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7년 05월 2007-05-01   892

학교폭력? 어른부터 잘 하자

새 학기가 되면 각 급 학교는 ‘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 에 대한 전의를 새롭게 가다듬고 폭력과의 전쟁에 나선다. 중등학교에선 학부모들로 순찰대 비슷한 것을 꾸리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최근에 중학교 신입생들이 나누는 이야기 한 토막을 주워듣고 이런 떠들썩한 노력들이 과연 제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회의만 더 깊어지고 말았다. 내용인 즉 어떤 선생님은 조금만 잘못해도 남자 아이든 여자 아이든 가릴 것 없이 ‘싸대기’를 올려붙인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 심장이 콩닥콩닥 두방망이질을 치고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일더니 머리로 솟구쳤다. 그러면서 마치 그 선생님이 내 ‘싸대기’라도 올려붙인 것처럼 모욕감이 전신을 휩싸는 것이었다.

변성기를 심하게 겪고 있는 이웃의 한 남자아이는 교가를 배울 때 목소리가 튄다고 앞에 불려나가서 ‘엎드려뻗쳐’도 하고 종아리도 맞았다고 했다. 영어 단어를 많이 틀려서 엉덩이 맞은 것은 백 걸음 물러서 교육적 목적이라고 인정하지만 모든 아이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하고 실수로 다른 소리를 내면 폭력적 응징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 앞에 할 말을 잃을 따름이었다.

교육이 이처럼 폭력적인데 그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어떻게 비폭력적이기를 바랄 수 있나. 선생은 ‘바담 풍’ 하면서 학생들이 ‘바람 풍’ 안 한다고 되레 성내는 꼴이다. 내년에 큰애를 중학교에 보내야 하는 나는 이런 류의 ‘학교 괴담’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이런 무서운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안심할 수 있을지, 아이가 아니라 내가 ‘문제 부모’가 되고 마는 것은 아닌지 지레 걱정이다.

한 두 명도 아니고 많은 아이들을 지도하는 입장이 되고 보면, 그것도 일정한 성과를 내야 하는 처지이고 보면 그것이 말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십분 이해된다. 그런데도 안 되는 것은 차라리 마음 비우고 물러설 일이지 ‘싸대기’ 올려가며 때려가며 억지로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으니 이런 내가 오히려 세상을 살기에 부적당한 사람일까?

폭력은 학교에만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먼 데까지 갈 것도 없이 가정에서도 아이들에게 모욕적인 말과 폭언 등 언어폭력은 드물지 않고 매질과 손찌검을 하는 부모도 있는 것 같다.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둘째애가 미술 시간에 가족나무란 것을 만들었다. 나를 가리켜 “절대 때리지 않는 우리 엄마”라고 썼다. 이것이 칭찬인가보다. 존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이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고 더 나아가 남 존중하기를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배운 것을 실천하기도 힘든데, 보지도 못한 것을 어떻게 행하겠는가. 학교 폭력 뿌리 뽑으려면? 글쎄, 애매한 아이들 닦달할 것이 아니라 우리 어른들부터 제대로 하자고 감히 말하고 싶다.

고진하 (참여사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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