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7년 02월 2007-02-01   960

대선 여론조사 관전법

대선 여론조사를 보기 전에

우리 선거에서 여론조사 없는 보도를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국민들은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마이크로 저널리즘’에 익숙해져 있다. 자칫 자의적으로 흐를 수도 있는 선거보도가 데이터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접근된다는 것은 여론조사의 순기능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역시 기본지식이 없거나 잘못 활용되면 분명 부작용이 있다.

여론조사를 제대로 보기 위한 기본 상식

먼저 여론조사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기본상식이 필요하다. 비전문가도 알아야 하는 기본지식은 크게 4가지 정도이다. 먼저 여론조사나 여론조사기관에 대한 공정성 문제이다. 선거 관련 여론조사 자료는 법적으로 보존의무가 있으며, 여러 언론이 동시에 발표하면서 상호 검증된다. 또 조사기관 내에서 여러 부서의 실무자, 면접원, 응답자들이 참여하므로 조작과 은폐가 쉽지 않다. 문항순서와 관련해서는 엄밀한 객관성이 필요한 ‘지지도’ 관련 질문은 제일 앞에 하고 설문지도 공개하기 때문에 의심할 여지가 거의 없다.

두 번째는 표본 수에 대한 문제제기로 1,000명 안팎의 표본이 국민을 대표하기에 너무 작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인구가 많은 미국이든, 인구가 적은 유럽 나라들이든 1,000명 안팎의 표본을 채택한다. 표본은 국민의 성, 연령, 지역별 비율의 대표성이 중요하며, 대략 통계적으로 700명 이상이면 오차한계가 크게 다르지도 않다.

세 번째는 무작위로 아무렇게나 뽑은 표본은 엉터리 조사라는 주장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통계학 상의 무작위 표집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무작위 표집이란 ‘모든 표본이 추출될 확률이 동일한 조건에서 표본을 추출하는 방법’이다. 실제 무작위 표집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엄밀한 가정을 충족시키는 전문적 개념이다.

마지막으로 표집오차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필요하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오차범위 이내인 1~2% 차이를 놓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여론조사 보도 말미에 꼭 부연하는 ‘95% 신뢰구간에서 표집오차는 ± 3.1%’라는 설명의 의미는 중요하다. 다시 말해 “이 조사는 통계적으로 100번 중에 95번은 위 아래로 3.1%의 오차를 가지며, 5번 정도는 아예 그 이상 틀리기도 하니 알아서 참고해서 보라”는 의미를 가진다.

여론조사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더불어 여론조사 보도행태는 또 다른 차원의 중요한 문제이다. 조사 결과 자체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영향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 발휘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보도에 있어 가장 흔히 지적되는 문제점이 ‘경마식 보도’이다. 당연히 단순한 수치 제시보다는 대선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심도 있는 여론조사는 다양한 관점이 설문에 녹아들어 오히려 가치가 개입될 수 있는 위험도 존재한다.

현장의 시각에서 여론조사 보도가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무래도 언론의 고유기능으로 꼽히는 ‘의제설정’ 기능과 관련된 것이다. 단순하게는 대선주자 후보 지지도의 질문에 어떤 정치인까지 포함시킬지 여부도 문제일뿐더러, 주요 정당과 후보를 중심으로 그들이 제기하는 이슈에 대해 여론조사를 수행하고 보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장 큰 편향성을 만들게 된다. 이 점에서는 언론사가 객관적 원칙을 정하고 이에 입각해 여론조사를 수행하고 보도하는 것이 해결책일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의 영향력이 있는가

가장 핵심이 되는 문제는 여론조사의 영향력이 과연 있느냐는 것이다. 즉 ‘밴드왜건(우세후보 쏠림)’ 효과 또는 ‘언더도그(열세후보 쏠림)’ 효과는 거의 없거나 미약하다는 관점이다. 특정 여론조사 결과가 투표행위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증거는 사실 별로 없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방송연설을 분석하면서 등장한 ‘밴드왜건’ 효과에 대한 학술적 견해는 ‘우발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고, 안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가장 높았으나, 결과는 노무현 후보 승리였다. 만일 밴드왜건 효과가 강력한 것이라면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가 항상 이겨야 되나 꼭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유권자의 대부분은 단순히 여론조사 수치에 영향 받기보다는 자신의 출신지역과 거주지역, 나이, 직업, 소득수준 등에 근거해 개인의 신념에 맞는 후보를 고른다는 관점이 더 타당하다.

판정의 기능을 갖는 여론 조사

우리 사회에서 여론조사가 사실상 ‘판정’의 기능을 갖다보니 그 의미에 대해 많은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때 부작용을 크게 봐서도 안 되고, 긍정적 효과만을 내세워서도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 여론조사기관이나 전문가들은 항상 여론조사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여론조사 보도에서 어떤 무엇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 결과를 해석하고 이를 보도하는 언론인의 자세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여론조사와 그 보도의 가치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조사결과를 공정한 시각으로 보도하느냐와 직결된다는 것이다.

사실 정치적 신념이나 소신이 강한 유권자일수록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론조사의 결과는 항상 변하며, 특정 이슈에 대한 수치의 합일뿐이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경구의 의미는 여론조사 결과가 천심이니 따라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원칙을 말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 사회의 의견주도층이나 신념을 가진 이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서 가져야 할 자세는 현재의 여론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대중을 어떻게 함께 설득해 나갈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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