 바에즈의 후원자이기도 했던 피트 시거는 미국은 물론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민속음악을 채집해 포크음악을 세계적인 음악으로 집대성한 전설적인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이 밖에도
그가 평생 헌신한 반전평화운동, 시민권운동, 환경운동을 통해서였습니다.
그는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로 유명해진 워싱턴 D.C. 흑인민권 집회에서 “우리 승리하리라We shall overcome!”라는 흑인영가를 불렀습니다.
그 후 이 노래는 전 세계 인권운동 현장에서 애창곡으로 불려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87년 6월 항쟁 당시 거리에서 아침이슬과 함께 이 노래를 불렀지요.

 

그 이의 일생은 20세기 중후반기에서 지금까지 이어지는 미국 반전운동의 역사와 함께 해 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는 베트남전에 반대해 북베트남을 방문해서 호치민을 면담한 일로 모국에 돌아와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이라크 침공 이후에는 그의 오두막 인근 인적 없는 국도변에서 노구를 이끌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또한 70년대 이후 뉴욕 주를 흐르는 허드슨강 살리기 운동을 이끌어 왔습니다.

 

그런 그에겐 매카시즘이 횡행했던 50년대 이래 30여 년간,
‘빨갱이’, ‘매국노’라는 비난과 함께 ‘방송기피 블랙리스트’가 낙인처럼 따라다녔습니다.
오죽하면 그의 80세 생일 축하공연에 참석한 클린턴 미 대통령은 만나선 안될 ‘위험한 인물’과 함께 하고 있다는 농담으로 그의 삶을 소개했겠습니까?
그는 이제 90살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건강하게 허드슨 강변 언덕 위에 스스로 지은 오두막집에 기거하면서,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지 기타와 벤조를 들고 찾아갑니다.
동네 유치원생과 함께하는 노래수업부터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기념 공연까지…….

 

지방선거 직전 『참여사회』 칼럼 제목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었습니다만,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자니, “뿌릴 때가 있으면, 뿌린 대로 거둘 때도 있다”는 솔로몬의 경구, 아니 피트 시거의 노랫말이 더욱 실감납니다.
하지만 더 실감나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로도 사람들의 어리석음은 왜 변화되지 않는지를 아프게 묻는
피트 시거의 또 다른 절창입니다.

 

3년 전 7월, 20여 명의 샘물교회 선교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게 붙잡혀
그 중 일부가 피살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대테러 전쟁에 참전한다는 명목으로 한국 군대가 파견되어 있었습니다.
그 곳은 수세대에 이르는 오랜 세월, 아이들이 머슴애가 되기도 전에 군인이 되고,
무덤이 꽃밭이 되기도 전에 새로운 무덤이 그 위를 덮어온, 끝없는 분쟁과 갈등의 땅입니다.
거기에 정부는 지난 7월 초 ‘재건’을 돕겠다면서 또 다시 중무장한 군대를 보냈습니다.
한국전쟁 60년을 맞은 한반도는 또 어떤가요?
핵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이 총동원된 ‘불굴의 의지’라는 이름의 최첨단 군사훈련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꽃들은 다 어디 갔나요?” 정전 기념일(7월 27일) 밤에 중얼거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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