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5월 2002-04-28   513

‘사모님, 녹색후보 하나 키우시죠’

6.13 선거 출마선언한 안산환경연합 이창수 신윤관 양광모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인천과 청주에서 국민참여경선제를 하고 있던 4월 13일. 안산에서는 녹색후보들이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그곳엔 색깔론도 없고 음모론도 없다. 또 금품은 없는데 향응은 있다. 차이가 있다면 후보가 아니라 시민들이 후보들에게 향응을 제공하고 싶어한다. 매일 동네주민들이 전화를 걸어와 “술 한잔 하자”고 보채 너무 힘들다는 안산환경연합 이창수 집행위원장은 6·13 지방선거에 안산시 본오동 기초의원으로 출마한다.

양복은 벗고 자전거를 타자

이 날은 자전거타기 운동을 시작한 첫날 오후 5시 30분. 환경연합 간사를 비롯해 주민 10여명이 자전거를 타고 다섯시간 동안 안산 시내를 달린 후 고추장삼겹살로 시장기를 채우고 있었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탔더니 기분이 좋다며 앞으로는 매주 달려보자고 손가락을 건다. 이창수 집행위원장 뿐만 아니라 신윤관 집행위원(안산시 일동 기초의원 출마예정), 양광모 집행위원(안산시 성포동 기초의원 출마예정)도 함께 뛰었다. 모두 환경연합 식구들인 이들을 ‘녹색후보’라고 불러달라 했다.

오늘의 자전거타기 운동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들이다.

“우리가 단체로 옷을 맞춰 입고 달리니까 재밌나봐. 애들이 우리 뒤를 따라오더라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줘야 사람들도 자전거를 끌고 나올 거야. 다음주는 30명쯤 달리면 더 재밌겠다. 후보라는 걸 알 수가 없는데 다른 색 티를 입고 달리면 어때?”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어떻게 하면 한 표라도 더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보다 자전거 운동의 활성화에 더 관심이 많은 듯한 후보들의 대화가 뜨겁다. 양복을 벗으며 권위도 버렸다.

이창수 집행위원장은 한술 더 떠 “사모님, 제비 한 마리 키우시죠 보다 녹색후보 하나 키우시죠”가 좋지 않느냐고 너스레를 떤다. 지역주민들이 직접 자전거타기 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후보들의 이같은 참여는 어떤 연설보다 감동적이다.

녹색후보들은 안산을 환경도시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자전거 타기 운동은 사전선거운동이 아니다. 후보를 알리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자전거가 교통과 환경문제의 대안이라는 확신에서 나온 환경운동이다. 환경연합차원이 아니라 이 운동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행정적, 재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시의원 후보로 나오게 됐다.

판공비공개운동과 외국인노동자 인권주력문제

“자전거는 하드웨어 보다 소프트웨어가 문제입니다. 자전거가 없거나 자전거를 탈줄 몰라서 이용하지 않는 시민들이 많아요. 주차하기도 편리하고 건강에도 좋은데. 자전거 전용도로 만드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죠.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전거교육을 실시하고 있어요. 대중교통과 연계를 위해 자전거 주차장도 많이 확장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자전거의 경우 안산시에 몇 대가 있는지 파악조차 어려워서 알맞은 도시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 자전거를 타는 시민에게 인센티브를 적용해야 한다. 안산시 한 가운데에 화물열차가 들어온다는 데 이를 막아야 한다. 시의원 선거는 인지도가 중요한데 큰일이다. 안산의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심각하다. 자동차 억제 정책과 병행해 자전거 확장 정책을 펴야 한다 등 안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후보와 시민이 분리되지 않고 함께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밖에 후보들은 선거자금을 모금을 통해 모으고 선거기간동안 지출 내역을 인터넷에 매일 공개하자고 약속하는 등 투명한 선거를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판공비 공개 조례 제정 서명운동 등 그동안 환경연합이 추진해온 지역사회의 다양한 운동도 녹색후보로 출마하면 당연히 밀고 나간다.

일어서려는 데 후보들이 발목을 잡았다. 자전거를 배운 시민들이 지역 독거노인들에게 자전거로 도시락을 배달한다는 한 시민의 자랑이 나오자 이야기에 불이 붙었다.

“딱 한 병 더 먹죠. 행복한 녹색세상을 위해서!”

황지희(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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