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7년 03월 2007-03-01   1110

토건국가의 부끄러운 자화상, 한탄강댐

한탄강댐 건설이 지난 8년 동안 숱한 논란과 정부의 재검토를 거쳐 결국 공사 강행으로 결론이 났지만 건설 반대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이는 댐 건설이 단순히 환경 파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확한 진단 없이 ‘묻지마’ 식 댐 건설 추진

경기도 연천군 고문리와 포천시 신흥리를 잇는 한탄강댐은 저류용량 2.7억 톤, 댐 높이 83m, 연장 694m의 대형 댐으로 수몰 면적이 14.8㎢에 이르는 국내 최초의 홍수조절 전용 댐으로 계획 되었다. 한탄강댐이 세상에 드러난 것은 1996년, 99년 경기 북부의 대홍수 때문이었다. 당시 물난리를 겪으면서 임진강 유역의 허술한 수방대책과 이상 기후에 대한 대책이 절박한 과제로 떠올랐다. 물난리를 겪은 후 청와대는 수해방지기획단을 구성하여 임진강 유역의 수해방지를 위해 댐건설을 포함하여 다각적인 방법을 발표했다. 청와대의 발표 이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 건설교통부는 한탄강댐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99년 1월 댐 설계와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실시하여 2000년 12월 완료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해야 할 임진강 수해원인 및 대책에 관한 연구 용역은 2001년 7월에 이루어졌다. 또한 댐건설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환경영향평가의 승인을 받기 1년 3개월 전인 2002년 4월 시공업체 선정공고를 내어 그 해 12월 설계 시공사를 대림산업으로 결정하였다. 진단보다 처방이 먼저 나온 셈이 됐고 정부기관의 법적 승인도 나기 전에 시공 업체를 선정함으로써 한탄강댐은 국책 사업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허술함을 드러낸 것이다.

정상적인 정부 사업의 추진 절차는 기본구상→ 타당성 조사→ 환경영향평가 협의→ 기본계획 고시→ 입찰방법 설정→ 기본설계→ 실시설계→ 시공사 선정→ 실시계획 고시의 순서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한탄강 댐 건설 계획은 이러한 절차를 무시한 채 진행되었다. 그러다 보니 계획 상의 기본적인 수치마저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처음 기본계획서를 받아본 주민들과 전문가들은 한탄강댐이 댐 지점에서 초당 2,700톤의 수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정해 놓고, 같은 보고서에서 2,560톤으로 계산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음을 알았다. 이를 지적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기본계획 수정안을 만들어 내놓았는데, 조절량을 늘리기 위해서 상류의 강수량을 다른 지역보다 지나치게 부풀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기본수치가 이렇게 틀린 것은 애초에 원인과 대책이 뒤바뀌어 수치를 짜맞추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결론 정해놓고 다른 대안은 깎아내려

국책사업은 동일한 효과를 본다면 저비용의 사업 방법을 채택해야 하고 동일한 비용이라면 상대적으로 고효율의 사업을 선택해야 한다. 임진강 유역의 수해방지 대책은 꼭 댐 건설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다. 정부도 5가지 대안을 비교표로 제시하기는 했지만 그 비교 값을 구하는데 성실하지 못했고 댐으로 몰아가기 위해 다른 대안을 왜곡하고 조작하였다. 예를 들어 보고서 상의 제방 안을 보면 총연장 573km를 쌓아야 한다고 제시되어 있다. 이 수치는 댐과는 관계없는 지역에 제방을 설치하고, 심지어 북한 지역의 하천에도 제방을 설치하는 것까지 계산된 것으로 댐 건설 비용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가므로 채택할 수 없다는 논리의 근거가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결국 이 문제는 감사원의 감사에서 집중 제기되어 실제 비용이 반 가까이 줄어들게 되었다.

국책사업의 추락한 도덕성

이 밖에도 한탄강댐 계획은 7차례나 변경되었고, 그 과정에서 정부사업의 신뢰성은 땅에 떨어지게 되었다.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수자원공사 사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고 비자금 90여 억 원의 행방은 지금도 미궁에 빠져 있다.

결국 국회에서 한탄강댐 문제가 집중 거론되어 감사원 감사청구를 의결했다. 감사원은 면밀한 검토 끝에 홍수조절효과의 계산 오류, 절차의 잘못, 경제성 없음을 밝히며 2005년 5월 “원점 재검토”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1년 후 책임자는 승진했고 건교부와 댐 건설 관계자들은 국무총리실 산하에 임진강 수해방지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댐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게 되었다. 임진강 특위는 1년 여의 재검토 끝에 2006년 8월 1.27억 톤 규모의 댐과 천변저류지(0.39억 톤)를 포함한 안을 결정했다. 그리고 얼마 후 건교부는 애초의 1.27억 톤에서 2.7억 톤으로 1억 톤을 늘린 규모로 댐 건설 계획을 최종 발표하였다. 여러 차례 계획을 변경하고, 재검토하더니 8년 전과 다를 바 없는 계획을 다시 내놓은 것이다.

한탄강댐, 이제 시작이다

건교부는 무엇이 그리 급한지 주민의견 수렴도 없이 지난해 12월 20일 댐 건설을 고시하고 공사현장 확보를 위한 외상 부지 매입이라는 초유의 일까지 벌이고 있다. 2007년에 보상을 받으면 양도세를 많이 내야 하니 2006년 안에 매매를 해야 한다고 주민들을 부추겨 단 열흘 만에 토지를 외상 매입한 것이다. 지금 수몰예정지역의 주민들은 땅을 돌려받길 원하고 있으며, 수자원공사 직원의 출입을 봉쇄하고 있다. 한탄강댐 계획이 조직적인 조작과 잘못을 덮는 임시기구, 편법적인 관행을 일삼는 건교부 사이에서 결정된 것임을 이제 모르는 이는 없다. 한탄강댐 계획의 강행을 막기 위한 시민행동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최근 한탄강댐반대범국민행동(가칭)이라는 연대기구가 출범해 기본계획 취소소송과 같은 법적대응과 범국민운동을 확산시켜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국민의 혈세 낭비와 조작, 비리, 편법 등에 대해 한탄강댐 추진 관련자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철우전 국회의원. 북부비전21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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