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06월 1999-06-01   1158

지역운동순례/대전 참여자치시민연대

지역공동체 살리는 ‘토호와의 전쟁’

"지역토호세력에 대한 시민감시망을 작동하라!”

지난 1월 대전 이종기 변호사 수임비리사건이 터졌을 때, 피해사례 고발접수, 사법개혁관련 성명·논평발표, 검찰청 항의방문 등 적극적 시민운동으로 중앙언론에까지 잘 알려진 대전 참여자치시민연대(약칭 참여자치). 당시 밀려드는 민원의 행렬과 기자들의 플래시세례로 단체 고유의 업무마저 중단해야 했던 그들은 최근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5월의 초록이 싱그런 향을 발산하던 주말, 대전으로 출발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꿉시다!”

낯익은 구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깔끔한 오피스빌딩 8층,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 위치한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활동가들은 주말임에도 오후까지 남아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시민감시국, 회원사업국, 작은권리찾기, 아파트공동체, 예산감시 납세자운동….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사무처 직제나 활동분야에 있어 서울 참여연대와 많은 부분 닮아 있다는 인상이 든다. 물론 참여연대를 비롯 전국 13개 지역단체들이 네트워크를 형성, 공동의 활동을 펼치다보니 생기는 현상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인지 김제선 사무처장은 참여연대에 이런 주문을 한다. 대전은 서울이 벤치마킹 대상인 만큼 서울은 이에 해당하는 면허세를 받으라고.

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난 95년 4월, 충남지역 81개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모여 만든 지역운동단체다. 뒤늦게 출발한 시민운동 후발주자지만 최근 대전지역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메이저단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론주도형 종합적 시민운동체

기존 재야운동과 기성 시민운동을 뛰어넘는 ‘제3의 길’ 모색. 참여자치 창립멤버들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전사를 조금 더 들추면 대전지역내 통일운동진영이 양분되던 95년 당시, 참여자치는 일부 대전연합 출신 ‘온건파’ 재야운동가들이 결합돼, 대전 지역운동의 새로운 방향타를 제시한 지역의 ‘새로운 물결’이었던 것이다. 운동노선의 좌우 편향을 극복한 시민을 위한 시민운동. 대전참여자치가 지향하는 운동방향은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창립초 참여자치는 두 명의 실무자로 일을 시작했다. 이충재 실행위원과 금홍섭 시민감시국장, 96년부터는 김제선 사무처장과 금홍섭 시민감시국장. 듀엣으로 일하던 그들은 98년 2월부터 3명, 98년 5월부터 5명, 올 2월부터 7명 순으로 점차 실무자의 수를 확대해갔다. 그만큼 일이 늘었기 때문이리라. 최근엔 비상근 연대기획국장(심규상·충남지역신문협회 도청주재기자)을 포함, 8인의 활동대오가 참여자치를 지키고 있다. 이중 정상적 급여를 받는 활동가는 다섯. 나머지는 자원활동가이거나 인턴이다. 급여수준은 60만 원선. 적은 급여지만 이것조차 매월 꼬박꼬박 나오는 건, 또 아니다. 작년만해도 12개월 중 여덟 번밖에 못 받았다.

참여자치의 회원규모는 720명. 작년까지만해도 240명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올해 480명, 3배나 늘었다. 이유는? 이종기 변호사 수임비리사건에서 참여자치가 지역 시민단체 역할을 톡톡히 했고, 이런 활동은 시민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따라서 이런 시민의 관심은 곧장 회원배가로 이어졌다. 이에 대한 금홍섭 시민감시국장의 분석이다.

“그동안 회원사업은 주로 강제적(?)으로 행해졌어요. 아는 사람, 학생운동했던 사람, 다른 단체 사람 등등. 그러나 그들은 회비도 잘 안내고, 활동도 열심히 안하더군요. 그런데 대전 법조비리사건 이후 저희 활동을 알고 가입한 신입회원들은 활동도 회비도 열심이에요. 그런 점에서 느낀 바 있다면 역시 운동만 똑바로 잘하면 돈도, 사람도 절로 들어온다는 거예요. 관심없는 사람들에게 억지로 회원가입시킬 게 아니라 열심히 자기운동하면서, 그것을 시민들에게 인정받고, 그 힘이 회원사업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 그게 좋은 방식 같아요.”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여론주도형 종합적 시민운동체’로 규정했다. 시민있는 시민운동을 지향하지만 현재는 대전의 지역토호와 권력을 비판·감시하는 견제기구로서의 역할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참여자치의 올 하반기 운동전략이다. 이에 대한 김제선 사무처장의 고민을 들어보자.

