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7월 2010-07-01   2694

김용민이 만난 사람-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진실 의심되면 의문 제기하는 게 우리가 할 일”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김용민 시사평론가 사진 김은진 사진가


민군합동조사단이 발표한 ‘천안함 진상’에 대해 참여연대가 심각한 의문점이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서한을 보내자,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이걸 두고 ‘반국가행위’이며 ‘나라망신’이라고 맹폭을 가하고 있다. 수많은 과학자, 군사전문가 그리고 40% 이상의 국민이 품고 있는 합리적 의심인데도 이걸 ‘괴담’으로 단정하면서 말이다. 


‘믿고 싶은 것’만 말하는 보수언론의 비이성적 매도

서한 발송의 책임자격인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을 만났다. 참여연대가 발행하는 『참여사회』가 참여연대 일꾼을 만나는 일은 의외로 쉽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6월 23일 오전 11시에 만나기로 했다가 ‘접선 장소’를 12시 대학로로 급히 변경했기 때문이다. 애국심이 충만한 ‘어버이’들의 행차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해 못할 일이 아니었다. 가스통, 시너, 분뇨로 중무장한 이들의 연이은 폭행과 폭언, 행패로 참여연대가 말이 아닌 상태였기 때문이다.

물론 예상치 못한 일도 발생했다. 하루 3~4명 신규로 가입하던 참여연대 회원 수가 안보리 서한 발송 이후 단기간에 폭증했다. 6월 19일까지 1000여 명, 22일 <한겨레>에 광고가 나가고는 400여 명이 추가로 신규 회원이 된 것이다. 전례가 없었다. (거듭된 색깔론 생채기에 떨어져 나간 회원은 없었을까.
평소에는 주당 12~14명 정도 하던 탈퇴 회원이  그 주에는 최근엔 50여 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증감 추세를 대조하면 영향은 미미한 편이다.)

결과론적으로 본다면, 한나라당과 ‘조중동’ 뿐 아니라 ‘참여연대 사람들, 이 나라 국민 맞느냐’는 정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살펴야겠다’는 검찰, 백색테러를 위협하기도 한 보수단체 모두 참여연대 회원 배가운동을 전개해준 셈이다. 특히 백발의 보수단체 회원들의 물리적 겁박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파됐고 이에 시민들은 참여연대에 대한 성원으로 반응했다.

“마찰을 피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상근자는 괜찮지만, 회원, 인턴, 내방객들이 물리적 충돌에 노출돼서는 안 되잖아요. 그러다보니 문을 잠갔습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의연하게 우리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희에게 찾아온 보수단체 회원들의 표현의 자유도 존중합니다. 설마 휴대한 인화성, 혐오성 물질로 우리에게 실제 타격을 주려 했겠습니까? 문제는 이분들을 순간 흥분케 한 보수언론의 비이성적 매도입니다.”

과거 같으면 ‘조중동’의 타깃이 되면 바로 사망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범죄단체 조직의 수장인 양 이태호 처장은 매도됐다. 허락 없이 실은 사진은 ‘보상금 액수’만 없다 뿐이지 완전한 현상범 수배 공고 형태 그대로였다.

“장모님 전화를 받았습니다. ‘가슴이 떨렸다’ ‘이러다 국정원에 끌려가 고문당하는 것 아닌가’라고 걱정하시더라고요.”

흥미로운 사실은 이 보도를 통해 드러난 보수언론의 ‘자가당착’이었다.

“<중앙일보>는 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이라크 전쟁 반대’ 활동 전력을 꼽더군요. 전임 유엔 사무총장은 이 이라크 침략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없이 감행된 불법 전쟁이라고 규정했어요. 그런데 <중앙일보> 사주가 누구입니까? 참여정부 때 유엔 사무총장을 노렸던 사람 아닙니까? 그런 사람의 직접적 영향력 아래에 있는 신문에서 ‘이라크 전쟁 반대’ 활동을 트집 잡다니 실소를 금할 길이 없네요.”

이태호 처장의 학생운동 경력을 문제 삼은 <조선일보>는 더 기막혔다. 학생시절 이태호 처장의 운동을 ‘칭찬’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칭찬’은 자의적인 재단裁斷에 의한 왜곡의 소산이다. 당시 이태호 처장은 남북교류보다는 군축을 통한 평화체제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반反 전대협 운동’이 일어섰다”는 식으로 오도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천안함 의혹들, 국민의 알 권리

“참여연대의 의혹 제기에 대해 ‘루머를 집대성했다’ ‘유치하다’‘사소하다’ ‘질 떨어진다’라고 비판하더군요. 우리를 향한 그 집요한 검증 의지가 왜 국회 보고 석상의 정부와 군의 말 바꾸기 앞에서는 작동이 안 될까요? ‘TOD(열상감지장비)에 촬영된 동영상이 더 이상 없다’라고 했지만 나중에 속속 드러났습니다. ‘물기둥 본 사람이 없다’고 했다가 ‘있다’고 뒤집더니, 최근에는 ‘초병이 물기둥을 봤다’는 보고는 사실과 다른 것이 드러났습니다. 중어뢰 발사 능력이 있는 잠수정이 북한에게 없다더니 나중에는 ‘5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라고 뒤집었습니다. 이것은 전문가가 아니라 삼척동자도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식언食言들입니다. 언론이라면 이걸 문제 삼아 작성한 시민단체 보고서의 격을 따져야겠습니까, 아니면 책임 있는 당국자의 거침없이 남발되는 허위보고와 번복을 문제 삼아야겠습니까?”

