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1월 2010-01-01   970

참여사회가 눈여겨본 일_2010지방선거, 위기의 민주주의 구하기



2010지방선거, 위기의 민주주의 구하기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2010년 새해 단연 국민의 관심을 끄는 것은 6월 2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일 것이다. 이번 선거는 광역자치단체장과 광역의원,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광역과 기초의 정당 비례대표, 여기에 교육감과 교육위원까지 유권자 한명이 총 8명을 선택해야 하는 복잡하고 큰 선거이다. 역대 어느 선거보다 많은 후보자들을 상대로 복잡한 선택을 해야 하는 만큼 유권자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선거가 될 것 같다.

MB정부 중간평가

공교롭게도 이번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시점은 이명박 대통령 집권 5년의 딱 중간에 해당하며 그 이후로 2년 동안 전국선거가 없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가 크다. 지방자치 일꾼을 뽑는 선거라 하지만, 전국 동시선거인만큼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집권 전반기 성적표를 어떻게 매길지, 국민경제 회복의 체감정도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가 선거결과에 강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미 두 차례의 보궐선거에서 집권여당에 대한 강한 심판의 의사를 표출한 유권자들의 표심이 지방선거에서는 또 어떻게 드러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정치전문가들은 대부분 2010지방선거가 만약 집권여당의 참패로 귀결된다면 이명박 정권의 레임덕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며, 그동안 국민의사에 반하여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던 각종 정책들을 더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정책에 대한 재고나 속도조절 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사실, 지난 2년 여 동안 집권여당은 국민적 의사에 반해 미디어악법 날치기, 부자감세와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는 등 특권층과 재벌에게만 유리한 특혜정책을 펼치는가 하면 서민과 중산층에게 돌아갈 복지예산이나 교육예산은 대폭 삭감하는 등 편향적 정책을 펼쳐왔다.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비정규노동자, 청년실업자, 영세상인 등 취약계층의 지원을 위한 정책은 한사코 가로막고 있다. 엉뚱하게도 행정중심복합도시 문제를 들고 나와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교란시키며 오히려 수도권집중을 강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무리한 정책강행의 와중에 전반적인 민주주의가 훼손당하고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와 같은 시민의 기본권이 심대하게 침해당해 왔다. 유죄여부와 상관없이 검찰의 기소권을 남발하여 <KBS> 정연주 사장이나 <PD수첩> 제작진과 같은 언론인들을 솎아내는가 하면 야권인사에 대한 무리한 수사로 전직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2008년 전국 수백만의 시민들이 평화로운 촛불을 밝히며 이러한 이명박 정권의 일방독주, 특권층 편향정책, 민주주의 훼손행위에 항의했으나 일방적 국정운영은 지금 이 시간까지 지칠 줄 모르고 강행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권력의 편향문제가 놓여 있다. 중앙정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대부분을 석권하고 있는 한나라당이기에 그리고 야권은 분열되어 제대로 된 견제의 힘을 발휘하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대안적 세력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기에 정권과 집권여당의 일방적인 독주와 대놓고 특권층 편향정책을 강행할 수 있는 것이다. 2010 지방선거는 이러한 독주와 편향을 바로잡는 제대로 된 국민의 심판이 되어야 하며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방자치 부활 20년, 전환점이 될 것인가?

한편, 지방자치 발전의 역사에서도 2010년 지방선거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948년 제정된 우리나라 초대헌법은 지방자치를 명문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치적 격변 속에서 지방자치 실시는 계속 미뤄졌으며 몇 번의 우여곡절 끝에 실질적으로 지방자치가 실시된 것은 40여 년이 흐른 1991년이다. 그나마 지방의회 의원 선출만 우선 실시되었고 자치단체장 직선제는 그로부터 4년 후인 1995년부터 시작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0년이 되는 해가 되는 것이다.

