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6년 01월 2015-12-28   710

[여는글] 올해는  뭘 하고 살지요?

 

올해는 
뭘 하고 살지요?

 

글. 정강자
참여연대 공동대표. 태어날 때 세상을(鄭) 편안하게(康) 살아갈 놈(子)이라고 얻은 이름인데 아닌 것 같아 분한 마음이 좀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줄곧 일상의 재구조화를 꿈꾸며 사나보다.

 

참여사회 2016년 1월호

여러분은 지난해와 어떻게 작별하셨나요?
전 아직도 가슴 속 묵은 더부룩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멍을 때리고 있습니다.

 

지난 12월말 하루를 붙들고 익숙한 몇 사람이 모였습니다.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상상력과 비전을 얘기하며 과거처럼 목청 올리는 것을 이제는 좀 삼가며 지내는 연배들이었습니다. 잠시라도 서/울/을 벗어남에 감격하며 주인장의 밥상을 묵묵히 받았습니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한참을 뱅뱅 돌다가 잠자리에 들어서서야 한 사람씩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러다가 우리가 죽겠다
정리 좀 해보자 

이렇게 허우적대다가 내가 미치지

 

닳은 신발 버리듯 
포기할 건 그냥 포기해버리자
집착을 줄이자 

 

시간 낭비하지 말고 자신부터 용서해 보자
나머지는 좀 더 노력해 보자
난 지금 그러고 있어

 

자신에게 화내거나 실망하지 말자
영혼의 에너지를 충전하자
이 세상의 잡스러움을 쓸어버릴

 

다시 준비해야겠지
해보는 거다

그 행간에 오간 많은 얘기들은 여러분들이 짐작하시는 바로 그 내용들이었습니다. 목이 잠겨버린 우리 다섯 사람은 잠든 척 돌아누웠지만 아무도 잠들지 못하고 있음을 서로 알고 있었습니다. 흘려보낸 2015년에 눌려서요. 저도 한참을 뒤척였지요. 그 때 또 세월호 청문회를 마친 늦은 밤 받은 최일숙 변호사의 문자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청문회를 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에게 국가가 없다는 것, 책임지려는 책임자가 없다는 것, 지휘권자는 꼭 필요한 지휘도 안 해놓고 비겁하게 변명만 한다는 것, 내 안에도 그런 비겁함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잘게 쪼개진 무능한 파편들이 모여서 우리 사회와 정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 취업포탈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을 보내며 20~30대 취업준비생들과 직장인들은 “있는 힘을 다해 노력을 기울였고(분골쇄신粉骨碎身),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으며(다사다망多事多忙), 아무런 의욕 없이 한 해를 보냈기도 했고(고목사회枯木死灰), 걱정이 많아 잠을 이루지 못했으며(전전반측輾轉反側), 온갖 애를 썼지만 보람이 없었다(노이무공勞而無功)”고 한 해를 정리했다고 하네요.

취업준비생들과 직장인들의 이 같은 허덕거림에 그 윗세대 교수들은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러워서 그렇단다. 혼용무도昏庸無道라고 말이지.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가 그 도리를 제대로 행하지 않아서지”라는 해설을 내놓았었지요. 

 

우리는 2015년과 다른 2016년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올 해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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