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8월 2010-08-01   1032

참여연대는 지금-취업이 아닌, 우리만을 위한 ‘스펙’

취업이 아닌, 우리만을 위한 ‘스펙’

안수연 참여연대 6기 인턴

 

“축하합니다. 참여연대 인턴십에 합격하셨습니다”

  합격 문자를 받고 설렘도 잠시. 예상치 못한 고민들이 생겨났다. “그래, 넌 원래 사회에 불만이 많았지”, “왜 돈 안 되는 곳에서 일하려고 해?”, “취업에 도움도 안 되는데, 왜?”

  그렇다. 나는 몇몇 사람들이 생각하는 ‘돈 안 되는’, ‘사회에 불만만 많은’ 시민단체. 그 중에서도 ‘참여연대’라는 곳에 인턴 지원을 했다.

  그래서 일까. 합격통보를 받자마자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인턴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알렸지만, 그 흔한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를 들어본 적이 없다. 게다가 부산사람인 내가 서울로 가는 것 자체도 큰 난관이었다. 인턴십 기간 동안 지낼 곳, 챙겨야 할 짐들, 의식주와 관련된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일단 가보기로 했다. 시민단체의 빛과 그림자를 느껴보고 싶었고, 사람들이 막연하게 가지고 있는 시민단체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깨뜨려야겠다는 사명감도 들었다. 이제 와서야 이렇게 쉽게 말하지만, 합격 당시에는 며칠 밤을 고민하고 많이 울기도 했다. 그만큼 소심했던 나에게 갑자기 어디서 그런 큰 용기가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지금 나는 어느덧 5주차 인턴과정에 접어들었고, 마지막 2주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책 밖으로 나서니 다양한 목소리가 들려 와…

내 대학생활의 목표는 단 하나. 책 밖에서 많은 것을 배워보자는 것이었다. 책을 통한 공부에서 벗어나 ‘사람’과 ‘경험’을 통해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려 했다. 꽃다운 청춘을 이른바 ‘스펙’이라는 것에 붙잡혀 암울한 4년을 보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나에게 참여연대 인턴십 과정은 그야말로 딱이었다. 인턴교육의 대부분은 주로 각종 사회적 문제에 대한 논의, 혹은 이에 따른 시민단체의 역할에 대한 강의로 이루어진다. 또한 4대강 공사 현장과 같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곳을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강의를 통해서는 생각을 공유하고, 현장 방문을 통해서는 매체를 통해 접하던 것들을 실제로 보면서 가슴으로 느끼는 일들이 많다. 더불어 사회적 문제에 직접 뛰어들어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행동하는 ‘직접행동’이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현재 인턴 16명 모두는 세 개의 조로 나뉘어 ‘청년실업’과 관련된 직접행동에 온 정신을 쏟고 있다. 이는 ‘청년’인 우리 인턴들이 갈수록 심화되는 청년실업 문제를 함께 고민해보고, 직접 행동으로 무언가를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취업과 스펙이라는 쳇바퀴에서 쉴 새 없이 돌아야만 하는 청년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동정하면서도 더 빨리 돌기를 바라는 것 같은 한국사회. 그런 사회에 살고 있는 ‘청년’으로서의 지금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해나가야 할까. 직접행동은 나에게 너무나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 주고 있다.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우리 16명의 인턴들은 주제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회의하며 다양한 목소리를 공유하고 있다.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참여연대 인턴십 과정의 가장 매력 있는 부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6기 참여연대 인턴들만 해도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강원도, 광주, 대구, 부산 등 다양한 지역출신의 친구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다들 다양한 특징을 가졌다. 전공도, 취향도, 성격도 다르다. 이 ‘다름’을 통해 배우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의견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것들을 어떤 방식으로 수렴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사회를 바라보던 좁은 시야를 조금 더 넓게 확장시킬 기회를 얻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숱한 질문과 고민을 던져준 ‘성장통’

얼마 전 최저생계비로 겨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장수마을’이라는 곳을 방문했다. 그때 마을의 한 할머니께서 “공동화장실과 수돗가 하나만 만들어 달라”고 내 손을 잡고 부탁하셨다. 재개발도 되지 않는 마을의 열악한 환경 탓에 불편한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정작 본인은 곧 쓰러져버릴 것 같은 집에서 살면서도 장수마을을 방문하는 손님들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던 할머니…….

  만약 내가 TV나 신문으로 이런 기사들을 접했다면 단순히 ‘안됐다’라는 생각에서 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접 참여를 통해 얻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고민들은 점점 커져갔고, 이는 내 인턴생활에 큰 물음을 던져 주고 있다. ‘참여연대 인턴으로서, 대학생으로서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라는. 그래서일까. 요즘 들어 문득 참여연대로부터 받은 인턴 합격 문자를 다시 확인해보곤 한다. 서울로 향하던 기차 안에서 핸드폰 액정이 닳을 정도로 보고 또 본 그 문자. 그 때도 ‘나는 시민단체에 몸을 담으면서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행동해야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니 조금은 더 깊은 질문을 하게 됐다. 참여연대는 나를 통해 무엇을 얻어 갈 수 있을까. 6주라는 인턴십 과정을 수료한 뒤에 나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또 그 때는 내가 꿈꾸는 사회를 그려볼 수 있을까. 최저생계비로 하루를 힘들게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굶어죽지 않을 만큼만의 보장이 아니라, 다음날에 대한 걱정 없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그런 사회를.

  4주 동안의 과정을 수료하고 2주가 더 남은 인턴기간. 누군가는 대학 4년차인 나에게 졸업을 코앞에 두고 너무 여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나무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 하나 분명하게 느끼는 것은, 나는 ‘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스펙’ 대신에 ‘우리가 사회에 요구하는 스펙’을 쌓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스펙을 통해 내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내 취업을 위한 스펙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스펙. 작고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내 땀과 노력으로 정성스럽게 빚어지고 있는 그런 스펙.

  시간이 지나 2주 뒤엔 나를 비롯한 우리 6기 인턴들의 땀과 노력이 한데 모여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스펙으로 자리 잡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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