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2월 2010-02-01   1013

참여사회가 눈여겨본 일_잿빛 원전 신기루 좇는 녹색성장의 정체



잿빛 원전 신기루 좇는 녹색성장의 정체


임성진 전주대 사회과학부 교수,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공동대표

이명박 정부 최대의 히트작이면서 동시에 큰 논란의 대상인 된 정책이 바로 녹색성장이다. 2008년 광복절, 토목개발주의자로 비판받던 대통령의 입에서 녹색성장이란 단어가 처음 나왔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어리둥절해했다. 오랫동안 녹색사회를 이야기해왔던 환경주의자들조차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놓고 무척 고심했다. 한편으론 진정성에 의심이 가면서도 녹색이라는 너무도 획기적인 단어를 써버린 바람에 무작정 부정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혼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 스스로 소위 녹색성장 정책의 실체를 드러내면서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나서서 재건축·재개발의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를 강조하며 그린벨트도 과감하게 해제해 나가더니, 국민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도 아랑곳하지 않고 추진해가고 있다. 그린 뉴딜 예산으로 책정된 50조 원도 그중 78%가 토목업에 집중된 반면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 예산은 3조 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되는 핵발전을 대폭 확대하고 이참에 고준위 핵폐기장까지 세울 계획이란다. 그리고 전국의 자전거 생활권화를 이야기하더니 인천에서 남해안을 돌아 동해까지 자전거도로를 만들겠다는 건설구상을 내놓았다. 결론적으로 말해 정부가 말하는 녹색성장은 녹색의 가면을 쓴 성장지상주의의 새로운 변형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이러한 MB녹색성장의 실체를 다시금 분명하게 확인시켜주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핵수출강국 프로젝트이다.


원전신드롬으로 이어진 녹색성장

 지난 12월 27일 국내 방송 뉴스시간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수출계약성사의 흥분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쏟아지는 장밋빛 전망들로 인해 이젠 원전산업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뤄줄 기반으로까지 승화되기에 이르렀다. 거기다 새해 들어서는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해 원전비즈니스를 펼침으로써 또 다른 원전수출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국민들을 다시금 들뜨게 했다.

정부 발표는 그 내용을 듣기만 해도 금방 벼락부자가 될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UAE 수출을 시작으로 정부는 2012년까지 10기를, 그리고 2030년까지는 80기의 원전을 수출할 목표를 세웠다. 이것은 세계원자력협회WNA가 추정한 신규 원전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로서 계획대로 이루어진다면 한국은 세계 3대 원전 수출강국으로 부상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개량된 한국형원자로APR 1400 1기의 수주규모를 50억 달러로 계산할 때 총 4,000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셈이 된다. 이것은 1달러를 1,000원으로만 환산해도 400조 원에 이르는 금액이니 사람들이 가히 흥분을 감추지 못할 만한 엄청난 액수이다. 정부는 이 목표가 달성되면 그로 인한 고용효과가 156만 7,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원자력이 향후 50년간 한국을 먹여 살릴 새로운 ‘먹거리산업’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 시름하는 국민들에게 이러한 청사진은 마치 지난 고도성장의 영광이 재현되는 듯한 환상을 심어준다. 특히 이를 발표하던 TV속 대통령의 모습은 과거 중동 사막에서 기적을 일궈냈던 개발신화를 떠오르게 했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들뜬 목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이제 막 출발 단계인 정부계획을 놓고 미리부터 기대와 흥분에 찬 지금의 이런 분위기는 가히 원전신드롬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것도 녹색성장의 일환인가?

여기서 우리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과연 핵산업이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이것이 바로 정부가 늘 자랑하는 녹색성장의 길인지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왜냐면 만일 국가가 막대한 예산과 정책지원을 통해 육성하는 산업이 차후에 잘못된 선택으로 판명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원전신화, 한국경제의 덫이 될 허구


계약 소식 발표 이후 정부의 원전 사업이 지닌 허구성과 함께 정치적 과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시민사회와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줄곧 제기돼 왔다. 애초 정부가 UAE 수주 규모를 400억 달러로 발표했을 때부터 금액이 크게 부풀려져 있고 경제적으로는 오히려 덫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지적됐었다. 실제 수주액은 그 절반인 200억 달러 정도인데도 당시 정부의 발표에는 아직 계약이 이루어지지도 않은 연료공급과 폐기물처리 등의 운영 지원비 200억 달러가 추가되었다. 처음부터 정부에게는 기대치를 높이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앞서 있었던 것이다.

