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3년 04월 2013-04-05   2484

[특집] 삶의 공간인가, 소유의 공간인가?

삶의 공간인가, 소유의 공간인가?

– 대안적 주거 양식

 

 

전성환 충남문화산업진흥원 원장

 

 

주택에 대한 불편한 진실 하나!

 

87년 체제의 시작과 함께 출범한 노태우 정권은 ‘주택 200만 호 공급’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그후 20여 년동안 대략 600만 채의 아파트형 주택이 공급되었는데, 1990년 당시 52% 수준이었던 전세 세입자는 지금도 47% 정도에 이르고 있다. 전세 탈출에 성공한 가구는 20여 년 동안 5%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100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470만 채 정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단다. 헐!!!

 

 

주택에 대한 불편한 진실 둘!!

 

20여 년 동안 국민주택 공급이란 명목으로 모델하우스를 지어놓고, 연예인이 출연한 TV 광고를 내면 무조건 팔리는 선분양후입주제도 아래 아파트와 신도시를 독점적으로 공급한 주택·토지공사와 대기업 건설회사들의 도시계발 노하우, 건축기술, 설계기술이 세계적이란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대기업과 부동산 투기꾼들은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동안만도 부동산 개발이익에 따른 불로소득으로 2002조 원의 이득을 누린 반면 LH공사의 부채는 117조에 이른다.

 

 

주택에 대한 불편한 진실 셋!!!

 

대한민국에 사는 전체 국민 중에 주거빈곤층 비율이 100명당 15명에 이르고(하우스 푸어 제외) 1주택을 소유하고 주택 마련을 위해 대출, 원리금상환부담을 지면서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비중이 10%이상인 소위 하우스 푸어 가구가 108만 가구, 약 374만 명에 이른다. 이들의 전체 가계부채가 900조에 이르고, 평균 가처분 소득대비 원리금 비중이 41%에 이르러 다른 경제활동을 할 여유가 없다.  

 

 

하이데거는 “집은 삶과 사회적 활동을 만들어내는 장소가 아니라 재산증식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되어 버렸다”고 한탄하면서 현대의 위기를 진단한 바 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하이데거가 얘기한대로 삶과 사회적 활동을 만들어내는 장소가 아니라 삼성, 현대, 대우, 롯데 등등 대기업의 마크가 선명하게 찍혀 값어치를 매기는 거대한 성냥갑같이 획일적인 아파트숲 속에 갇혀  수시로 보도되는 주식 시세, 아파트 시세에 일희일비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지난 몇 년 전 참여정부는 정권 중반 뒤늦게나마 아파트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을 줄이고자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했다 강남부자들에게 된서리를 맞았고, 거의 묻지마 재개발을 내세운 정치인들은 무더기로 국회로 입성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미국발 경제위기의 원인이었던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대한민국에서도 부동산 거품이 꺼져가는 지금 원도심 공동화, 재개발의 문제에 거의 속수무책이다. 이런 때에 한필지에 두 집을 붙여 지은 ‘땅콩집’은 선풍적인 관심을 끌며 우리 국민들이 심하게 말해 닭장같은 아파트를 탈출해서 “저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는” 그런 ‘삶의 공간으로서의 집’을 누구나 그리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하지만 모두가 생업의 현장을 떠나 전원주택을 지어 살수 없지 않는가? 하지만 부동산 거품이 꺼져가는 지금이 기회이리라. 주택의 대안운동은 자본주의가 생긴 이래 줄곧 있어왔다. 

 

 

대안 1. 주택협동조합운동

 

교과서에서 배웠던 소위 공상적 사회주의자들로 불리는 생시몽, 푸리에, 오웬 같은 이들은 모두 협동조합운동가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주택협동조합을 통한 도시계획가들이었고, 삶의 현장과 일의 현장이 분리되지 않는 주택 모형을 꿈꿔왔다. 중세시대부터 있었던 길드의 건물(1층에는 공방 내지 가게, 워크숍Workshop이라고 불림, 2층 이상은 주거용)이 발전된 현대의 주상복합 건물의 원형이 그때 이미 구상된 것이다. 

 

주택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양질의 주거권 확보와 커뮤니티 활성화’라는 목적에 의해 운영되는데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는 편이다. 영국의 주택 20%, 미국 뉴욕 인구 200만 명, 이탈리아 블로냐시 주택의 15%, 스웨덴 주택의 18%, 노르웨이 주택의 14% 등을 주택협동조합에서 공급했다. 주택협동조합은 분양, 임대,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 분리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투자한 직영, 직거래 공급 방식이어서 사실상 분양원가 공개는 자연스레 이루어지고, 질 높으면서 일반 건설 회사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분양 혹은 임대로 공급받는다. 

