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04월 1999-04-01   774

참여연대 회원의 회원사업 실험

아줌마부대가 시민운동 꽉 잡았어요

풍경 1.

언제부터인가 한 꼬마아이가 참여연대 사무실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가방을 메고, 한 손엔 과자를 들고. 꼬마의 모친이 3층에서 일하는 동안 아이는 2층 대강당에서 홀로 만화영화를 보거나, 다리가 땅에 닿지도 않는 커다란 의자에 앉아 테트리스를 즐긴다.

풍경 2.

참여연대 3층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 첫째 방. 늘 짐더미가 쌓여 옴쭉달짝 하는 게 쉽지 않았던 그 방이 말끔히 정돈돼 있다. 매일매일 반지르르 윤을 내는 별동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풍경 3.

아줌마부대가 떴다! 도시락을 싸오기 위해 밥통까지 새로 사고, 자기 돈을 들여 아이를 보모에게 맡기면서 자원활동하러 나오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불이 나는 전화통을 붙들고 하루종일 상냥하게.

“거기 가입하면 돈 주나요?”

“가입하면 무슨 권리가 생기나요?”

안국동 로터리에 ‘참여연대 회원 대모집’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자 이런 전화문의가 하루에 수십 통씩 쏟아진다. 요즘 참여연대에 가입하는 회원은 매달 300명, 현재의 회원 수는 4,000명이다. 자원활동을 요청한 사람들도 100여 명에 달한다.

참여연대가 시민없는 시민운동이라는 질타를 받고 본격적인 회원사업을 시작했던 96년 봄, 조직부장 박영선 씨는 용산 사무실 문에 대자보를 붙이고 사탕을 매달아 회원모집을 해온 사람에게만 그 사탕을 떼어먹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한동안 참여연대 모든 임원 간부 간사들은 회원모집을 위해 일주일에 몇시간씩 할당해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고, 보험회사처럼 부서별 실적을 나열하기도 했다. 심지어 서울대 모 교수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하도 참여연대 회원가입을 요청해 사람들이 그를 피해다닐 정도라는 소문이 있었다.

최근 참여연대는 제 발로 찾아오는 회원들과 활동하고 있다. 예전처럼 어거지로 회원가입을 시켜 회비도 안 내고, 중도탈락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자발적 의사로 시민운동에 기여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참여연대 사무국장 김민영 씨에 따르면 “현재 참여연대 회원의 회비납부율은 60%, 매월 입금되는 회비는 2500만 원 정도 된다”고 한다.

“회원사업은 회원이 할 수 있어요”

참여연대 회원모임의 구성은 이렇다. 주부모임 그들의 어머니회, 시민로비단, 숙년회, 답사모임 우리땅, 청년모임 청년마을, 작은 권리를 지키는 사람들, 통일일꾼모임, 노래모임 참좋다. 참여연대가 펼치는 각종 권력감시운동에 동의하고 이에 동참하려는 회원들은 각각 자치모임을 꾸려 그들의 활동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참여연대 활동도 함께 한다(집회참석, 신문스크랩, 공청회 참가, 각종 감시활동 등). 그들은 좀더 적극적인 회원활동을 하기 위해 대들보모임이라는 자치모임의 대표모임을 꾸려 활동하기도 했고, 그것이 발전해 참여연대 시민위원회를 만들게 됐다. 명실상부 회원모임이 발전해 독립적 위원회를 꾸리게 된 것이다.

회원사업국을 움직이는 우먼파워

이런 바탕 위에서 참여연대는 최근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회원에 의한 회원사업의 운영. 회원모집, 회원활동, 회원행사를 회원들이 직접 하는 것이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은 8명. 주 2회 나오는 사람은 2명이다. 그들이 참여연대 회원사업을 맡았다. 회원사업국장 최유미(43세·주부), 국원 김라(38세·주부) 윤미숙(36세·주부) 김정숙(37세·주부) 김정현(32세·주부) 최정선(33세·주부) 서유미(31세·주부) 신라미(30세·곧 결혼) 정은숙(28세·주부). 이중 간사 발령을 받은 사람 3명은 10만 원 혹은, 20만 원 육아비를 포함한 활동비를 각각 받는다. 나머지는 전부 자원활동이다.

그들이 하는 일은 회원 데이터관리, 회원확대, 회원활동, 수익사업. 사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업무는 회원으로부터 오는 전화 문의다. 주소변경, 전화번호변경, 회원가입의사, 정부 등 권력기관에 대한 항의전화 등등등. 이처럼 쉽지만은 않은 회원업무를 회원이 직접 하겠다고 나선 배경은 뭘까? 회원사업국장 최유미 씨의 말이다.

