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3년 05월 2013-05-10   3558

[여는글] 아담 스미스와 공감

아담 스미스와 공감

 

김균 경제학자

 

 

다들 아시겠지만 올해 우리 참여연대의 활동 좌표는 ‘공감, 그리고 행동’이다. 이 슬로건에는 우리 시민들이 살아가는 구체적 삶의 고민과 아픔을 늘 공감하면서 함께하고 나아가 우리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 행동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참여연대의 각오가 담겨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아담 스미스 『도덕감정론』의 중심개념도 바로 이 ‘공감’이라는 개념이다.  

 

 

참여사회 2013년 5월호 (통권 198호) <여는글>

 

학부에서 경제학의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데, 그 수업에서 두세 주 정도 아담 스미스를 다룬다. 스미스의 『국부론』이 근대경제학의 출발점이고 또 이기심과 경쟁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작동시키는 기본원리임을 처음 제대로 밝힌 것도 『국부론』이니 스미스는 중요하게 다룰 수밖에 없다. 시장경쟁을 광신도처럼 맹신하는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사상적 원천도 부분적으로는 『국부론』과 맞닿는다. 신자유주의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국부론』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내 수업에서는 스미스가 중요한데, 『국부론』을 쓴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가 그전에 『도덕감정론』도 썼다는 사실 앞에서 학생들은 약간 불편해 한다. 『도덕감정론』은 도덕률이란 무엇인가를 따지는 고상하고 도도한 도덕철학 영역의 저술인 반면, 『국부론』은 세속 저자거리의 먹고사는 문제를 따지는 이른 바 ‘부자되세요’ 차원의 저술이기 때문이다. 스미스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이 『국부론』과 『도덕감정론』 간의 괴리 내지는 비일관성 문제는 오래된, 그러나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문제이다. 

 

『도덕감정론』에서 스미스가 도덕률을 도출할 때 사용하는 개념적 장치는 이른바 ‘공감의 원리’이다. 공감을 뜻하는 영어 ‘sympathy’는 ‘함께’를 뜻하는 ‘sym’과 ‘감정’ 또는 ‘고통’을 의미하는 ‘pathy’의 합성어이다. 즉 ‘감정을 함께 한다’는 뜻으로 공감共感 또는 동감同感 정도가 적절한 번역일 것이다. 스미스는 공감이 인간의 본성 중 하나라고 본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들과 감정을 함께 나누는 능력이 날 때부터 주어져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공감을 설명하는데 꽤 공을 들인다. 다른 사람이 가슴앓이를 하면 나도 같이 전염되어 슬퍼진다. 그가 기쁘면 나도 덩달아 기뻐진다. 공감은 일종의 동료애fellow feeling인 셈이다. 공감 능력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확장된다. 동물에게도 동료애를 느낀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쩌면 공감의 가장 완전한 형태는 사랑이리라. 얼마 전에 크게 사회문제가 되었던 사이코패스psychopath는 공감 능력이 생리적으로 결여된 사람을 말한다. 태생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감정 공유가 차단된 사이코패스는 아픈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아픔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해서 이해할 수는 있지만 감정적으로 그 아픔을 함께 느끼지는 못한다. 

 

 

다소간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긴 하지만 스미스는 이 공감에 기초해서 양심과 자비심의 도덕률을 이끌어낸다. 누구에게나 공감 능력이 있기 때문에 나는 만일 내가 어떤 한 행동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예측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의 공감과 인정을 얻는 방향으로 내 행동을 자제하게 된다. 이러한 타인의 인정과 평가가 내재화되어 내 행위를 규율할 때 그것이 곧 양심, 즉 내 ‘가슴 속의 재판관’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이제 스미스의  『국부론』을 이 『도덕감정론』과 함께 놓고 읽어보면,  『국부론』의 시장은 타인과의 공감을 차단한 채 무자비하게 일방적인 경쟁 효율성만을 맹종하는 사이코패스의 세계가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공정 경쟁의 세계, 즉 요즘의 경제민주화 개념과도 양립 가능한 따뜻한 시장세계로 이해해야 옳을 것이다. 

 

 

이처럼 스미스 세계의 중심에는 ‘공감’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리라. 다른 사람과의 공감과 유대에 뿌리내린 삶이 올바른 삶이자 좋은 삶이 아닐까. 이런 의미에서 올해 참여연대의 ‘공감, 그리고 행동’이라는 활동 좌표는 공동체적 삶에 대한 성숙한 성찰에서 나온 슬로건이며 그래서 그 울림도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김균 경제학자. 현재 고려대 교수이자 참여연대 공동대표. 노년이 지척인데 아직도, 고쳐야 할 것이 수두룩한 미완의 삶에 끌려 다니고 있음. 북한산과 도봉산 사이 동네에서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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