기실 참여연대가 제기한 의혹은 ‘조중동’이 믿고 싶은 대로 인터넷 상에 출처 없는 괴담의 수준이 아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학술 커뮤니티의 논제가 될 수 없으며, 학술지에 실릴 사안일 수 없고, 국민 40%가 의구심을 품을 수 없다.

미국 사회에서는 9·11 테러에 대해 ‘알카에다 소행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시민은 매우 적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의심들이 영화를 통해서 정설처럼 소개됐다. 미국이 자작극을 펼쳤다는 줄거리의 이 영화 때문에 미국의 ‘국익’이 침해받았다는 이야기는 여태 듣지 못했다. 그러나 이 모든 정황은 ‘조중동’의 관심 밖이다.

“‘어떻게 정부 체면을 깎아내리느냐’ 이게 언론이 시민단체에게 할 이야기입니까? 어느 언론이라도 시민단체에 대해 이견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널리즘이 ‘국익’의 논리를 앞세워 시민단체를 공격할 수는 없는 겁니다.”

‘국익’과 ‘정권의 이익’은 같을 수 없다. 가장 가까운 선거에서 참패한 집권세력에겐 특히 말이다.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도 민군 합동조사단 결과 발표에 심각한 하자가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조작과 은폐가 발견됐다는 것이죠. 염치를 아는 정부라면 자진 재조사 또는 국회 진상조사 협조 등의 성의를 보여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던가요.”



“천안함 문제, 누가 먼저 ‘밖으로’ 가져갔나?”

그걸 모를 리 없는 집권세력이요, ‘조중동’이다. 이들은 “안에 일을 밖으로 가져갔다”며 나라망신 혐의, 나아가 이적행위 혐의까지 건다.

“그런 논리에 수긍하시는 분들,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집안 문제를 밖으로 들고 나가는 것에 대해 체면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하는 정서가 있지요. 그러나 참여연대보다 앞서서 ‘밖으로 가져간’ 주체는 누구입니까?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숱한 국민적 의문점을 ‘유언비어 유포하면 잡아간다’는 식의 공안 논리로 억누른 채 전쟁기념관에서 북한을 상대로 군사적 경제적 제재를 거론하며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엄포까지 늘어놓았습니다. 시장을 무시한 채 떠든 몇 마디의 말로 증시와 환율시장은 출렁였고 십 수 년간 잠복했던 ‘코리아 리스크’가 분출됐죠. 게다가 여야의 합의과정을 거른 채 과거 여야가 비준한 남북해운합의서를 파기했습니다. 그리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들고 가 제재 요구를 한 것입니다. 누가 먼저 이 문제를 내부에서 외부로 가져갔습니까?”

그래도 ‘정부와 시민단체가 같을 수 있냐’는 의문은 살아있을 것이다.

“맞습니다. 정부와 시민단체는 다르지요. 따라서 정부 주장을 시민단체가 복창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시민단체를 흔히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비정부기구)라고 하죠. 미국 주도의 불법 이라크 전쟁이 터지자, 당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무장 갈등 해소를 위한 전 지구적 연대가 있어야 한다’며 ‘NGO가 그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어요.

NGO의 그 행동 의제에 맞게 참여연대는 ‘한반도에서의 물리적 충돌 막기 위해 천안함 문제를 평화적 기조가 존중되는 기조에서 검증해 달라’며 부응했어요. 그래서 이에 맞게 적합한 행위를 했는데,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의 정부와 언론에서는 이를 ‘매국’, ‘이적행위’라고 매도합니다. 상식적인 행동입니까? 정부와 똑같은 소리를 내는 몫은 NGO가 아닌 관변단체의 것입니다.”


사회의 건강한 버팀목은 ‘시민의 통제’ 

이태호 처장을 대놓고 ‘빨갱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가 시민운동에 참여하게 된 사연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냉전 해체 이후에 학생운동의 할 일은 무엇인가’ 이런 고민이 있었죠. 그러다가 1989년 동독 시위대의 ‘We are the people!(우리는 인민이다!)’라는 피켓을 보게 됐어요. 동독 집권세력인 공산당은 그동안 무수히 많은 일을 하면서 ‘인민’의 이름을 팔았어요. 하지만 이 동독 시위대는 ‘인민은 나 자신이지, 누구도 나를 대변할 수 없다’라며 반박한 거지요. 따라서 어떤 체제이건 간에 그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할 버팀목은 ‘시민의 통제’라고 판단했어요.

그러면서 참여연대에 합류하게 됐죠. 들어와서는 반부패 운동을 시작으로 해서, 국방 분야의 내부 고발자 보호 업무를 맡았어요. 여기서 저는 시민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발견했습니다. 폐쇄된 구조 속에 있는 국방 분야야 말로 통제받아야 할 영역이란 점을 말입니다.”

상식을 조롱하는 이번 천안함 ‘진상’ 발표가 어쩌면 이태호 처장의 사명감에 불을 붙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천안함 관련 정부 발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 미국 시민권자입니다. 이 분이 눈물을 글썽이며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대테러 전쟁 시기에 저는 미국 사람으로서 미국 정부가 매우 부끄러웠습니다. 그런 저에게 그나마 미국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안겨준 유일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부시의 논리(‘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 제조국이다’)를 반박하며 그를 전범으로 규정한 미국 시민단체들입니다.’”

국가권력과 거대신문, 보수 세력의 비이성적 총공세에 참여연대는 출범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만났다. 그러나 시민의 엄호와 지원사격은 보호막은 물론 큰 자양분이 되고 있다. 공안 정국 속에서도 ‘깨어있는 시민의 주권자적 통제’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사무실로 못 돌아가고 거리를 배회하는 이태호 처장과 연일 테러위협에 시달리는 참여연대 일꾼들이 외롭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참여연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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