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10월 2005-10-01   809

분배와 평등, 연대를 위한 행동

지난 5월 통계청은 올해 1/4 분기 중 소득 상위 1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776만 3,731원이었던 반면 같은 기간 최하위 10% 가구의 평균 소득은 42만 7,684원으로 무려 18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8월 보건사회연구원은 월 최저생계비(113만 6천원) 이하 소득의 절대빈곤층이 500만 명이며,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의 소득을 갖고 있는 잠재적 빈곤층인 차상위계층까지 포함하면, 약 700만 명이 빈곤층에 해당한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전체 국민 10명 중의 1명이 절대빈곤의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양극화 문제를 보다 정확히 드러내는 상대적 빈곤개념으로 보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각종 연구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가구의 상대빈곤율은 IMF 이전보다 확대되었으며,

가처분 소득을 기준으로 약 15% 이상이 전체가구의 소득의 전반을 밑돈다는 분석이다.

분배구조 악화 지속이 양극화의 원인

계층간 임금과 자산 소득 격차의 확대로 인한 상대적 빈곤의 확산과 심화, 경제적 불평등의 증가로 바꿔 말할 수 있는 양극화는 여러가지 구조적인 경제사회 요인으로부터 심화되는 것이지만, 직접적으로는 IMF 외환위기 이후 지속되어온 분배구조의 악화에 그 원인이 있다. 기업의 투자축소와 단기 수익성 위주의 경영전략 및 이를 위한 지속적인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은 노동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키고 실질임금의 하락을 가져왔다. 경제위기 이후 그 규모가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온 비정규직은 현재 약 800만 명으로 전체 노동시장의 55%를 넘어섰으며, 저임금과 근로조건 및 사회보험 등의 차별은 다수가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빈곤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빈곤의 새로운 유형 ‘근로빈곤(working poor)’ 상태에 빠뜨렸다. 최근 노동연구원은 전체 임금 노동자 4명 중 1명이 중간임금의 2/3(약 4,100원)이하의 저임금 상태에 놓여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근로소득의 불평등과 격차는 조세와 사회보장제도의 재분배 기능을 통해 완화될 수 있으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그 기능이 작동하지 않음으로 인해 양극화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조세와 사회보장을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가 선진국이 평균 41.6%인 반면 한국의 경우는 4.5%에 불과한 것은 한국 사회에 시장의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사회적 장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적 구호에 불과한 참여정부의 ‘양극화 해소’

역대 어느 정부보다 ‘분배’를 중시한다고 자부하는 참여정부. 지난 2월 대통령은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계층간 소득격차 등 양극화 문제를 해소해야한다”고 밝힌바 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양극화 해소 없이는 성장잠재력과 사회통합력을 얻을 수 없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이렇듯, 참여정부는 기회가 있을때마다 ‘양극화 극복’과 ‘동반성장’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년 반 동안의 실제 경제정책 운용은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참여정부는 ‘기업투자 활성화와 경제살리기’를 명분으로 지속적인 구조개혁, 기업규제완화, 건설경기 부양 등의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 집단소송제 등 기업의 경영투명성 강화를 위한 각종의 개혁조치는 후퇴하거나 유예되었으며, 과거분식회계 감리면제, 금융산업법 개정 추진 등 재벌중심의 반개혁 조치들이 득세했다. 또한 각종 개발정책 남발에 따른 전국적의 토지와 주택가격 폭등은 과거 개발독재 시절의 성장지상주의를 연상케 한다.

사회보장제도의 확충과 개혁, 복지재정 확대 측면에서도 현 정부의 정책은 김대중 정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취약하며, 오히려 의료, 교육, 보육 등 기본적인 사회서비스 영역의 산업화·시장화를 시도하는 등 신자유주의적 사회정책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노동정책에서도 비정규직 억제와 차별 시정을 위한 비정규보호입법이 표류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노동배제적 기조를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 결국, 참여정부의 ‘양극화 해소’ 정책은 정치적 구호 그 이상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며, 최근 제기됐던 이른바 대연정 논란은, 참여정부의 개혁이 정치개혁과 지역주의 극복에 한정되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133개 시민단체 ‘양극화해소연대’ 발족

결국 양극화 해소와 사회경제 개혁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는 역할은 시민사회에 맡겨졌다. 지난 9월 22일 참여연대를 포함한 전국 133개 노동, 민중, 시민사회단체는 ‘양극화해소’, ‘사회통합’,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적으로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약칭 양극화해소연대)를 결성하고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국민행동을 전개할 것을 선언했다. 또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시급한 7대 분야 21개 개혁과제를 발표했으며, 이 의제를 논의하기 위해 국무총리와 각 당 대표들에게 면담을 제안했다. 노동운동과 민중운동 그리고 시민운동이 정치개혁이나 반부패와 같은 일반 민주주의 사안이 아닌 다양한 이슈를 포괄하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위해 연대운동에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양극화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기가 그만큼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양극화해소연대는 7대 분야 21개 사회개혁과제를 중심으로 당면한 정기국회부터 입법운동과 다양한 국민행동을 계획중이다. 또한 부문별 개혁과제의 획득은 물론, 삶의 물질적·사회적 기반을 해체시키고 있는 빈곤·차별·배제·불평등의 정치적·사회적 흐름에 맞선 사회통합 전략을 지향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우리사회가 당면한 빈곤과 양극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위기가 부문별 개혁의 부분적 전진으로 해소될 수 없듯, 양극화해소연대의 시선 또한 더 먼 곳에 있다는 것이다.

양극화해소연대의 출범은 지난 반세기 우리 경제와 사회를 주도해 온 성장과 효율, 경쟁의 원리와 가치체계를 분배와 평등 연대의 새로운 원리와 가치체계로 재편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또한 오늘날 모든 것을 약육강식의 시장으로 환원하는 신자유주의적 사회경제체제를 국가의 역할과 책임이 전제된 복지공동체로 전환하기 위한 사회적 투쟁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늦었지만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박원석 참여연대 사회인권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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