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8월 2010-08-01   2105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캠페인-“최저생계비, 최소한 이것만은 고치자”

“최저생계비, 최소한 이것만은 고치자”

허선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순천향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올 여름 최저생계비가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참여연대에서 준비한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프로그램 중 ‘24시간 릴레이 체험’에 참여한 여야 국회의원이 쓴 체험기가  네티즌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어느 여당 국회의원의 “나는 왜 단돈 6,300원으로 황제와 같은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밥 먹으라고 준 돈으로 사회기부도 하고 문화생활까지 즐겼을까?”라는 체험 후기 내용은 핫 이슈가 되기도 했다. 최저생계비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한 것이 이 행사의 목적이라면 겨울이 더 적합한 시기일 수 있는데 비용이 적게 드는 한 여름을 선택한 이유는 2011년도 최저생계비 발표일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3년마다 있는 최저생계비 실제 계측의 해로 다른 연도의 최저생계비 발표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참여연대의 체험 프로그램은 체험을 통해 드러난 최저생계비의 문제점을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이하 중생보위)에서 이루어지는 최저생계비 심의에 반영해 보자는 의도인 것이다.

  2010년도 최저생계비는 1인 가구의 경우 504,344원, 2인 가구 858,747원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보장법)에 따르면 최저생계비는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을 의미하고, 매 3년마다 계측조사를 실시하도록 되어 있으며, 비계측년도의 최저생계비를 결정할 때는 국민의 소득·지출수준과 수급권자의 생활실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도록 되어 있다.

  최저생계비 결정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기초보장제도의 급여기준으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복지제도의 수급자 선정기준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수급신청자의 소득(혹은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보다 1원이라도 많으면 기초보장수급자로 선정될 수 없고, 수급자로 선정되면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하는 급여를 받게 된다.

주부 양말 1년에 2켤레, 아동운동화 2년에 1켤레?

체험 결과에서 드러났듯이 현행 최저생계비의 가장 큰 문제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 최저생존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최저생계비를 둘러싼 문제점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계측상의 문제로 최저생계비에 포함된 항목(질과 양)의 비현실성이다. 지금까지 있었던 네 번의 최저생계비의 실계측 모두 마켓바스켓 방식을 사용하였다. 마켓바스켓 방식이란 표준가구의 최저생활에 필요한 품목과 수량을 모두 시장 바구니에 담아 중저가 가격을 반영하여 합산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필요한 품목과 수량, 내구연한, 가격 등 모든 측면에서 자의성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고, 실제로 그동안의 계측에서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항목과 수량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07년 최저생계비 계측시의 품목을 예로 들면 가족 외식비 2회/1년, 주부 양말 2켤레/1년, 아동 장난감 2개/1년, 아동 운동화 1켤레/2년, 휴대 전화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된 바 있다. 최저생계비의 실계측의 과정을 살펴보면 매번 중생보위의 심의를 거치는 동안 연구진의 연구 결과 금액 보다 많이 낮아졌다. 이는 심의 과정 중 생필품의 품목과 수량을 축소하는데 그 원인이 있고, 이러한 것은 정부측 주도로 이루어져 왔다. 팬티는 몇 장이 필요하고, 그 팬티의 내구연한은 얼마이며, 책은 몇 권을 봐야 하고, 아동에게 필요한 장난감의 수 등을 일일이 통계적으로 합산하여 최저생계비를 구하는 것은 얼마든지 금액에 수량과 품목을 꿰어 맞출 수 있는 방식이다.

  둘째, 최저생계비 적용의 문제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에서 행한 최저생계비 계측 연구시 매번 지역별, 가구유형별로 최저생계비를 계측하고 있지만 중생보위에서는 이러한 점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보사연의 연구에 따르면 지역별 최저생계비는 중소도시(100)를 기준으로 할 때 대도시 108, 농어촌 86 수준이다. 별도로 추계하여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서울지역을 분리할 경우 서울시 최저생계비는 특히 주거비용의 차이로 인해 대도시 수준보다도 훨씬 더 높은 수준(약 130)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계속하여 중소도시 최저생계비를 전국적으로 단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서울지역에 살고 있는 빈곤계층에게 현행 최저생계비가 비현실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주요 이유가 된다.

  셋째, 표준가구와 최저생계비 적용가구 간의 괴리 문제이다. 젊고 건강한 가구를 표준가구(주거유형 전세)로 해서 산출한 최저생계비를 그렇지 못한 가구에게 똑같이 적용한다는 것이다. 장애인가구의 최저생계비는 1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추가 비용은 장애종류(11개)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는데, 보사연의 최저생계비 연구(2007)에 따르면 지적장애의 경우 최대 월 1,059,607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노인의 경우 건강한 노인과 건강하지 못한 노인으로 구분하였는데, 건강하지 못한 노인의 경우 107,247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선정기준과 급여로서의 최저생계비에는 이러한 비용을 충분히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만약 장애인과 건강하지 못한 노인이 최저생계비 체험에 참여할 수 있었더라면 이와 같은 문제는 바로 발견될 수 있었을 것이나 실험 자체가 불가능하다.
 