정부가 자랑하는 한국형 원전은 실상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원자로 기본 설계를 변형한 것으로 핵심 기술은 웨스팅하우스와 모회사인 일본 도시바가 가지고 있다. 작년 UAE 원전 최종 입찰을 앞두고 웨스팅하우스는 이미 주기기설비 공사비의 48%를 차지하는 원자로 냉각재 펌프RCP와 원전 계측제어시스템MMIS 설비 분야 공사에의 참여를 요구했다. 이번에 수주한 200억 달러 중 원전 건설 비용은 100억 달러인데 그중 웨스팅하우스-도시바에게 8억 달러가 배정된 걸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32억 달러를 수주하게 된 두산중공업의 핵심기기들을 원천기술을 가진 이 외국회사가 공급하게 되면 한국이 실제 가져갈 금액은 크게 줄어들어 그만큼 경제성이 떨어지게 된다.

더욱이 우려스러운 것은 전 세계적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원전의 건설기간이 길어지고 비용도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도에 따르면 원전 1기당 건설 기간이 1970년대 66개월에서 1995년 이후에 116개월로 늘어났으며, 이와 결부된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예산이 급증함에 따라 현재 세계에서 건설 중인 45개 원자로 가운데 22개의 공기가 연장됐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핀란드의 올키루오토 원전은 건설 기간이 계속 길어지고 공사비도 두 배 이상 올라 현재까지 23억 유로(약 3조 6,800억 원)의 공사비 적자가 발생했다. 이처럼 공사비마저 늘어날 경우 사업의 적자는 불 보듯 뻔하다.

선진 최신 기술이 적용된 원전 건설마저 공사기간과 비용 증가로 문제가 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무엇보다 핵발전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술상의 안정성 문제들 때문이다. 원전 건설은 과거 중동에서 벌였던 토목 건설 사업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의 사업이다.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적절히 조절하고 치명적인 방사능을 철저히 차단해야 하는 고도의 복합적인 기술이 필요한 분야이다. 체르노빌 사고에서 보듯 단 한 번의 사고는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엄청나다. 건축 공기를 단축하여 빨리빨리 짓고 공사비도 절약할 수 있는 성질의 건설 공사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7월 한전이 UAE에 제안서를 낼 때 공기를 6개월 단축하고 사업비도 10% 깎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건설회사 경영자 출신다운 발상이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정부는 2017년까지 건설 공기를 52개월에서 36개월로 단축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형 원전이 증기발생기 균열, 열전달완충판 이탈, 핵연료봉 결함과 파손 등 여러 가지의 안정성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이 원전에 대한 이런 정도의 안전 의식 수준을 가지고 남의 나라에서 사고라도 낼 경우 그 결과를 어떻게 감당할지 심히 걱정스럽다.

이번에 수주한 원전 건설 비용은 국제가격의 25∼40%에 불과해 덤핑입찰이라는 의혹도 거세다. 또한 UAE와 불변가격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져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경우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걱정이다. 원전 수출의 신화가 자칫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덫이 되리라는 경고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이뿐이 아니다. 핵산업은 정부의 기대처럼 블루오션이 아니라 이미 사양산업으로 접어든지 오래다. 원자력에 대해 조금만 아는 전문가라면 정부가 목표수립의 근거로 삼고 있는 2030년까지 430기의 신규 원전 건설 예상치에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이 수치는 원전사업자와 관련 전문가들의 모임인 세계원자력협회가 내놓은 것인데, 예측치라기보다는 다양한 전망 중 최대치를 가리키는 것으로 현실과 매우 동떨어져 있다. 실제 전 세계 핵발전소 수는 2001년 444개를 정점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로 2009년 8월 집계 결과 435개이다.

핵산업의 미래에 대한 이러한 현상은 정작 사업자인 한전이 2020년까지 10여 기의 신규 원전 수주만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발표한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이 경우 한전이 정부안대로 2030년까지 80기를 수출하려면 2020년 이후에는 1년에 7기씩의 원전을 수출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사업주체인 한전 스스로 정부가 가능성도 없는 성장 신화를 허구적으로 만들어내고 있음을 시인한 셈이다.



원자력이 녹색성장에너지인가?

