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04월 1999-04-01   848

오보라도 베껴 지면 때우는 일간지 인터넷신문

오보라도 베껴 지면 때우는 일간지 인터넷신문

지난해 12월 29일 연합뉴스는 『한국경제신문』을 상대로 문화관광부 산하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에 67억 7,000여만 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조정신청을 냈다. 연합뉴스는 신청서에서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90년 이래 연합뉴스 기사를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 넷츠고, 기업 호스트, 자사의 유료 정보상품인 초이스, 인터넷신문 등에 무단전재해 저작권을 침해해 왔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저작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통상 언론사들은 연합뉴스와 월 단위로 계약을 체결해 기사 서비스를 받는다. 연합뉴스가 제공하는 기사는 내·외신 기사를 통틀어 평일의 경우 700~800여 건, 주말과 휴일 300~400여 건의 기사를 출고한다. 연합뉴스 기사가 제공되는 언론사 기자들은 이를 ‘참고’하거나 외신을 바탕으로 별도의 기획 아이템을 수립하기도 하며 더러 기사를 전재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연합뉴스는 사건을 취재·보도하는 언론사이자, 언론사에 기사를 제공하는 뉴스서비스업체인 셈이다.

문제는 이상하게도 연합뉴스 기사를 신문에서 그대로 전재하는 경우 [연합]이라는 크레딧을 달지 않거나, 오히려 자사 기자의 이름을 달아 처리하는 ‘이상한’ 풍토가 온존해 왔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의 주주들이 언론사이기 때문에 그런 행태가 자리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힘든 관행이다.

매달 이뤄지는 기사 서비스 계약 역시 기사를 제공받고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지 연합뉴스 기사를 마치 자신들이 직접 취재·보도한 것처럼 처리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신문들은 자사 지면에 [연합]이라는 크레딧을 다는 데 아주 인색하다. 국내에 상주하는 외신기자들에게도 이같은 양상은 “이해할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일간지, 하루평균 123건 기사도용

지난해 5월 26일~28일 연합뉴스노조 산하의 권리찾기팀에서 서울지역 종합지를 대상으로 ‘기사 도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하루평균 123건의 기사가 도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기사를 그대로 전재한 경우만을 사례에 포함시켰다.

기사 무단전재 관행은 어떠한 설명 이전에 언론의 기본적인 윤리에 해당하는 문제다. 이는 다른 언론사들이 연합뉴스 기사를 서비스 받는 ‘고객사’라는 점에서 역대 연합뉴스 경영진이 적극적인 개선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점도 한 원인이었다.

연합뉴스 기자들은 “신문들이 기사에 명예훼손 우려가 있거나 특정 이익단체의 반발이 예상되는 경우에만 〔연합〕이라는 크레딧을 달고 있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다음은 한 연합뉴스 기자의 체험담이다.

“한번은 유명 레스토랑 체인점의 샐러드가 대장균에 오염됐다는 기사를 오전에 출고한 적이 있었는데 오후 내내 해당업체의 항의전화에 시달렸다. 실제로 검출된 것은 위험도나 죄질이 가벼운 ‘대장균군’이었는데 ‘대장균’으로 보도해 피해가 크다는 내용이었다. 사정을 알아보니 신문에서 내 기사를 그대로 받아써 PC통신에도 그냥 올려버렸고 신문사의 해당 기자들은 항의전화가 오면 ‘연합뉴스 기사니까 그리로 알아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연합뉴스 기자들로부터 ‘오보마저 무단전재되는’ 체험담을 듣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반면 97년 8월 ‘이집트 주재 북한대사 부부가 잠적했다’는 연합뉴스 카이로 특파원의 특종기사는 『중앙일보』와 『한겨레』만이 연합기사임을 밝혔으며, 서울지역의 다른 신문들은 모두 자사기자의 기사로 처리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또, 96년 전후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신문사들의 뉴미디어사업 진출로 연합뉴스 기사의 무단전재 양상은 더욱 심각해졌다.

PC통신에 IP(Information Provider)로 참여하거나 인터넷 전자신문을 만들어 자사 기사를 제공하는 일은 신문사에서는 이제 기본적인 사업이 됐다. 또한 ‘종이신문 시대 이후’를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이들 전자매체는 신문사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주요 사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서도 연합뉴스 기사의 무단전재는 되풀이됐다.

신문사들이 연합뉴스에서 출고하는 기사를 다운받아 자사 인터넷신문이나 PC통신에 그대로 게재한다는 것이다.

<표 1>은 연합뉴스노조 산하 권리찾기팀에서 지난해 신문사 PC통신 제공 기사 가운데 연합뉴스 기사의 무단전재 비율을 조사한 자료다. 『중앙일보』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유니텔에서, 『한국경제신문』은 넷츠고에서 조사했다.

현실적으로 하루하루 마감이 있는 신문으로서는 전자매체에 리얼타임 뉴스 제공이라는 제기능을 부여하려면 어지간한 인적·물적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때문에 연합뉴스 기사는 그날 신문과 다음날 신문의 간극을 메우는 좋은 서비스 자료가 된다.

하지만 전자매체에서 이뤄지는 기사 무단전재는 앞서 신문지면의 그것보다 문제가 좀더 심각하다. 먼저 PC통신, 인터넷신문 등 전자매체에 연합뉴스를 게재하는 것 자체가 계약위반이다.

신문사들이 연합뉴스와 매월 체결하는 뉴스서비스 계약은 기본적으로 신문지면에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전자매체에도 기사를 서비스받기 위해서는 별도의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는 계약서에 규정돼 있는 사안이다.

두번째는 언론의 윤리문제가 더욱 도드라진다는 점이다. 인터넷신문의 경우 모든 신문사들은 저작권 규약을 명시하고 있다. 대체로 ‘본 기사내용을 인용하거나 대외적으로 사용할 경우 반드시 OO신문이라는 출처를 밝혀야 한다. 기사를 무단으로 전재, 변조, 복사, 배포, 판매 등을 해서는 안 되며 이는 저작권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이다. 스스로 기사를 무단전재하고 있으면서 버젓이 기사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세번째는 뉴미디어사업 역시 수익사업으로, ‘돈’ 문제가 걸려 있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신문사들은 당연히 PC통신 업체들과 돈을 받고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며 인터넷신문도 접속 수에 따라 광고가 뒤따른다. 연합뉴스에서 본다면 자기 기사로 남들이 돈을 버는 꼴이 돼버린 것이다.

기자윤리 의심케 하는 무단전재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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