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3년 03월 2013-03-07   1510

[기획] 박근혜 정부 출범과 국민 행복의 조건

박근혜 정부 출범과 국민 행복의 조건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였습니다.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을 본 기억을 더듬어 보면, 출입문 밖에서 흘끗 보기에만도 참 넓었습니다. 휑한 방에 큰 책상이 달랑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박근혜 신임 대통령의 기분이 어떨까 궁금합니다. 아버지가 생각나서 감상에 젖었을까요? 아니면 무거워진 어깨를 느꼈을까요? 

3월호 『참여사회』 <기획>은 새 정부가 어디로 갈지 전망해보았습니다. 공직자 인선 내용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월 21일 발표한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를 주요 단서로 하고 있습니다. 

 

 

“개방, 공유, 협력을 통한 정부 3.0”, 꼭 달성하시길

 

대통령은 많은 일들을 결정해야 합니다. 그 하나하나가 파급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고 너무나 중차대합니다. 그래서 정치적 판단력, 정책 능력, 미래에 대한 안목, 리더십, 그 어느 하나 부족해서는 안 되겠지요. 만약 어느 부분이 부족하다면 그 부족함을 채워줄 훌륭한 참모와 조언자들을 두루 두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새 대통령은 여러 사람과 상의하는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미 백악관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드라마 <웨스트 윙West Wing>에는 대통령이 참모들과 논쟁하는 장면이 많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고, 주변에 또한 그런 사람들을 두지 않는 것이 걱정입니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박근혜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전임 정부의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그 중 가장 큰 잘못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배제했다는 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민간인 불법사찰, 언론 장악 등의 사태에서 보이듯 견해가 다른 이들을 핍박했고, 용산참사와 쌍용자동차 강제 진압에서 공권력을 남용했고, 4대강 사업과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면서 일방통행의 권위주의 통치로 국민을 힘들게 했습니다.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증폭시킨 대통령이었습니다.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은 극우적이고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으로 유명한 윤창중 씨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으로 발탁하여 진보와 보수 양측 모두로부터 비판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를 청와대 대변인으로 데려가다니요. 자신의 눈에 든 사람은 끝까지 챙긴다는 ‘의리파’ 대통령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인데,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필요한 명분과 실리를 모두 놓치는 대통령이 될 것 같아 걱정입니다. “정권 교체에 그치지 않고 시대를 교체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하지만 전임 정권의 일방적인 국정 운영의 그림자가 여전합니다. 청와대 비서진 명단조차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에서 각종 의혹이 쏟아지자 도덕성 부분은 비공개로 검증하자고 하기도 했습니다. 세상의 눈을 피해 일을 처리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아 두렵기까지 합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과제 140개 중에는 ‘신뢰받는 정부’가 되기 위한 ‘개방, 공유, 협력을 통한 정부 3.0 달성’이 있습니다. 개방과 공유, 협력이 대체 무슨 뜻인지나 알고 쓰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국민 행복 시대’의 열쇠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공약으로 내걸었던 ‘경제민주화’가 당선 이후 실종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40개 국정과제 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난 것이 눈에 띕니다. 인수위의 국정 과제 발표 직후 비판이 거세어지자,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민주화’를 다시 언급했습니다. 새 정부가 할 일의 방향 세 가지 중의 하나로 ‘경제 부흥’을 꼽았고, 경제 부흥을 위해 ‘창조 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경제민주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자임하는 사람이 국무위원은 물론, 청와대 비서진에도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재벌은 여전히 경제민주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의지와 실행 계획을 가진 이들을 중용하지 않으면서, 취임사에서 언급했다는 것만으로 시민들이 기대를 품을 수 있겠습니까?

 

복지와 민생, 고용 불안을 비롯해 국정 과제 140개에 포함된 문제들의 실행 계획 대부분이 추상적인 말에서 그쳤습니다. 특히 복지는 국가재정과 따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새 정부의 구상은 복지 확장을 목표로 재정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재정 상황에 맞추어 복지의 폭을 맞추려는 것입니다. 복지 확장이 시대적 과제로 부각되었던 것은 지금까지의 틀을 벗어나자는 것이었는데, 새 정부는 과거의 틀을 깨지 않을 모양입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장은 시대적 과제이기에 대선에서 여야 후보 모두가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이것들을 뒷전으로 미룬다면 새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재차 강조한 ‘국민 행복 새 시대’는 요원할 것입니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찾을 수 없는 것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남북 긴장이 조성된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처럼 강경한 대응만을 추구한다면 문제는 더 악화될 것입니다. 남북 및 북미 간에 갈등이 증폭되는 이유가 강경한 대응이 부족해서였는지 아니면 대화로 문제를 풀어갈 외교력이 부족해서였는지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대화를 기본으로 한 외교를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에 평화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신호를 모두에게 분명히, 능동적으로 전해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새 대통령의 국방정책은 ‘능동적 선제적 억지 전략을 통한 적극 방위 능력 구현’을 강조할 뿐, 북핵 외교나 남북 핵 대화를 먼저 제안하는 주도력과 능동성은 보이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 경제민주화와 복지 등의 분야에서 많은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의 48%가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겠지요. 하지만 국민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이라는 중책을 맡은 이상, 새 대통령이 선거 기간에 내건 ‘국민 행복 시대’를 반드시 실현해서 5년 후 성공한 대통령으로 퇴임하기를 바랍니다.

 

 

박근용 김대중 정부 중반에 참여연대 활동을 시작해서, 네 번째 정부를 맞았다. 권력 감시 운동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빛이 될 수는 없지만 소금은 되어보려고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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