 

이탈리아 블로냐 무리(Murri) 주택협동조합이 공급한 주거의 예

이탈리아 블로냐 무리(Muurri) 주택협동조합이 공급한 주거의 예

 

 

대안 2. 코하우징 주택(Collective-Housing)

 

코하우징 주택은 대개의 경우 주택협동조합들이 지역공동체 회복과 통합적, 확대된 가족 내지는 이웃을 만들 목적으로 만들어진 주거의 형태인데 유럽에서 10여 년 전부터 도입되었다. 코하우징 주택은 사적 공간과 공유 공간으로 나누며 획일적이고 동일한 설계를 하지 않고 가족의 수, 연령, 성별, 성적 정체성 등등에 따라 맞춤형 설계, 가변형flexible 설계를 실시하고, 큰 주방 및 식당, 유아 놀이방, 세탁실, 카페, 수영장, 공연장 등 공동체마다 필요에 따라 다양한 공유 공간 설계를 하게 된다. 또한 그러한 공유 공간을 중심으로 거주자들이나 주변 주민들과의 다양한 동아리 활동, 교육 활동, 취미 활동 등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2003년에 설립된 일본 동경에 있는 ‘캉캉모리’ 임대공동주택은 0세~87세까지 맞벌이, 싱글, 노인 등 28호 36명의 어른과 10명의 아이가 입주해 있는데 노래, IT, 애완동물, 인테리어, 도서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청소, 세탁, 비품 관리 등 공동 활동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샤륵파브릭Sargfabrik은 10년간의 토론과 3년간의 건축 기간을 거쳐 1996년에 완공되었고, 4년후 미스샤륵파브릭Miss Sargfabrik이 완공되었는데 112개 가구가 11대의 차를 공유하는 카쉐어링Car-sharing을 하며, 도서관, 문화센터, 카페, 마을 목욕탕, 공연장 등 다양한 공유 공간을 통하여 그 아파트 주변 지역 전체의 구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스트리아 코하우징주택 ‘샤륵파브릭’(sargfabrik)'

오스트리아 코하우징주택 ‘샤륵파브릭(sargfabrik)’

 

 

대안 3.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 주택

 

에너지 위기, 기후 변화에 대응하여 1995년부터 독일을 중심으로 동·북유럽 국가들에 확산된 초저에너지 주택을 말한다. 패시브 하우스는 단열과 기밀을 통하여 열손실을 막고, 창과 창틀을 포함한 창문의 열손실을 막고, 남향과 태양이나 지열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서 에너지를 제공하며 탁한 공기는 내보내고 신선한 공기를 유입시키는 열교환기라는 기계장치를 사용하는 등 에너지절감형 기술과 설계가 결합된 주택을 말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약 2만 채 정도, 한국에서는 약 10여 채 정도 지어졌다고 한다. EU 국가들은 모든 건물에 대한 에너지효율등급 표시를 의무화하고, 2020년경 모든 신축 건물을 패시브 하우스 수준으로 짓도록 하고, 오스트리아는 2015년부터 짓는 모든 건물은 패시브 하우스로 짓도록 하는 등 급격한 정책적 전환을 이루고 있다.  

 

오스트리아 패시브하우스 2154m 산장에 있는 ‘쉬스틀하우스’

오스트리아 패시브하우스 2154m 산장에 있는 ‘쉬스틀하우스’

 

 

나는 원도심 활성화와 재개발에 대한 대안, 기존의 마을 만들기 운동에 대한 대안으로 주택협동조합, 코하우징, 패시브하우스 운동 등이 한국사회에서 꽃 피울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강북 지역의 노후주택들, 다세대 연립주택들, 구도심 지역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곳에서 다양한 점유 운동, 아지트들이 생겨날 것을 기대한다. 더 이상 어쩌지 못하는 고층아파트촌이 아닌, 아직 골목이 있고, 구멍가게가 있고, 쌈지공원이 있는 그곳이 대안주거운동으로 보배와 같은 곳으로 거듭나길 희망해본다.  

 

 

전성환

현 충남문화산업진흥원 원장, 전 한국YMCA정책기획실장. 

충남 아산 송악면 농가에 살면서 주택협동조합, 마을 만들기,

주민참여도시계획, 리퀴드 민주주의 실현에 골몰하면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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