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3년 02월 2013-02-14   1161

[경제]“국민행복시대”는 열릴 것인가?

경제

 

“국민행복시대”는 열릴 것인가?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얼마 안 있으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다. 과연 박근혜 대통령은 신뢰의 정치인답게 “국민행복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인가? 세계경제는 장기침체에 빠져 들고, 국내에는 1000조 원 규모의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이 째깍거리는 데도 대통령의 의지로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까? 우선 객관적 여건부터 살펴보자.

 

201302_참여사회2월호

 

2012년의 빗나간 예측
먼저 2011년 말에 한 정부의 2012년 경제 전망과 3분기까지의 실적치를 반영한 작년 12월 전망을 비교해 보자. 놀랍게도 1.6%p나 차이가 난다. GDP를 구성하는 각 항목에서 모두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타났다. 이렇게 잘못된 예측을 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2012년 1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이하 새사연)은 “(세계경제에 관한) ‘비교적 낙관적 가정’ 하에서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 중반쯤에 머물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2013년 예측도 비슷하게 엉터리일까? 다행히 그렇지는 않다. 정부는 지난 9월, 2013년 예산안을 짤 때 경제성장률을 4.0% 내외로 잡았다. 그리고 3개월 남짓 지난 12월 27일 정부는 금년 성장률을 3.0%로, 무려 1%p나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이하 한은)도 마찬가지다. 2012년 10월에 3.2%에서, 3개월 지난 1월 2.8%로 0.4%p 하향 조정했다. 어떤 요인 때문에 정부와 한은은 3개월 만에 낙관에서 비관 쪽으로 돌아선 것일까? 그리고 이 수치는 믿을 만한 것일까? 항목 별로 비교해 보자.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그리고 수출 전망
우선 정부는 2013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2.7% 정도로 예측했다. 작년의 1.8% 증가에 비하면 1%p 정도 소비가 더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대외 불확실성의 감소”와 같은 뜬구름 잡는 얘길 빼면, 그 근거는 실질 구매력(실질임금 X취업자 수)의 증가, 특히 취업자 수가 늘었다는 데에 있다. 실제로 작년의 저성장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45만 명 가량 증가했다. 문제는 고용의 질이다. 이 중 절반 가량은 자영업 및 연관 고용의 증가이며 나머지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이다. 조기퇴직과 가계부채의 부담 때문에 50대의 자영업 진출과 고연령층의 취업, 그리고 정부부문에서 고용이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도 소비 증가율이 작년보다 더 높을 수 있을까?
두 기관은 2.7~3.5%의 설비투자 증가를 예상했다. 그 근거에는 “국내외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한은), “수출이 개선될 경우”(기재부)와 같이 모호한 낙관이 잔뜩 깔려 있다. 그러나 낙관적으로 보더라도 유럽과 미국 모두 긴축정책 때문에 회복이랄 만한 상황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다. 실제로 국내의 지표를 보면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5% 선에서 머물고 있고 기업에 설비투자 의향을 물은 BSI지수1)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박근혜 정부에 대한 환영 또는 공포로 현금 여력이 풍부한 일부 대기업이 장기 투자를 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건설투자의 경우 정부는 2%, 그리고 한은은 2.5%의 증가를 전망했다. 이들 모두 주택 건설이 금년에도 부진할 것이라는 점에 관해서는 일치한다. 미분양 주택의 적체가 계속되고 건설업체의 부채비율이나 수익성으로 봐도, 또 건설 BSI 등 지표를 봐도 주택 건설이 활발하게 일어날 근거는 찾기 어렵다. 다만 평창 동계올림픽 시설 등에서 토목 건설이 증가하고, 행정도시,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건물 신축 등 비주거용 건축은 얼마간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4대강 사업과 같은 초대형 토목사업을 벌이지 않는 한 이 수치 역시 얼마간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두 기관은 금년 수출이 각각 4.3~5.5% 또는 4.3~7.5% 증가할 것이고 300억 달러 정도의 경상수지 흑자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근거는 또 “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이다. 유럽이 한 고비를 넘겼고 일본까지 가세해서 통화를 증발하는 양적 완화에 들어갔기 때문에 교역량은 상당히 증가할 것이다. 문제는 바로 그 때문에 원화는 절상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정부와 한은은 저금리로 대응하겠지만 토빈세2)와 같은 과속방지턱 없이 흘러드는 돈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만일 원화가 빠른 속도로 절상된다면 수출 역시 정부의 예측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래도 “국민행복시대”?
이상을 종합해 보면 금년도 경제는 2% 남짓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가 그럭저럭 또 한 해를 넘길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 그렇다. 박근혜 정부는 2% 초반대의 성장 속에서도 “국민행복시대”를 열 수 있을까? 단언하건대 현재의 정책 기조 하에서는 불가능하다. 무리하게 수출 진작책을 쓴다면 국제적인 통화전쟁에 직면할 것이고 건설경기를 일으키면 내년이나 후년에 더 큰 보복을 당할 것이다. 결국 지난 50년간 지속된 “밖으로부터, 위로부터의 성장”기조를 “안으로부터, 아래로부터”로 바꾸는 길 밖에 없다. 불행하게도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국민행복시대”를 열 방법은 없다.

 

1) BSI(Business Survey Index, 기업경기실사지수). 경기 동향에 대한 기업가들의 판단·예측·계획의 변화 추이를 관찰하여 지수화한 지표.
2) 토빈세(Tobin’s tax). 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

 

정태인
한미FTA 등 통상정책과 동아시아 공동체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경제학자. 요즘은 행동경제학과 진화심리학 등 인간이 협동할 조건과 협동을 촉진하는 정책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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