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2년 01-02월 2022-01-01   1613

[특집] 메타버스의 민주적 활용은 가능한가

메타버스의 민주적 활용은 가능한가 

‘메타의회’ 중심으로 

 

글. 방승주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코로나19 대유행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제 ‘비대면 회의’가 일상화되었는가 하면 메타버스Metaverse, 즉 디지털 가상세계에서 게임의 차원을 넘어 아예 우리의 일상을 그곳에서 영위하는 것도 가능하겠는가 하는 문제가 요즘 가장 주목받는 관심사 중 하나가 되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모여서 이야기하고 놀고, 즐기며 부대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다 보니, BTS는 포트나이트Fortnite에서 〈다이너마이트〉 신곡 발표를, 블랙핑크는 제페토ZEPETO에서 팬 사인회를 열었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모동숲’에 깃발을 꽃고 선거운동을 했던 것이다. 과연 이 메타버스가 정치적 영역, 특히 의회에서도 의사소통 수단이 될 수 있겠는가?

 

 

현대 민주주의 : 대의민주주의, 

정당민주주의 그리고 직접민주주의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요, 정당민주주의라고 한다. 그 이유는 고대 아테네에서 실시되었던 것과 같은 직접민주주의는 오늘날 그 구성원의 수가 아무리 적은 정치적 공동체라 하더라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날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당이 없이는 대의민주주의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정당은 민주주의와 특히 선거에 있어서 필수적인 제도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자기지배를 의미하는 민주주의는 국민표결, 국민발안, 국민소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의민주주의의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2022년 1-2월 합본호 (통권 292호)2022년 1-2월 합본호 (통권 292호)

닌텐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제페토에서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자 캠프 입주식(오른쪽) Ⓒ조 바이든 캠프 홈페이지, 유튜브 ‘델리민주’

 

 

각 정치적 영역에서

메타버스의 필요성과 가능성

 

위에서 언급한 선거와 정당민주주의 그리고 대의민주주의에서 과연 메타버스가 일종의 정치적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필요하고 그 활용이 가능할 것인가?

 

첫째, 선거의 영역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후보와 정당이 효과적으로 선거운동을 하여야 하며, 또한 유권자 역시 누가 가장 자신들을 대표할 수 있는 적합한 인물인지를 스스로, 직접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선거의 영역에서는 이미 인터넷과 이메일, 문자와 SNS 등 디지털 매체를 통한 선거운동이 광범위하게 허용되고 있으며, 후보가 신체적·물리적으로 유권자와 직접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이러한 디지털 매체가 잘 메꾸어 줄 수 있는데, 메타버스 역시 마찬가지이다. 헌법상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의 차원에서 이러한 디지털 매체들의 활용은 얼마든지 보장된다.

 

둘째, 정당민주주의의 차원이다.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을 매개하는 기관으로서 선거에 후보자를 출마시키기 위해서 예비경선을 하며, 차기 선거 승리를 통한 정권 창출을 목표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특히 각 당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후보의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제도를 당헌과 당규에서 다양하게 제도화시키고 있는데, 이러한 예비경선에서는 모바일 투표 등 아직 본 선거에서는 도입되지 않은 다양한 디지털 선거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각 정당 예비경선에서도 투표의 조작이나 해킹 가능성이 있을 것이기는 하지만, 부정선거의 방지 측면보다는 국민이나 당원의 보다 많은 참여 가능성 쪽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영역에서 앞으로 메타버스는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필요성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셋째, 의회민주주의의 영역에서는 좀 다르다. 국회의 활동은 놀이나 게임, 연예나 상거래에 참여하는 사인私人➋이나 사기업私企業과는 달리 국회의원 각자가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가적 의사나 운명을 결정하는 공적公的 활동이기 때문에, 지켜져야 할 중요한 헌법상 원칙이 있다. 대표적으로 회의공개의 원칙, 자유위임의 원칙, 평등위임의 원칙이 바로 그것이다. 

 

 

‘메타의회’가 성립하려면….

 

2022년 1-2월 합본호 (통권 292호)

2021년 8월, 당시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가 제페토 맵에 구현한 국회 본회의장 형태의 유세장 Ⓒ제페토 ‘정세균 슬기로운 국회생활’ 

 

만일 의회가 오늘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이나 그 밖의 자연재해 등 비상사태로 인하여 의원의 전부 또는 일부가 의사당에 신체적·물리적으로 출석할 수 없을 경우라면 영상회의 시스템을 통한 원격의회는 필요할 뿐만 아니라 허용될 수 있다(국회법 제73조의2). 

 

하지만 이와 달리 메타버스에 의한 국회, 즉 ‘메타의회’는 이러한 비상상황에서도 필요하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메타의회에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접근이 가능한 일부 국민들만 방청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므로, 소위 회의공개의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 

 

그리고 오늘날 메타버스 세계에서는 극사실적 컴퓨터그래픽CG과 딥페이크deep fake➌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물과 거의 똑같아 보이는 아바타나 페르조나 또는 소위 ‘부캐’나 ‘오토auto’ 등 국민들이 그 실제 신원을 투명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가상 또는 가짜 AI 의원들이 출석하여 회의에 참여하고 표결한다면, 이는 의원 각자가 국가이익을 위하여 양심에 따라 평등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자유위임의 원칙’과 ‘평등위임의 원칙’에 반하게 된다. 

 

따라서 비상 상황에서 부득이한 경우, 영상회의 시스템을 통한 원격의회 정도까지는 헌법적으로 허용되지만, 가짜 AI 의원의 회의 참여와 표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메타의회’에서의 의사 진행은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다만 국민의 광범위한 실시간 방청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제 의회와 함께 메타의회를 병행하여 동시 가동하는 경우는 전술한 원칙들을 침해할 우려가 없기 때문에 허용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순수議事, 즉 의회의 회의와 표결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에서 메타버스는 유권자나 시민과의 정치적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로서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을 통한 직접민주주의의

가능성과 한계

 

최근 블록체인을 통한 직접민주주의의 구현 가능성이 새로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블록체인은 원장공유를 통하여 디지털 정보독점으로부터의 탈중앙화와 분권화, 모든 참여자의 직접적 인증에 의한 위·변조 가능성 배제 등이 그 특징을 이루고 있다. 향후 디지털 전자표결에 있어서 블록체인 기법을 도입할 경우 투표의 조작 가능성과 해킹 가능성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민주주의 광범위한 도입을 가능하게 할 것이지만, 선거(투표)의 비밀이나 사후 검증 가능성 측면에서 문제가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메타버스를 정치적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 블록체인을 통한 표결가능성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계속 더 연구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 

 

➊ 닌텐도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의 약칭 

➋ 개인 자격으로서의 사람

➌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활용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

 

 

특집 메타버스의 물음들

1. 메타버스로 들어가는 문 편집팀 

2. 인간에게 가상공간이 왜 필요해졌을까? 이광석 

3. 메타버스의 민주적 활용은 가능한가 방승주

4. 메타버스 시대의 경제와 빈부격차 김동환

5. 비영리·공공 분야 메타버스의 활용 사례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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