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8월 2010-08-01   1138

경제, 알면 보인다-당신의 발목을 잡는 내 집 마련 콤플렉스

 

당신의 발목을 잡는 내 집 마련 콤플렉스


제윤경
(주)에듀머니 대표

 

“집 한 칸이라도 있는 사람과 결혼해라!” 

  이 말은 어렵게 내 집 장만에 성공한 어느 주부가 자신의 딸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너무 힘들고 어려웠던 나머지 내 집 마련을 딸의 미래설계의 중요한 과제로 머릿속에 박히도록 주문을 거는 것이다.

  당신은 아마도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었을 것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집은 특별하다’ 이 말이 부동산 불패신화의 첫 번째 근거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집 없는 설움이 많기 때문에 주택 소유욕이 크고 한국사회에서 주택가격 하락은 있을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주택에 대한 소유욕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만 있는 특이사항은 아니다. 주거 안정에 대한 욕구는 사람의 기본 욕구이다.

  미국에서도 상당수 사람들의 최우선 재무목표가 내 집 마련이었다고 한다. 말끔하게 손질된 잔디밭과 수영장이 딸린 집에 대해 미국인들도 우리나라 사람 못지않은 집착을 보인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도 주택시장 버블이 만들어낸 금융위기이다. 소득과 자산이 없는 사람들이 집값의 대부분을 빚을 내서 집을 샀다. 그들에게 빌려준 돈을 파생금융상품으로 묶어 판매하면서 금융위기는 싹을 틔었다.

  서브프라임 계층, 우리로 치면 저소득 계층이 빚으로 구매한 주택의 가격이 계속 상승했다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주택을 구입할만한 사람이 전부 구매하자 시장이 수요층이 얇아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고 그들이 빚을 갚지 못하자 미국의 금융위기가 시작되었다.


전세와 자가 평균 주거기간, 불과 1.5년 차이

한국의 경우 고도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집 없는 설움이 좀 더 강하게 내재화되었다. 30대 혹은 40대 대부분이 공동주택 형태의 셋방살이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다.

  다른 부모의 이름이 명패에 박힌 셋집의 기억. 주인 집 아들 눈치 때문에 마당에서조차 마음껏 뛰놀지 못한 기억. 공동주택의 남의 집 더부살이 기억이 내 집 마련에 대한 강한 욕구를 키웠음이 분명하다. 능력 있는 부모를 만나 이런 셋집살이를 하지 않았더라도 주변 친구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라도 이런 기억은 갖고 있다.

  그러나 남의 집 설움은 이제 기억 속 콤플렉스일 뿐이다. 당신은 콤플렉스를 만들어낸 과거와 다른 오늘을 살고 있다. 지금의 주택 형태는 독립적인 공간에서 전월세를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일상을 침해 받지도 않고, 대문 앞에 남의 집이라는 표시도 없다.

  그럼에도 내 집 마련에 대해 집요하게 강요하는 그 어떤 사람들은 전세 사는 사람들에게 집을 사야하는 이유를 계속 만들어낸다. 전세금이 오르고, 2년마다 이사를 다녀야 한다는 게 바로 그 이유다.

  임대 기간이 2년 정도만 보호를 받기 때문에 전세는 2년마다 주거 안정을 위협받을 수 있지만 최근에는 주택공급이 많이 이뤄지면서 전월세인 경우에도 세입자의 의사만 있으면 어느 정도 주거 기간은 안정되어 가고 있다. 실제로 SBS의 ‘집에서 집을 생각한다.’라는 특집 방송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세와 자가의 평균 주거기간이 1.5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 입증되기도 했다. 더불어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도 크기 때문에 전세로 인한 주거 불안은 시간이 흐르면서 법의 보호 아래 해결될 가능성이 크고 또한 반드시 그렇게 풀려야 한다. 모든 소비는 선택의 문제이다.