“지역운동 하다보면 지역토호의 움직임이 눈에 잡혀요. 지역경제, 언론, 권력으로 이어지는 학연 등이 얽히고 설켜 그 고리를 차단하는 게 참 힘들죠. 힘의 차이가 너무나 커요. 그러니까 그들을 쓰러뜨리지 못하고, 늘 ‘할퀴는’ 수준에서만 맴돌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돼요.”이런 자괴감이 대전만의 생각일까? 전국의 많은 활동가들도 그와 비슷한 수위의 고민에 빠져 있지 않을까. 그러나 김 처장은 그때마다 ‘틈새전략’으로 지역토호에 대한 감시망을 늦추지 말자고 주장한다. 참여자치의 활동사례를 엿보자.

참여자치는 지난 95년부터 꾸준히 행정정보공개운동을 펼치고 있다. 100여 건이 넘도록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주로 지역현안을 개발하고,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 최근 놀라운 성공사례 한가지. 대전시 서구청장은 자민련 이인구 의원의 동생이다. 그는 IMF 이후 축소된 지방행정은 고려하지 않고 서구청사의 신축 등 분에 넘치는 개발위주의 사업을 추진했다. 따라서 참여자치는 감사원에 이에 대한 특별행정감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기관경고 및 해당공무원 징계처분을 결정했지만 감사결과에 대해서는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참여자치는 대전시에 이의신청, 전국최초로 특별행정감사 전문자료 ‘부분공개’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처럼 매번 승승장구하는 것은 아니다. 실패사례 한가지.

대전시 월평동에 위치한 계룡건설. 이 회사는 자민련 이인구 의원이 명예회장으로 돼 있다. 최근 이 사옥에 마권장외발매소가 유치된다하여 대전시민들로부터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엄청난 주민불만이 있지만 계룡건설이 임대료 50억 원과 월세 5,000만 원을 포기할 수는 없다. 따라서 학교와 주택이 있는 동네에 마권장외발매소를 설치한다는 것은 사행심을 조장하고, 교육환경을 해치며, 주차난과 교통체증을 낳는다고, 아무리 주장해봐야 그들은 못본체 한다. 게다가 지역언론마저 암묵적으로 그들을 협조하고 나섰다. 계룡건설과 시민단체가 맞붙어 싸우고 있다는 기사를 단 한줄도 내보내지 않은 것이다. 그만큼 지역의 경제, 권력, 언론이 유착해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참여자치는 이런 불합리에 맞서 총체적 차원에서 지역토호를 쓰러뜨릴 운동전략을 수립해나갈 전망이다. 이뿐 아니라 언론개혁운동, 지역기반 기업감시운동도 과감히 펼칠 것이다. 이밖에 주민참여의 꽃인 동네공동체만들기 운동에도 주력한다.

원칙있는 운동으로 자생력 갖춰야

참여자치는 지난 4년의 활동 속에서 양적 질적 성장을 급속하게 이뤘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실천과제 개발, 주체적 조직운영의 관점, 활동방식에 대해 스스로 비판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올해 정기총회 자료집에 실린 총괄평가중 일부를 인용한다.

“활동영역이 지자체의 정책영역에 집중돼 종합적 지역사회 권력에 대한 감시와 대응이 미흡했다, 경제사회와 언론영역의 개혁을 위해 노력하지 못했다, 여전히 많은 사업들이 소수의 임원과 활동가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총수입중 회비 비중 44.8%, 재정자립도 78%(회비+사업수익), 상당액의 미지급금과 부채가 있어 재정의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등.” 창립회원으로 3년째 참여자치를 지켜보고 있는 회원 이신석 목사는 참여자치 운동방향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는다. “20∼30명으로 출발한 단체가 이렇게 눈부신 성장을 이룬 것은 놀랄만한 일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참여자치가 지역 유일의 권력감시운동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계속 운동이 정책중심적으로 흐르면 자칫 시민과 멀어질 수 있다고 봐요. 만일 참여자치가 이런 점을 경계하고 있다면 좀더 주민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대전지역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쳐 속칭 “뜨고 있는” 대전 시민운동단체 참여자치. 그들이 지역내에서 올바른 지역사회의 개혁과 발전, 주민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그들의 올바른 활동을 기대하며 참여연대 김민영 사무국장이 던지는 충고다.

“원칙을 견지하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재정적으로.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돈받지 않으면서 재정자립의 원칙을 지켜나가고, 사회적 약자보호운동에도 나서야 합니다. 노동자, 빈민, 농민 등과의 연대전략을 견고히 하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장윤선(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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