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5년 10월 2015-10-02   463

[통인뉴스] 2년마다 돌아오는 악몽의 이사철

2년마다 돌아오는
악몽의 이사철

역대 최악의 전월세 대란에도 대책 없는 정부와 국회

 

글. 홍정훈 민생희망본부 간사

우리나라엔 2년마다 돌아오는 악몽이 있다. 세입자라면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이사철. 올해는 유달리 상황이 심각하다. 대다수 세입자는 5천만 원 단위로 늘어난 전세 보증금을 무리한 은행 대출로도 감당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로 전환하는 추세다. 매년 집 사라고만 부추기던 보수 언론마저, 정치권이 세입자의 고통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할 지경이다.

국토교통부가 9월2일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정부의 문제 인식도 해결 대책도 뭔가 이상하다. 정작 서민·중산층에게 필요한 전월세 대책은 온데간데없고, 정부가 도입하겠다는 핵심 정책은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다. 만약 재벌·대기업 건설사가 정부가 보장한 수익률을 거두지 못할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이를 메워야 하는 황당한 내용까지 포함됐다.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에 따르면, 서울 용산지역 뉴스테이의 월세는 최고 184만원에 달한다.

전월세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임대료 규제가 절실하지만,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계약기간 1회 자동 연장) 등의 제도 도입을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 집 없는 서민·중산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보급률도 6%(OECD 평균 10%)에 불과하다. 이 와중에 정부는 공공주택 건설을 위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 2만 5천 세대 규모를 민간에 매각해, 대형 건설사에게 1조 원 안팎의 개발이익 특혜를 주려 한다.

주거비는 해가 갈수록 치솟아 더 이상 서민·중산층의 소득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달했다. 이로 인해 필수 생활비 지출마저 줄어들고,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된다. 주거 환경의 양극화 현상은 극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에 이어, 불황에 허덕이던 대형 건설사 밀어주기 정책에 ‘올인’한다. 한편, 국회는 서민·중산층의 주거안정 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위원회까지 설치했으나, 9개월 째 아무런 성과도 없다. 전월세 대란이 예상되는 올 가을에도 정부와 국회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수수방관하려는가.

필자도 11월이면 방을 빼야 하는 처지다. 부모 몸집보다 큰 ‘캥거루족’에 다시 합류한다. 20~30대는 도저히 부모로부터 독립할 능력을 갖출 길이 없다. ‘하우스 푸어’로 전락한 50~60대도 대학까지 졸업한 자식을 품에서 놓아줄 여력이 없다. 이에 황우여 부총리는 대가족 제도의 부활을 통해 현재의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명언을 남겼다. 방 2칸짜리 집에 3세대가 옹기종기 붙어살라는 부총리의 따뜻한 배려가 느껴진다. 당장 살 집 구하느라 전전긍긍하는 세입자들에겐 생애 가장 혹독한 계절이 다가오고 있지만 말이다.

 

참여사회 2015년 10월호 (통권 2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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