  주택을 소유할 것인지 아니면 이용의 차원에서 전세 혹은 월세로 임대를 할 것인지 또한 선택의 문제이다. 주택을 소유하는 것은 분명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단점 또한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전세의 경우에도 불편이 있으나 또한 나름의 장점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주택을 소유하게 되면 우선 주거는 안정되겠지만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사를 해야 할 시점에 팔리지 않아 애를 먹을 수 있다. 주택 보급이 현저히 떨어지는 과거에는 이런 불편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새 집 계약을 해 놓고도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애를 먹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또한 세금을 비롯해 담보대출을 끼고 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자 비용으로 현금흐름에 부담이 적지 않다. 저축이 불가능해져 버릴 수 있다. 반대로 전세를 사는 경우 주거 불안이 잠재적으로 형성되지만 주거 이전을 해야 할 때는 오히려 편리할 수밖에 없다. 전세금 또한 법으로 보호를 받기 때문에 적어도 원금을 까먹을 위험은 없다. 어떤 경우를 선택하든 개별 가정의 재무상황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선택할 문제이다. 맹목적으로 주택을 소유하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편협한 것이 될 수 있다.

내 집 마련에 삶 전체를 저당 잡힐 것인가?

알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욕심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좀 더 강하게 자라나고 있다. 당신이 만일 집 한 채를 갖고 있다면 주위와 비교해 성공한 인생을 사는 것 같은 뿌듯함을 가질 것이고 반대로 내 집이 없다면 뒤처지는 것 같은 불쾌감을 가질 것이다. 게다가 이런 콤플렉스는 자녀 교육에까지 일상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어렵게 집 장만을 했다는 어느 주부 역시 딸에게 ‘너는 집 한 칸이라도 있는 사람하고 결혼하라’는 이야기를 한다. 1,000만 원짜리 전셋집에서 시작했다는 그녀는 결혼 15년 동안 허리띠 졸라매며 저축해서 겨우 집 한 채 마련했다. 보통은 이런 과정에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상담을 하기 위해 온 그녀는 지쳐보였고 여러 면에서 화가 나 있었다.

  어느 날 동창회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 때문에 심한 콤플렉스를 느꼈다. 고등학교 때 자신보다 공부를 못했던 그 친구는 결혼 후 시아버지가 넓은 평수의 집을 사주었다. 집 한 채 마련하기 위해 힘들게 저축했음에도 빚을 끼지 않고는 집 장만할 수 없었던 그녀는 이제는 집을 위해 다시 빚 갚는 어려운 생활을 해야 한다. 그러나 친구는 결혼과 동시에 집을 샀고 빚도 없었다. 최선을 다해 살아온 자신의 삶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이런 박탈감은 조급함을 만들어 투기적 욕구를 자극할 위험이 있다. 주가가 오르는 것만 봐도 허탈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고 성실히 사는 자신의 일상을 초라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다.

  투기이론에는 ‘친구가 부자가 되는 것을 보는 것만큼 사람의 이성적 판단을 흐리는 일은 없다’는 말이 있다. 열심히 일해서 어렵게 번 돈을 쪼개 사는 삶이 구질구질 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가계 지출은 방만해 지고 쉽게 돈 버는 방법들을 기웃거리게 된다.

  애초 투자란 냉철한 의사결정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경제적 콤플렉스를 안고 조급하고 허탈한 심정으로 뛰어 들었다가는 그나마 갖고 있는 자산마저도 까먹는다. 돈에 대한 균형감각을 상실하고 투자의 실패 공식에 그대로 갇혀 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방만한 가계 소비 지출 구조로 현금흐름이 깨져서 돈을 까먹고 무모한 투기로 빚을 늘려 버릴 위험이 있는 것이다. 점점 주택가격의 거품 하락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건 아닌지 할 정도로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이쯤 되면 내 집 마련에 대한 국민적 집착에 대해 다시 한 번 냉정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 집 하나에 삶 전체를 저당 잡히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에서 과연 내 집이 아니면 남에게 뒤처지는 삶인지,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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