그동안 4번의 민선자치단체장, 5번의 지방의원을 뽑는 선거를 치렀으니 이제 지방자치가 안착될 만도 한데 대다수 국민들은 여전히 지방자치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깊이 공감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언론에 나오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모습은 비리와 일탈로 점철되어 여전히 후진적 정치문화의 대명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2006년 5·31지방 선거로 2백 30명의 민선 4기 자치단체장이 탄생했지만 3년여 만에 26명이나 대법원에서 각종 비리나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가 확정됐고, 당선무효가 확정되기 전 자진사퇴한 자치단체장도 10명이나 된다. 자치단체장 일곱 명 중 하나는 비리나 법위반으로 중도하차했다는 것이니 국민들이 불신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편, 국민들의 지방자치단체 운영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도 지방자치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서울에 살고 있는 필자 역시 서울시장 이름은 알아도 우리 동네 기초의회 의원, 자치단체장이 누구인지 이름을 알지 못한다. 그만큼 아직 우리 생활 속에 지방자치가 뿌리내리지 못했으며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통의 주민들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나의 생활에 영향을 미칠 일이 별로 없다고 여긴다. 반면 자치단체에 이해가 걸려있는 사람들은 각종 허가권이나 예산배정의 권한을 갖고 있는 지방정치인들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고자 하는데 지역사회에 이를 감시하는 언론이나 단체가 거의 없다시피 하기에 이런 부적절한 관계는 결국 불법이나 특혜로 이어질 개연성을 갖는 것이다.

더구나 2006년 지방선거 결과 지방자치단체장과 이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 의원들 대부분이 한 정당 소속인지라 사실상 감시나 견제의 무풍지대에서 놓여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가령 서울시장의 소속 정당이 한나라당인데 서울시의회 의원 101명 중 95명이 한나라당 소속이고, 민주당 의원은 고작 5명, 민주노동당 의원이 오직 1명뿐이다. 한나라당 소속인 서울시장의 뜻에 반하는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될 가능성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 때문에 참여연대가 서울광장 조례 하나를 바꾸자고 서울시민 1%인 8만 여 명의 직접 서명을 받아 조례발의를 하기 위해 6개월 동안 뛰어 다닐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같은 지역의 일당독식체제는 전국적인 현상이며 지방자치가 과연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객관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 일당독식체제는 특정 정치집단의 일방독주가 가능하도록 만들고 부패와 특혜, 낭비와 비효율의 악순환 고리를 만들어내며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자치가 특정정당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일부 특권세력, 이권세력의 이해대변이 아니라 다수주민의 생활개선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의 주역인 지방정치인들의 혁신은 물론이거니와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절대적으로 요구한다. 그 첫 출발은 아무래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제대로 된 주인노릇을 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방선거, 정책 선거연합으로 맞서

시민운동 역시 2010 지방선거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 우선은 시민운동의 기존 관성인 애매한 중립적 태도에서 벗어나 이번만큼은 집권세력과 여당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분명히 견지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정치적 균형이 심각하게 무너져 있는 현재의 정치상황을 방치한다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국민경제 전반에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을 남길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민주주의의 회생과 정치 균형의 회복을 위해서 이명박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대한 분명한 견제, 심판의 목소리를 내고 그러한 뜻에 동의하는 유권자의 힘을 결집하는데 시민운동이 철저히 기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진보개혁세력 전반에 대해 ‘정책연합에 기초한 선거연합’을 이루자는 제안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절대적 힘을 갖고 있는 여당에 맞선 야권의 분열상이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선거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 개혁적 가치와 정책에 동조하는 제 정치세력, 사회세력이 정책연합을 이루고 선거의 승리를 위해 공조 협력하자는 제안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진보적 정치세력이나 중도적 정치세력 각각이 자신의 정치적 주장과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충분히 보여줄 수 있도록 기회를 갖되, 선거과정에서는 가급적 후보의 단일화를 이뤄 유권자들의 뜻이 온전하게 선거결과에 반영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는 요구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거연합이 정치세력들 간의 협상만으로는 결코 쉽사리 이뤄질 수 없을 것임은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특정정파에 얽매이지 않은 시민사회단체가 선거연합을 성사시키기 위한 적극적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 나아가 진보적 개혁적 유권자들의 뜻이 후보자 결정과정에 온전히 투영되어 경쟁력 있는 야권 후보자를 세울 수 있도록 유권자 참여형 연합공천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반 정치세력, 사회세력이 지혜를 모아 진보 개혁적 가치와 정책도 살리고 더 많은 유권자의 뜻도 하나로 모아나갈 수 있는 구체적 방법론을 만들어내야 한다. 


