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7년 03월 2007-03-01   947

문화재 관람료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지난해 미처 준비가 안 된 채로 국립공원입장료가 폐지됐다. 이 일방적 폐지가 불러일으킬 혼란에 대해 수차례 경고를 하고 보완을 요구했지만 선거를 겨냥한 정치권과 환경부는 동반되는 문제인 문화재관람료에 대해서 “우리가 알 바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재청 역시 문화재 소유자는 원하는 사람에게 문화재를 공개할 수 있으며, 사찰 입구에서 관람료를 징수하도록 행정지도가 가능한데도 “우리는 모르겠다”며 직무유기의 자세를 보였다.

정치적 도구가 된 문화재관람료

그동안 국립공원입장료와 문화재관람료의 불법통합징수는 시민의 권리와 이익을 위하기보다는 정치권에서 정략적으로 이용해 왔다. 시민들의 저항이 커지자 2006년 국회에서 국립공원입장료를 없애자는 법안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국회가 국립공원입장료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우선, 정치권의 국립공원입장료 폐지(원래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운영비 보조) 이유가 순수하지 못하다. 사회 각계에서 분리징수를 요구하고 있을 때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다가 최근 헌법소원제기와 여론의 방향이 ‘분리징수’를 요구하자 ‘한 건 하자’는 것에 불과하다.

둘째는 국립공원입장료 폐지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문화재관람료다. 공원입장료와 문화재관람료 분리징수에 그토록 반대하고 있는 불교단체가 왜 국립공원입장료 폐지에 대해서는 찬성을 하고 있는가? 한해 국립공원입장료가 300억 원이고 문화재관람료는 정확한 집계를 발표하고 있지 않지만 대략 연 5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결국 공원입장료를 폐지하면 문화재관람료 역시 대폭 줄 수밖에 없다. 폐지되는 공원입장료를 정부예산으로 메워준다면 그 역시 국민의 세금이다. 몇 발자국 양보해 한 해 2,600만 시민이 이용한다니 이해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르고 몇 십 년을 지불한 문화재관람료 수입 부족분까지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문제다.

셋째, 불교계는 불교가 이 땅에 정착된 후 불교문화재를 지키고 보전하고 있으며, 현재 많은 불교문화재를 관리하는데 870억 원이 소요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불교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문화재보호법에 의거한 수리비로 해방 이후 수천억 원이 투입됐다. 이런 결과로 최근 몇 년간은 보수할 양이 적다보니 수백억 원 단위로 조정되었다. 또 전통사찰보존법에 의해 매년 문화재와 관련 없는 운영비 형태로 수년간 60억 원 이상 지원되고 있고 선거철인 올해는 90억 원으로 증가했다. 템플스테이에 대한 지원도 매년 수십억 원이 되며,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행정자치부의 교부세는 얼마가 사찰에 지원되는지 알 수도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문화재로부터 멀리 위치한 매표소에서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면서 등산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게다가 한 해 400억 원이 넘는 문화재관람료 사용내역을 밝힌 적이 없다.

더 큰 문제는 불국사를 비롯한 주요 불교문화재의 보수나 중건 등이 모두 시민의 세금인 국고로 이루어지고, 세금을 낸 시민은 사찰에 입장할 때 적지 않은 금액의 관람료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납득이 안 가는 것은 서울 조계종에 건설 중인 불교중앙박물관 전체 예산 500억 원의 절반 정도가 국고보조인데 박물관은 지하에 있고 나머지 4개 층에는 조계종 총무원 사무공간이 들어선다는 사실이다. 처음과 다르게 용도를 변경한 것이다. 국민의 혈세가 특정 종단의 본부 건물이 지어지는데 사용되는 실로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국보나 보물의 보수비로 지원받아 선방 요사채 일주문 종무소 신·개축과 조경공사 등 목적 이외 사적인 중창불사에 사용된 예산이 많다는 것이다.

