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04월 1999-04-01   555

끝나지 않은 4·3 제주항쟁

김대중 대통령님, 또 미루시렵니까?

지금으로부터 51년전 제주도에서 일어났던 4·3은 한국전쟁을 제외하고는 해방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의 목숨을 앗아간 참으로 암울한 사건이었다. 당시 희생자가 3만에서 8만 명에 이른다는 주장들이 있으며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가 발간한 피해조사보고서에 의하면 1만 4,700여 명이 피해신고를 했으며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해 신고하지 않은 사람, 행방 불명자, 유가족이 없는 피해자 등을 고려하면 3만에서 8만 명이라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런 엄청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4·3이 일어난 지 반세기를 지나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에도 국가차원의 진상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를 금기시 해왔다. 그리고 4·3의 전개과정에서 대학살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제주도민들은 침묵과 굴종을 강요당해 오고 있다.

4·3진상규명, 전국민이 나서야

4·3 문제의 해결은 어떻게 해야 가능한가? 물론 한때는 좌·우 대립의 시각속에서 ‘항쟁이다, 폭동이다’라는 말들로 대립점이 형성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아니라 역사적 실체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왜 그토록 수많은 양민이 무참히 권력에 의해 학살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4·3 피해 가족들에게 씌워졌던 연좌제 등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조차도 금기시 되어온 지난 50년 동안 가슴속에 응어리진 그 아픔과 한을 누가 보상하는가의 문제이다.

역사 속에 묻히기를 강요당했던 4·3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제주도민들에게서 화합과 희망의 새 시대는 한낱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4·3의 해결을 이루기 위해서는 물론 제주도의회 차원에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피해조사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오고 있으며, 4·3의 질곡을 극복하기 위한 도민들의 주체적인 노력도 꾸준히 이뤄져왔다. 유족단체, 사회단체, 문화예술인, 학자, 언론인, 종교인 등이 중심되어 4·3의 진상을 밝히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도민들의 노력만으로는 문제해결을 할 수 없다.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와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4·3문제의 해결을 위한 여러가지 약속을 했고, 집권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에서도 4·3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두 차례의 공청회를 개최하기도 했으나 출범 초기 의욕적인 해결의지와는 달리 정부는 ‘국회가 건의하면’이란 말로 미루고 있고, 국회는 정쟁에 휘말린 이전투구의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이런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에도 아직 제주도민들은 정부와 국회를 향한 강력한 대응은 자제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참고 기다릴 수 없다. 4·3 문제 해결의 방법은 강력한 도민의 의지와 역량을 결집시키고 전국적인 연대운동을 통한 실천운동만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4·3 해결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 도민의 입장에서 추진하고, 정부를 향해 강력하게 해결책을 촉구할 수 있는 도민적인 구심체가 필요하다는 인식아래 지난 3월 8일 도내 각계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제주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라는 상설 조직을 결성하였다.

김대중 대통령, 공약을 지켜라

제주 4·3 도민연대는 4·3의 역사적 진실규명과 정당한 평가를 통하여 4·3을 민족사의 지평에 바르게 정립함으로써 4·3희생자의 원혼을 위무하고, 도민의 명예를 회복함은 물론 4·3관련 제문제의 치유를 통하여 도민화합의 새 시대를 이끌어 감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목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회 내에 4·3특별위원회를 즉각적으로 구성하고 특별법의 제정을 통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실천운동에 주력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공약을 내걸었던 국회차원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4·3특별법 제정으로 국회차원의 진상조사를 즉각 실시하고 그 진상이 규명되었을 때 정부차원의 사과, 제주도민의 명예회복을 위한 법적·제도적·행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만은 없다. 당시 목격자와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는 지금 그 진상이 규명되지 않는다면 4·3을 역사 속에 묻혀버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제주도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야 하지 않겠는가.

오영훈 제주 4·3도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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