투표참여 운동으로 위기의 민주주의 극복

둘째는, 대대적인 유권자 참여운동의 기획이다. 유권자의 힘을 모으고 이를 표출시키는 것이야말로 고착화된 정치현실을 헤쳐 나가는 유일한 방도이다. 가장 대표적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유권자운동이 바로 ‘투표참여운동’이라 할 것이다. 갈수록 떨어지는 투표율은 바로 민주주의와 정치의 위기를 보여주는 증표이다. 유권자의 절반도 참여하지 않는 선거는 그 자체로 대표성을 갖기도 어렵고 안정적인 정치적 기반을 형성하기도 어렵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정치현실만 개탄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일이라는 것을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2008년 전국 수백만의 시민들이 두 달여 동안 들었던 촛불을 조용히 내려놓으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던 것은 바로 투표를 통한 심판, 선거를 통한 국민의사 표현에 힘을 모아야겠다는 결의였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조직해내고 또한 전국적으로 연계해낼 것이며 그 뜻이 잘 드러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가령 2008년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때, 자기 아파트나 가게에 광우병쇠고기수입을 반대한다는 조그마한 플래카드를 걸었던 것처럼 창조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자발적인 국민운동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전국적으로 봇물처럼 터져 나왔던 ‘시국선언’의 물결을 참조해봄직도 하다. 당시 ‘우리가족 시국선언’ ‘우리 동네 시국선언’이라는 새로운 의사표현 방법이 나오기도 했는데, 2010년을 맞이하여 우리 가족은 혹은 우리 사무실 동료들은, 우리 대학 동아리 회원들은 반드시 투표에 참가하여 국민의 뜻을 밝히겠노라는 선언문을 발표하는 국민운동을 펼치고 또한 이를 하나로 모아내는 ‘국민 투표참여 포털사이트’ ‘전국 투표참여 국민운동본부’ 같은 것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시민의 거대한 폭풍이 몰아친다

선거는 늘 정치세력들 간의 각축이며 유권자는 구경꾼 내지는 방관자의 노릇만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글 서두에 밝혔듯이 이번 6월 지방선거는 한국정치사에 있어 그리고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지방자치의 건강성 회복을 위해 더없이 중차대한 의미를 갖는 선거이다. 더 이상 구경꾼 노릇만 해서는 불신 받고 있는 지방자치와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 중산층과 서민생활 향상을 위한 정책관철은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선거의 주인노릇을 제대로 하기 위한 창조적인 방안을 많은 유권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야권의 분열상을 극복하고 적어도 진보 개혁적 유권자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선거연합을 이뤄낼 수 있도록 하는 것에서부터 더 많은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함께 투표참여의 대열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창발적인 국민운동을 만들어내는 것까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결코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이미 깨어있는 시민들의 거대한 움직임은 2008년 촛불항쟁으로, 2009년 두 전직 대통령 추모의 물결로 거대하게 표출된 바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뜻을 모으고 또 이에 기초한 정치적 변화를 끌어내는 또 한 번의 거대한 물결을, 우리는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안내-

*민주넷 주최 신영복 교수 초청 강연회*
‘신영복에게 길을 묻다’ 


민주넷은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네트워크(준)(약칭 민주넷)는 30여개 시민단체가 함께 만든 모임입니다. ‘대중강연회’와 ‘희망찾기 100번 토론’ 등 시민 참여와 소통을 통해 민주주의를 지키며 2010년 지방선거에서 시민생활을 개선할 <좋은 정책>과 <좋은 시장만들기운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 제 주 : 2010년 1월 22일(금) 7시
* 전 주 : 2010년 1월 28일(목) 7시
– 자세한 사항은 추후 공지(민주넷
http://cafe.daum.net/minjoo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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