민족문화유산인 불교문화재

우리나라 문화재의 70%는 불교문화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불교문화재는 모두 조계종 것인가? 절대 아니다. 고구려, 신라, 백제, 고려 시기는 국가가 대부분 사찰을 지어주었다. 즉, 전 백성의 염원을 담아 전문가가 시공을 하고 국가가 비용을 대는 이른바 국책사업이었다는 것이다. 당대의 시대정신, 문화, 역사가 모두 담겨있는 민족문화유산이지 단순 불교성보문화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고구려, 신라, 백제, 고려의 불맥과 현 조계종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가? 조선 초기와 중·후기에도 큰 규모의 사찰이 대부분 원찰 기능을 한 것으로 보면 불교를 억압한 조선시대의 불교문화재도 조계종만 소유권을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법에 어긋나는 문화재관람료 위임

문화재보호법 제39조는 “①항에서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보유자 또는 관리단체는 그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에는 관람자로부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관람료는 당해 문화재의 소유자·보유자 또는 관리단체가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관람료납부의무자의 범위, 관람료의 액수 등에 대하여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보유자 또는 관리단체에 포괄적으로 위임함으로써 헌법 제75조에 규정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 헌법 제75조는 법률로부터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해 위임명령을 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법률에 의한 포괄적, 일반적 수권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입법을 위임할 경우에는 국민이 장래 정립될 법규명령의 구체적 내용을 정확하게 예견할 수는 없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그 법규명령의 기본적 윤곽은 예견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사항들이 법률에서 규정되어야 한다. 문화재보호법 제39조의 경우 국민에게 의무를 지우고 일정정도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위임의 명확성·구체성이 엄격히 요구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문화재관람료의 징수대상자, 징수기준, 징수액의 상한, 징수의 방법, 징수절차 등에 대하여 그 대강의 내용도 정하지 아니하고 모든 것을 문화재의 소유자·보유자 또는 관리단체가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기에 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문화재보호법 제39조 제2항의 경우 역시 1년에 2,6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문화재가 있는 국립공원을 방문하거나 문화재가 있는 곳을 방문함에도 불구하고 문화재관람료에 대하여 어떠한 규정도 없이 바로 모든 내용을 문화재관리단체 등에 위임하고 있다. 이는 법률유보의 원칙, 더 나아가 의회유보의 원칙이라는 헌법상의 원칙에 위배된 것이다.

협의체에 시민은 없다

시민들의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급기야 지난 2월 17일 조계종 총무원장, 환경부장관, 문화재청장,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등이 모여 대책을 협의했다. 그 결과 4개 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부의 대표 격으로 참가한 환경부장관과 문화재청장은 미숙한 대응에 대해 사과를 했다. 최근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는 사찰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매표소의 장소 이전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정작 관람료를 내는 시민들의 의견은 초기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예전의 불법통합징수처럼 ‘그들만의 리그’를 진행할 모양이다. 어떤 결과를 생산하든 시민의 참여 없는 결과물은 큰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문화재 통합 관리 체계 필요

결과적으로 정치와 종교 권력 앞에 시민의 권리는 또 다시 농락당하고 만 것이다. 이는 시민의 혈세를 정치권이나 불교계가 아무렇게나 사용해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특정 종교단체의 표를 의식한 선심성 정략이 오늘의 사태를 초래했으며, 종교단체는 이를 이용해 시민의 혈세를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 그나마 희망이 보이는 것은 2월 19일 지관 전 총무원장이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거나 이용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다. 매우 의미 있는 말이다.

이번 기회에 사적과 명승, 천연기념물, 불교문화재 등의 관리권이 문화재청, 산림청,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에 흩어져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을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네스코나 우리나라의 문화헌장은 자연유산을 문화의 범주로 포함하고 있다. 현 국립공원관리공단을 환경부에서 문화재청으로 귀속시키면 입장료 수입·지출의 투명화, 국립공원과 문화재 관리의 일원화 등 이중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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