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8년 10월 2018-10-01   327

[통인뉴스] ‘새로운 평화의 시대’에 걸맞은 국방개혁이 필요하다

새로운 평화의 시대’에 걸맞은 국방개혁이 필요하다

위협 해석과 공격적 전략 등 <국방개혁 2.0>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글. 이영아 평화군축센터 간사

 

 

바야흐로 평화의 시대가 왔다. 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남한의 대통령이 평양시민 앞에서 연설하는 그날을. 사실상 종전선언을 한 그날의 연설은 그래서 더 감격스러웠다. 지난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했으며, 남북 두 정상이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와 무력충돌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것과 같이 이번 평양공동선언의 가장 큰 성과는 ‘판문점선언 군사 분야 이행 합의서’이다. 판문점선언의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 전쟁위험 해소’ 합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로 남북군사문제 선행을 통해 남북 관계가 되돌릴 수 없는 평화의 시대라는 역사적 이정표를 그린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힘을 통한 평화’에 대한 환상은 여전하다. 지난 7월 말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개혁 2.0>의 기본방향과 대부분의 과제는 과거와 같은 남북 간 군사적 대치 상황과 실체가 모호한 주변국 위협을 전제로 한 군사력 확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판문점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선언한 ‘새로운 평화의 시대’의 요구에 전혀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월간 참여사회 2018년 10월호 (통권 259호)

9월 19일, 평양 5.1 경기장에서 15만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출처 청와대 2018남북정상회담 평양 공식사이트 

 

 

모호하고 자의적인 위협 해석과 공격적인 군사전략은 그대로

군의 위협 해석은 한국군이 어느 정도의 군사력을 갖춰야 하는지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국방개혁 2.0>의 위협 해석은 모호하고 자의적인 반면, 맹목적인 군사력 확장으로 귀결되고 있다. 북한의 위협이 현존한다는 것 외에 북한의 군사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찾아볼 수 없으며, ‘잠재 위협’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납득 가능한 설명도 없다. 위협에 대한 대책은 군사적으로만 마련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군사적 위협에는 비군사적 대응이 목표가 되어야 마땅하다. 더 이상 위협 해석을 군이 독점해서는 안 되며, 민주적 토론을 통한 위협과 안보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방개혁 2.0>은 공격적인 군사전략이나 평양 점령 계획 등 공세적인 작전 개념을 그대로 추진한다. 새롭게 발표된 입체기동작전은 공세적 종심기동 전투를 포함한 기존의 작전 개념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며, 북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명분으로 한 한국형 3축 체계도 그대로 추진한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남북은 △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 △ DMZ 내 모든 GP 철수 △ 판문점 비무장화 등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3축 체계 구축 사업은 더 이상 명분이 없을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과도한 국방비 증액 중단해야

지난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것은 신뢰이지 더 강한 군사력이나 더 많은 군사비가 아니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 대화와 협상 말고 왕도는 없다는 것도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 이제 ‘한반도 평화의 시대’는 과감한 군축을 통해 더욱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유엔군축사무소도 군축 의제 보고서를 통해 “최근 한반도가 이룬 진전은 대화의 가치를 다시 한번 입증했으며, 지난 십 년의 역사를 통틀어 한반도 비핵화와 지속가능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위대한 기회를 창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남북 정상은 이미 판문점선언을 통해 군사적 신뢰 구축에 따른 단계적 군축을 실현하기로 합의했다. 이제는 ‘군사비 축소’라는 기조 아래 3축 체계 구축 등 방위력 증강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시기다. 그러나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2019년~2023년 5년간 270.7조 원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국방비의 연평균 증가율을 7.5%로 산정하여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첨단 전력 확보를 위한 방위력 개선비 점유율은 2018년 현재 31.3%에서 2023년 36.5%로 상향 조정할 계획으로, 첨단전력 확보의 대부분은 한국형 3축 체계를 비롯한 공격적인 군사 전략을 위한 것이다. 한반도 평화 정세에 맞지 않는 무조건적인 국방비 증액은 이제 중단해야 하며 <국방개혁 2.0>의 예산 편성은 수정되어야 한다. 

 

획기적인 병력 감축 계획이 필요하다

나아가 획기적인 병력 감축 계획이 필요하다. 그동안 군이 비대한 육군 병력을 유지하려고 했던 이유는 유사시 ‘북한 안정화 작전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사단 수와 병력 수를 유지하려는 전략 때문이었다. 이는 북한 비상사태 시 북한을 무력으로 점령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미 한미 연합군의 북한 지역에서의 군사행동은 침략행위로 간주될 수 있어 국제법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비현실적이고 공격적인 계획이다. 

 

더불어 남과 북은 판문점선언에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상호 불가침, 신뢰 구축에 따른 단계적 군축에 합의하였다. 이에 북한 점령 계획이나 안정화 전략은 변화된 상황에 맞게 수정해야 마땅하며, 추가 병력 감축을 국방개혁안에 포함해야 한다. 상비 병력은 30만 명 수준으로 감축해야 하며, 저출산고령화의 현실, 징병제를 택한 다른 국가들의 사례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군 복무기간 역시 12개월까지 단축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더불어 여전히 과다한 장군 정원은 현재 계획보다 더 많이 감축해야 하며, 무엇보다 장교 정원 감축 계획도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발상의 대전환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선언에서 강조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과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를 위해서는 ‘힘을 통한 평화’가 아닌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해나가야 한다. 한반도 정세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국방개혁 2.0>은 ‘새로운 평화의 시대’에 걸맞게 전면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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