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9월 2002-09-24   329

자질검증이 아쉽다

총리지명자 인사청문회 모니터 보고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총리 지명으로 국민적 관심이 쏠린 가운데 인사청문회법에 따른 총리지명자 인사청문회가 최초로 치러졌다. 장상 총리지명자는 이틀간의 청문회 끝에 결국 국회 인준을 받지 못하고 탈락했다. 이번 청문회는 공직수행능력과 도덕성을 균형있게 검증하지 못했다고 해도 관련법 도입 이후 최초의 청문회였고, 첫 여성총리 지명이었다는 점, 표결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따르긴 했지만 의원 각자의 소신에 따른 자유투표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도 적지 않다. 바람직한 제도 정착을 위해 장상 총리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을 평가하고, 청문회 제도의 한계와 개선방향을 짚어본다.

도덕성 검증에 치우쳐 종합평가 생략

국무총리는 정부 각 부처의 업무를 총괄하고, 국회와 긴밀한 국정협조를 도모하는 ‘행정 2인자’다. 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고, 국회는 임명동의 절차에서 인사청문회를 열어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적격성 여부를 전체의원과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검증한다. 취지와 원칙에 맞게 운용되기만 한다면 인사청문회는 행정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을 것이다.

참여연대는 장상 총리지명자 인사청문회에 앞서 인사청문특위에 장 지명자의 인사평가서를 내고, 참여연대 시민로비단 회원들과 청문회 전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보고 그 결과를 발표하였다. 참여연대 인사평가서는 언론이 제기했던 여러 가지 의혹과 경력, 사회활동에 비춘 공직수행의 적절성 여부 등에 대한 자체 의견서로 국무총리 인사평가 검증기준을 ▲국정수행 및 통합조정능력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과 개혁성 ▲도덕성과 신뢰성으로 놓고 작성되었다.

참여연대는 인사평가서를 통해 장 지명자의 국정수행 및 통합조정능력은 적극적으로 평가할 근거가 없는 반면 김활란상 제정 추진과정에서 보여준 철저하지 못한 역사인식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 재직중 사립학교법 개정 논란을 통해 보여준 보수적 태도를 들어 철학과 가치관,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과 개혁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위장전입, 아들의 국적과 주민등록 문제, 재산과 관련한 의혹 해명 과정에서 보인 장 지명자의 말 바꾸기, 책임전가식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도덕성과 신뢰성이 의심된다는 평가를 내렸다.

인사청문제도가 올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해당 공직 수행에 적합한 능력과 자질, 도덕성과 신뢰성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검증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는 도덕성 검증에만 치우쳐 국정수행능력과 민주주의적 소신, 개혁성 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나마 상류층의 도덕 불감증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청문과정에서도 중복질의, 비효율적인 추궁, 정략적 질의 등 청문위원들의 준비 부족을 그대로 드러냈다. 각 당은 임명동의안 표결을 의원들 각자의 소신에 맡긴다는 취지로 자유투표에 붙였다. 정부수립 이래 최초의 여성총리 지명이라는 역사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도덕성, 신뢰성에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총리지명자의 답변 태도가 국회인준 부결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고위공직자의 기본요건을 도덕성과 신뢰성에 두고 있는 국민 정서의 반영이기도 할 것이다.

인사청문회 제몫 하려면 청문회제도 손질해야

부족한 시간에 사실관계에 대한 공방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소모하는 청문회로는 공직 후보자의 인사평가를 제대로 할 수 없다. 인사청문회가 제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제도가 그에 걸맞게 개선돼야 한다. 현행 인사청문회법은 청문회 기간을 15일 이내로 한정하고 있다. 이 중 청문회가 진행되는 날을 3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으니 실제로 청문회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열흘에 불과하다. 이렇게 짧은 시간으로는 깊이 있는 청문회를 준비하기 어렵다. 우선 15일이라는 기간 제한을 폐지하고,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지도록 국회가 청문회 기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또 정부기관들이 청문위원들의 자료 요구에 즉각 응하도록 엄격한 강제규정을 도입하고, 자료제출을 거부 또는 지연시키거나 부실한 자료를 제출할 경우 이를 제재할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총리실이 자료제출 시한을 넘겨 청문위원들의 자료검토 시간이 짧아진 것에 대한 위원들의 문제제기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3일 이내로 제한한 청문회 기간을 늘려 청문회 도중 불거진 문제에 대해서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미국의 경우 행정부가 청문 대상자에 대해 자체적으로 사전조사를 하여 정보를 제공한다. 또 공직후보의 상원 인준에 걸리는 기일이 평균 50일이며, 행정부의 사전조사는 평균 270일, 조사결과를 종합·정리·평가하는 데에 추가로 20일이 걸린다.

장상 지명자 국회인준 부결 이후 여야 간에 책임회피성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은 새로이 국무총리 서리를 임명하였다. 국회의 임명동의 전에 내정자가 총리직을 수행하는 것은 명백히 위헌이다. 후임 총리지명자가 국회동의를 받을 때까지 정부조직법에 따라 재정경제부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에게 직무를 대행하도록 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총리서리제도라는 위헌적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장대환 인사청문회 원칙적 절차 밟아야

각 당은 청문위원 배분비율의 타협점도 찾지 못한 채 장대환 총리 지명자의 인사청문회를 맞이하고 있다. 대선과 당내 문제로 각 당이 분주한데다가 새 총리지명자에 대해서도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또다시 부결이라는 결과를 냈을 때 따를 정치적 부담 때문에 벌써부터 부실 청문회가 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자 선출의 국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절차이기도 하다. 따라서 각 당이 처한 조건이나 정략적 이유 때문에 청문회가 형식적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철저하게 절차를 밟아야 한다. 참여연대 역시 이번 청문회 전 과정을 지켜보고, 참여하여 시민이 검증하는 인사청문회의 대의를 지켜낼 것이다.

이지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jhlee@psp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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