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2년 01-02월 2022-01-01   1156

[이달의참여연대] 병역 제도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병역 제도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평화와 인권을 지향하는 병역 제도 개편 방향

 

글. 황수영 평화군축센터 간사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가장 국가적인’ 제도, 병역 제도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주제이자 언제나 뜨거운 이슈입니다. 하지만 그 뜨거움이 무색할 만큼 군의 변화는 더뎠습니다. 한국전쟁은 아직 공식적으로 끝나지 않았고, 한국은 언제라도 다시 전면전을 할 수 있는 군사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군은 징병제와 세계적으로도 최상위권인 군 복무기간을 통해 약 50만 명의 상비 병력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는 젊은 남성들에게 큰 부담이 되어왔습니다.

 

병역 제도는 위협 분석과 군사 전략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평범한 시민의 삶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두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영역보다 신성화되어 있고 합리적인 토론이 부족했던 분야이기도 합니다.

 

‘모병제냐, 징병제냐’ 넘어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선택적 모병제 도입을, 안철수 후보는 준모병제 도입을, 심상정 후보는 2030년 완전 모병제 도입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모두 병력 감축을 전제로 한 주장들입니다. 여러 주장이 다양하게 등장하는 것은 병역 자원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역 제도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병역 제도 개편의 방향을 ‘모병제냐, 징병제냐’로 단순하게 정리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병력 수요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에 대한 철학과 정책, 군사 안보 전략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군사 안보 영역에 대한 민주적 통제, 징병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경제적 요소, 군 복무 환경 개선, 시민의 기본권 보장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설계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참여연대는 군인권센터, 나라살림연구소와 함께 2021년 상반기부터 병역 제도를 어떻게 개편할지 고민하고 논의해왔습니다. 현재 병역 제도의 문제점과 기존 연구들, 해외 사례를 검토하여 <평화와 인권의 관점에서 본 병역 제도 개편 방향>을 정리하였고, 지난해 11월 1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주 내용은 ▲ 상비 병력 30만으로 감군 ▲ 징모 혼합제 도입 ▲ 의무 복무 12개월로 단축 ▲ 군 구조 효율화 ▲ 군 인권 개선 등을 담고 있습니다. 인구 절벽에 대응하고, 젊은 남성이 감수하는 희생의 크기를 줄여나가며, 방어 중심으로 군사 전략을 전환하여 평화체제를 준비하기 위한 방향으로 병역 제도를 개편하자는 취지입니다. 

 

2022년 1-2월 합본호 (통권 292호) 

 

중요한 것은 ‘적정 병력’의 규모 

 

문재인 정부는 <국방개혁 2.0>에 따라 2022년까지 상비 병력 50만 명으로 감축하고 숙련 간부 중심으로 군 인력 구조를 개편해왔지만, 한국군은 여전히 병력 위주의 대군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인구 절벽으로 인해 현재의 병력 규모와 18개월이라는 군 복무기간은 더 이상 유지가 어렵습니다. 2025년부터는 입영 대상자 수가 필요한 병력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고, 2038년부터는 약 5만 명씩 부족해집니다. 

 

병역 자원이 부족해지는 이유는 ‘현재 수준의 50만 명 병력 유지는 불가피하다’는 전제 때문입니다. ‘병역 제도’는 병력 수요와 병역 자원을 연결하는 제도로,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병역 제도 설계는 ‘적정 병력’에 대한 추산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한국군의 적정 병력이 어느 정도인지 결정하고 병력 감축 계획을 세우는 것이 차기 정부의 핵심적인 과제일 것입니다. 

 

한국군이 50만 명이라는 대규모 병력과 사단을 유지해온 이유 중 하나는 ‘유사시 북한 안정화 작전’ 때문이었습니다. 유사시 북한 지역을 점령한다는 계획으로, 국제법적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많을 뿐 아니라 비현실적인 계획입니다. 또한 더 이상 군사력은 병력으로만 결정되지 않으며, 남한의 군사력과 국방비 지출은 이미 북한에 비해 압도적 우위에 있습니다. 한반도의 재래식 군사력 균형에 대한 많은 연구들은 북한의 재래식 전력이 매우 낙후했으며, 북한은 한국, 미국과의 전면전을 유지할 군사적, 경제적 능력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정 병력’은 현실적인 위협 분석과 실현 가능한 군사 전략을 바탕으로 추산되어야 합니다. 군의 목표를 북한 공격이나 점령이 아닌 방어로 분명히 정립하고, 군사 전략을 재검토한다면 얼마든지 병력을 감축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남북 대화와 상호 위협 감소, 신뢰 구축을 위해서라도 병력과 군비는 지속적으로 줄여나가야 합니다.

 

2022년 1-2월 합본호 (통권 292호)

 

‘병력 30만, 복무기간 12개월’…지원병 제도 신설해야 

 

인구 절벽을 고려하고, 한국군의 ‘적정 병력’ 규모를 평가하며, 비현실적이고 부적절한 북한 안정화 작전을 수정하여 방어 중심으로 군사 전략을 전환한다면 상비 병력을 30만 명으로 대폭 감축할 수 있습니다. 

 

이에 맞추어 ▲ 30만 병력에 맞춰 병 중심에서 간부 중심으로 병력 구성 개편 ▲ 부대 구조 축소 개편 ▲ 의무병 복무기간 12개월로 단축 ▲ 병 월급 최저임금 수준으로 현실화 ▲ 3년 복무 지원병 제도 신설하여 징모 혼합제 도입 ▲ 부사관 인력 획득 구조 개편 ▲ 장교 인력 획득 구조 개편 ▲ 여군 지원병제 운용 및 여군 확대 ▲ 장기 복무 인력 확보를 위한 다각적 변화 ▲ 군 복무 환경 개선과 군 인권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합니다. 

 

병역 제도는 개인의 삶과 국가의 전략 모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병역 제도를 바꿔나가는 과정은 대체 불가능한 젊은 날의 시간을 군대에서 보내야만 하는 남성의 희생을 충분히 고려하고,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군사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책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참여연대는 지속가능한 병역 제도를 위한 우리 사회 논의가 보다 풍부해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것입니다.

 

➊ 김신숙, <역사와 쟁점으로 살펴보는 한국의 병역제도>, 메디치, 2020

 

>> 2022년 1-2월호 목차보기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