  넷째, 비계측년도에 지나치게 낮은 인상률을 적용해온 것과 관련된다. 1999년 계측 당시 최저생계비는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의 40.7% 수준이었던 것이 2008년의 경우 30.9%로 상대적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 중위 경상소득을 기준으로 보면 45.5%수준이었던 것이 34.8%로 낮아 졌고, 평균 가계지출을 기준으로 보면 48.1%였던 수준이 37.3%로 낮아졌다. 이와 같은 추이를 그대로 감안하면 10년 뒤에는 중위 소득의 23%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이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과 지출의 증가율에 비해 최저생계비의 인상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을 더 낮아지게 만든 것이다. 그동안 3번의 실계측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전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물가상승률 정도만을 반영하는 수준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2010년 최저생계비는 역대 최저 수준의 인상률인 2.75%로 결정된 바 있다.

서울 사는 가구의 최저생계비가 중소도시와 같다?

기초생활보장법은 빈곤의 책임이 개인에게만 있지 않다는 전제하에 ‘최저생활의 보장’을 ‘국민의 권리’로 ‘국가의 의무’로 규정한 법으로 우리나라 최후의 사회 안전망으로 기능을 하고 있다. 법 제정의 의의를 감안해 최저생계비는 현실에 맞게 계측될 필요가 있고, 합리적으로 적용돼야 하며, 그에 필요한 예산은 자동적으로 충당될 수 있어야만 한다. 이는 최저생계비의 결정이 저소득층의 생존권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저생계비와 관련한 과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최후의 안전망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최저생계비가 현실에 맞게 재설정되어야 한다.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빈부 격차가 더 심해지고, 실업자가 더 증가하고 있고, 근로빈곤층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기초보장수급자수는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이것은 최저생계비의 결정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현행 제도상 수급자가 되려면 소득기준뿐만 아니라 부양의무자기준을 만족해야 하는데, 부양능력 판정기준도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현행 제도상 최저생계비의 130%만 넘으면 부양능력이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데, 지역적 물가 차이를 고려하면 현행 최저생계비의 130%라는 수준은 서울시 거주자의 경우는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문제 많은 최저생계비를 엉뚱한 곳에 사용하고 있는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

  둘째, 일반가구와의 상대적 수준이 유지될 수 있는 계측 방식으로의 변경이 필요하다. 최소한 1999년 최초의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자의성이 개입할 여지가 많은 마켓바스켓 방식의 계측 방식을 버리고 일반 가구의 상대적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비교하는 기준으로 어떤 가구(근로자 혹은 일반), 비교 대상(소득 혹은 지출 : 평균 혹은 중위), 비율(40% 혹은 50% : 1/3 혹은 2/3)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수준을 유지하느냐 하는 것이다. 일반가구와의 상대적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만큼은 시급히 막아야 한다. 어떤 분들은 “다른 OECD 국가들의 경우 국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최저생계비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상대적 빈곤선을 공공부조 기준선으로 설정하는 나라는 일본 밖에 없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는 오해의 여지가 있다. 오랜 세월 연금을 시행하고 있고, 다양한 무상의 현물급여가 있으며, 그리고 수당 방식의 사회보장제도가 발달되어 있는 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국민이 공공부조의 수혜를 받지 않아도 최소한의 생활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국가의 경우 우리나라 보다 그 보장 수준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최저생계비란 개념을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 어느 한 연구에 따르면 노인부부의 경우 한국의 공공부조 급여수준(PPP 지수로 환산한)은 미국의 54.7%, 영국의 50.7% 수준에 불과하고, 중증장애인 부부의 경우 한국은 미국의 57.2%, 영국의 26.2%에 불과하다. 한국의 공공부조 급여수준이 미국이나 영국보다 크게 낮은 주요한 이유는 한국의 주거급여 수준이 현저하게 낮다는 점, 장애, 아동, 편모 등 추가적인 욕구가 있는 집단에 대한 공공부조제도가 부실하다는 점, 그리고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소득보장제도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이 여타 사회복지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는 최후의 안전망으로서 최저생계비가 기능할 수 있도록 더 튼튼하게 구축될 필요가 있다.

  셋째 표준가구와 적용 가구의 괴리를 줄여야 할 것이다. 최저생계비 계측을 위한 표준가구는 중소도시에 거주하고 젊고 건강한 가구원, 전세를 전제로 하고 있다. 장애인 가구, 노인 가구, 학생 가구, 환자가 있는 가구, 월세 사는 가구는 표준가구에 비해 추가 비용이 필요하므로 추가비용을 정확하게 계측하여 수급자 선정과 급여에 모두 적용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월세 거주자의 경우는 월세액을 지원해 주거나 공제해 주는 제도가 시급히 필요하다. 지역별 생계비 차이의 반영도 시급하다. 지역별 생계비의 차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최저생계비를 지역별로 달리 설정할 필요가 있다. 굳이 지금과 같이 전국 단일기준을 설정하고자 한다면 현재와 같이 중소도시 최저생계비를 전국에 단일하게 적용해서는 안 되고 지역별 인구 가중치를 고려한 새로운 전국 기준선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 대도시 거주자 비중이 높고, 일부 중소도시의 경우 대도시의 물가수준과 비슷한 점을 감안할 때 중소도시에 살고 있는 가구를 표준가구로 하는 최저생계비의 전국 적용은 합리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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