정부가 그토록 원전 수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목적에는 해외시장 진출뿐 아니라 원자력중심의 국내 에너지정책을 더욱 강화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지난 2008년 8월에 확정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08∼2030)을 보면 정부가 얼마나 원자력에 집중하고 있는지가 잘 드러난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06년 현재 15.9%를 차지하고 있는 원자력의 1차에너지공급에 대한 비중을 2030년까지 27.8%로 높일 계획인데, 이는 최종 에너지 부문에서 전체 전력 생산의 59%를 핵발전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가동, 건설, 계획 중인 원전 28기외에도 11기 정도가 더 건설되어야 한다.

좁은 국토에 원전이 계속 늘어나다보니 한국은 단위면적당 핵발전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되었다. 이는 만일에 원전사고가 일어날 경우 그로 인한 피해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추가로 건설되는 원전이 기존의 발전단지에 세워지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정책이 지속된다면 동일부지에 10∼12기의 원전까지 들어서게 돼 한국이 세계 핵발전 역사를 다시 쓰게 될지도 모른다.

잦은 고장으로 인한 방사능 누출에 대한 해결은 고사하고 이처럼 위험천만한 밀집 발전을 확대하는 게 과연 에너지문제를 해결하는 길인지, 새로운 성장인지 그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더욱이 월성원전은 지진의 위험이 높은 활성단층 밀집지역에 들어서 있지만 내진설계조차 충분히 되어 있지 않다. 아이티에서와 같은 끔찍한 지진이 원전 밀집지역에 일어난다면 과연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는가?

원자력은 또한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결코 경제적인 에너지원이 아니다. 바로 핵발전의 비경제성이 선진 각국에서 일고 있는 핵산업 쇠퇴의 근본적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초기부터 핵발전이 주로 민간 기업에 의해 운영되어온 미국의 경우 시장에서 거래되는 발전소별 자산가치를 보면 핵발전소가 가장 싸며 실제 거래량도 매우 적다. 매사추세츠의 필그림 핵발전소는 단지 8,000만 달러에 팔렸고, 한때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였던 웨스팅하우스 발전소도 단지 12억 달러에 판매가 결정된 바 있다.

핵발전비중이 70%가 넘는 프랑스에서도 프랑스 전력공사는 약 350억 달러나 되는 외채를 진 채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1992년 세계은행이 핵발전소에 대한 투자자본을 더 이상 지원하지 않기로 선언한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일본 에너지 전문가의 조사에 의하면 핵산업에 투입된 공적자금 등을 포함할 때 핵발전 단가는 10.36∼10.65엔으로 화력(9.50엔)이나 수력(9.58엔)보다 Kwh당 약 1엔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원전의 해체 비용과 폐기물의 처리 및 관리 비용을 계산하면 핵발전의 비경제성은 더욱 커진다.

핵에너지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원자력이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한다는 점이다. 정부도 이 점을 부각시켜 원자력을 녹색에너지로, 핵산업을 녹색성장을 위한 대안으로 선전하고 있다. 원자력은 발전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에너지원의 채굴에서 처리까지의 전 과정을 고려하면 사정이 달라지는데,  1kWh당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풍력발전이 9g, 태양광이 32g, 바이오가스가 11g, 바이오매스가 14∼41g인 것에 비해 핵발전은 66g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핵발전에 의한 전력공급이 최종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적으로 평균 2%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지금의 핵발전 설비를 두 배로 증가시켜 같은 발전량만큼의 화력발전소를 원자력으로 대체한다고 해도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감소는 연간 지구에서 배출되는 총량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사 극단적으로 모든 전력을 핵발전으로 충당한다고 할지라도 이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감소효과는 약 11%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위한 원전 건설에 들어갈 천문학적 재원을 마련할 길도 물론 없다.

원자력이 녹색에너지가 결코 될 수 없는 더 본질적인 이유는 원자력 공급체제가 지니고 있는 속성 그 자체에 있다. 핵발전은 20세기 산업사회의 특징인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체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중앙집중식 에너지 공급체제이다. 이에 반해 진정한 녹색에너지인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은 소규모의 분산화된 독립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원자력과 녹색에너지는 병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이다. 실제 대규모 공급체제의 중심에 서 있는 원자력과 이에 대한 예산 집중은 녹색에너지체제로의 전환을 결정적으로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혁명으로 세계적 모델이 되고 있는 독일 에너지정책의 성공도 원전 폐쇄 결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원전 수출은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녹색도 아니다. 이는 4대강 삽질의 경우와 마찬가지이다. 지금의 요란한 선전은 MB녹색성장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줄 뿐이다.


※ 이 글은 『사상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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