“회원관리 일이 참여연대 제반 업무처럼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은 아니에요. 그리고 회원들 중에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도 많아요. 그들이 회원사업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사실 처음에는 다 주부들이라 다들 못하겠다고 나가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너무 열심히 해요. 전 솔직히 감동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운동에 대한 회원불만

95년 참여연대 송년회 때 김중배 대표는 ‘회원 한마디’라 쓰인 대자보 종이에 ‘시민의 바다로’라는 구호를 메직으로 크게 썼다. 학자나 변호사 등 전문가 중심의 운동 경향을 벗고 시민중심, 시민운동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그로부터 4년 후 참여연대 ‘시민호’가 항해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동안 참여연대 회원들은 참여연대 운동에 대해 불만들을 갖고 있기도 했다. ‘일반시민을 위한 ‘눈높이 사업’이 부족하다’ ‘다양한 회원들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반영할 수 있는 의사결정구조 및 기구가 없다’ ‘회원이 전문가집단으로부터 느끼는 소외감이 있다’ ‘임원인선에 있어 객관적인 기준과 투명성이 요구된다’ ‘지속적이고 안정된 회원관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상근자들의 행동과 사용하는 말에 회원 및 일반시민에게 거부감을 주는 요소들이 있다’ ‘양질의 자원활동가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없다’ 등. 그러나 회원들의 이런 목소리에 대한 반론도 있다. 참여연대 운동이 출발부터 회원에 의한 조합주의 운동은 아니라는 것. 또 참여연대는 회원중심적 조직이 아니라 회원·전문가·상근자가 모두 주인인 공동체라는 것 등이다.

최근 참여연대 시민위원회 MT에서는 회원 회비의 쓰임에 대해 거론되는 등 회원의 요구는 점차 높아간다. 회원을 위한 투자비중을 높여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매달 내는 회비중 회원을 위해 쓰여지는 비중이 낮다는 것이다. 이는 참여연대의 회원서비스가 부족하다는 말도 된다. 그러나 시쳇말로 참여연대가 하는 활동은 ‘돈 버는’ 일이 아니다. 따라서 회원의 복지 등에 투자할 비용이 활동비용보다 높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막 나가면 견제한다

두달째 참여연대로 출근하고 있는 회원사업국 사람들은 도시락을 싸와서 점심을 먹는다. 마치 여고시절 점심시간을 연상케 하는 그들은 그때마다 회원사업국이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한다. 제일 먼저 수익사업을 기획하게 됐다. 전 부서가 독립재정으로 운영되는 참여연대에서 회원사업국도 별 수 없는 일. 그래서 고안한 것이 참여연대 캐릭터사업이다. 89년 해직된 전교조 선생님들이 참교육 물품을 팔아 재정을 마련했던 것처럼 참여연대도 한번 해볼만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 것보다야 회원이 고안해 회원이 팔아 회원을 위해 또 시민운동을 위해 쓰겠다는 데 말릴 일이 없다. 첫작품은 가방. 참여연대 로고가 찍한 가방을 만들어 선뵐 계획이란다. 말을 꺼내자마자 주문이 쇄도한다. 양말도 만들어라, 모자도, T셔츠도 만들자 등등등. 요즘 그 방 사람들은 신이 나 있다. 오랫동안 새장에 갇혀 있던 새가 하늘을 날면서 자유를 만끽하듯 집에만 있던 주부들이 사회로 나와 의욕이 대단하다. 회원통신 편집장을 맡은 김라 씨는 5월호부터 달라지는 회원통신을 기대해달라고 귀띔한다. 제호도 공모하고, 표지도 바꾸고, 내지 레이아웃도 바꿀 거라고. 자원활동할 때는 몰랐는데 막상 일을 맡고나니 막중한 책임감이 생긴다며 자원활동할 때 조금 더 열심히 할 걸…하는 후회도 된다고 했다.

‘업계’ 최초로 회원에 의한 회원사업을 시도하고 있는 참여연대. 회원들은 참여연대와 같이 움직이며 돕고 때로 너무 막 나가면 견제도 하겠다고 밝혔다. 왜곡이 판치는 한국사회에서 참여연대가 부패하지 않고 건전한 방향으로 자리매김하도록 ‘감시자’의 기능도 톡톡히 할 생각이란다. 그들의 활동에 귀추가 주목된다.

장윤선(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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