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10월 2002-10-24   445

참여사회의 꿈은 무엇입니까

“장사 시작한 지 두 달쯤 후부터 이걸로 돈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버렸습니다. 체 게바라를 보고 찾아든 사람들이니 그 면면을 짐작할 수 있죠. 그분들에게 마음 편히 이야기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데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참여사회』 10월호가 찾은 독자 홍성빈 씨(40세)는 기자와 구면이다. 『참여사회』 기자들이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그의 카페 ‘CUBA CUBA’의 명성을 듣고 찾아갔다가 정기구독을 하게 한 것이 인연이 됐다.

홍씨의 가게에 들어서면 조그만 담청색 칠판에 몇 가지 손님들에게 당부하는 말을 적어놓곤 한다. 그 칠판에는 늘 “죄송합니다. 저희 가게에서는 미국음악을 틀지 않습니다”라는 사과문이 적혀 있다. 사과문 형식을 띠고 있지만 상업화된 미국음악에 대한 월드뮤직(라틴음악을 비롯한 제3세계 음악)의 선전포고처럼 들리기도 한다.

손님들은 대부분 체 게바라에 이끌려, 또는 가게를 가득 채운 라틴음악의 편안함 때문에 그의 가게를 찾아온다. 『참여사회』팀 역시 그런 부류 중 하나이다.

서적, 동영상, 사진, T셔츠 등 체 게바라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구비하고 있는 그곳은 ‘체 게바라 갤러리’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이다.

“처음에 가게를 시작했을 때 여러 사람들이 체 게바라의 얼굴이 새겨진 간판을 보고 와서는 ‘니가 뭔데 체 게바라 얼굴을 걸고 장사를 하냐’고 따져 묻곤 했어요. 하지만 어느새 서로 체 게바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어요.”

그는 자신이 그처럼 체 게바라에게 빠져드는 이유를 체 게바라의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학시절 잠시 접했지만 죽 잊고 살았던 체 게바라는 사업에 실패하고 빈털털이가 된 그에게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단다.

그는 현재 매월 치매에 걸린 노인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연세가 아주 많고 건강이 좋지 않으신 분들이다 보니 누구보다 그는 죽음을 자주 접하게 되고 죽음에 대한 생각 역시 많이 하게 된단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정신지체 장애아들을 찾아가 목욕을 시켜주고 그들과 함께 한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지만 전 생각이 달라요. 우리나라 복지시설들 너무 열악해요. 작으나마 주위의 도움이 절실하죠.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러한 활동을 소개하고 한 명이라도 동참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하죠.”

그는 『참여사회』가 이러한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줬으면 하고 바란다. 국내 복지기관의 경우 인가시설에 비해 비인가 복지시설들의 열악한 상황은 심각할 정도이다.

홍씨는 『참여사회』가 이러한 현실을 일반인들에게 알리고, 봉사활동이나 도움을 주는 사람이나 모임들을 소개해 참여를 이끌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이버 참여연대를 통해 참여연대의 활동을 접한다는 그는 “돌이 굴러가다 보면 나중에는 단지 굴러가는 것 자체를 위해 구르게 되죠. 참여연대가 그러한 관성에 빠져 조직을 위해 굴러가는 단체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초심을 잃지 않는 단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 뒤 불쑥 “참여사회가 꾸는 꿈은 무엇인가요?” 한다.

체 게바라는 평소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우리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라는 이야기를 즐겨했다. 또한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다. “인간이 인간을 억압하고 착취하지 않는 사회”를 바란다는 홍씨의 꿈이 단지 불가능한 꿈으로만 남지 않기를.

한태욱(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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