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5월 2002-04-28   1182

합법적 공간의 매춘은 처벌하지 말자-김강자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공창제 홍보 비디오 파문 일으킨 김강자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노동자의 손은 숭고하고 매춘여성의 질은 더러운가.

부부와 연인간의 성폭행이 횡행 하고 ‘의무방어전’이 상식으로 통하는 나라에서 매춘여성을 비하하는 것은 얼마나 모순인가. 돈을 주고받은 것만 매춘이라고 말할 수 없지 않을까. 매춘여성들을 안타깝게 여기고 매매춘의 소굴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것보다 시급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남녀가 섹스할 때 돈과 권력, 폭력에 좌지우지되지 않을 수 있는 성문화가 조성돼야 진정으로 매매춘이 사라지지 않을까.

내일 당장 매춘을 그만 둔다 하더라도 오늘 합법적인 공간에서 합법적인 매춘으로 당당하게 질의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는 없는가. 김강자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이 규제주의(이른바 공창제) 홍보비디오를 제작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인터뷰한 결과 이 같은 기대는 꿈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언론의 호들갑이었다. 김강자 과장은 전혀 성매매 문제에 대해 급진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그 동안의 주장과 다를 바 없다. 매춘여성에게 통장으로 월급을 주자는 등 매춘여성의 노동권 보장의 목소리도 결국 우리 사회가 매매춘에 물들까봐 나온 김강자식 대안에 불과했다.

더러운 물에는 정화조가 필요해

“최근 제작된 공창제 홍보 비디오 관련 인터뷰를 하고 싶습니다.”

“공창제가 아니라 규제주의라고 하시죠.”

전화기 너머에서 단호한 김강자 과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몇 차례의 설득으로 경찰청에 찾아갔더니 요즘 인터뷰를 모두 사절하고 있고 자신은 이 논란이 너무 지겹고 힘드니 인터뷰한 것처럼 쓰지 말아달라는 엉뚱한 부탁을 했다. 그러나 그는 거침없이 자신의 주장을 펼쳤고 기자가 자신의 주장을 이해하지 못할까봐 여러 차례 이해여부를 확인했다.

“윤락가, 전통적인 매매춘 업소들을 그야말로 엄청나게 오염도가 심한 물이라고 합시다. 그럴 때 정화조가 없으면 안되겠죠? 정화조 없으면 한강으로 다 들어가니까. 더러운 물은 여기 넣고 관리하자니까. 정화조에서 철저하게 오염된 물을 정화하고 한강으로 들어가는 걸 막아야해. 내 얘기가 그 얘기라니까. 공창제? 그 말 이제 징그러워요. 규제주의라고 해. 매매춘을 근절하기 위해 생각해 낸 거예요. 우리나라가 스웨덴처럼 직업교육으로 매춘여성이 사라질 것 같아요? 절대 못해. 우리나라는 이미 너무 많거든. 이제 불가능해. 그 얘기를 비디오에 담았을 뿐이에요. 내가 일일이 이렇게 설명하기 어려우니까 비디오를 만든 건데….”

김 과장은 시종일관 자신은 매매춘을 근절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끝까지 들어주기를 원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도 않는 채 매매춘 합법화라고 단정짓고 비판받는 것에 억울해 하는 것 같았다.

단어 하나에 물고늘어지는 거 이젠 지겹다며 합법이라는 말도 절대 쓰지 말라고 했다. 윤락가가 줄어든 것을 마치 매매춘행위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원조교제나 룸살롱, 전화방에 행해지는 매매춘을 줄이기 위해선 일단 윤락가의 매매춘을 인정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강자 과장이 이와 같은 말을 하는 이유는 현재 매매춘이 완전불법이기 때문에 경찰이 손을 들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윤락가만 강하게 단속하기에는 형평성이 어긋나고 모든 매매춘을 단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항변했다.

“윤락가에 있는 애들이 섹스 한번 하는데 7만 원이야. 그런데 그 애들은 1만 원밖에 못 받아. 불쌍한 애들이야. 사회적으로 보호해 줘야 해. 최소한 이 여성들이라도 보호해야 한다구. 명품사려고 몸판다는 애들 최하 25만 원에서 300만 원짜리도 있대. 여기 오는 애들은 전에 일하던 곳이나 집에서 빚을 지고 오죠. 이 사람들에게 사회에서 돈을 줍니까. 국가에서 돈을 줍니까. 경찰이 단속하면 집으로 가는 게 아니라 다른 업소로 가거나 뿔뿔이 흩어져 주택가에서 일하게 되지. 그럼 경찰은 단속도 보호도 못해요. 단속하면 매매춘이 불법이니 모두 구속시킬 수밖에 없어. 단속이 능사가 아니야. (매매춘 소굴의 폭력이나 미성년자 고용에 대한) 단속은 하면서 (성인여성과 포주를) 구속은 안 한다면 그건 직무유기라는 모순에 도달하는 거예요. 누구는 구속하고 누구는 봐줄 수 없으니 경찰은 포기할 수밖에 없어요.”

김 과장은 매춘여성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처벌을 떠나 윤락가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경찰이 최소한의 역할을 해야 하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정이 어떤지 아냐고 물었다. 종이를 펼쳐 놓고 그림을 그려가며 기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오해 할까봐 몇 번씩 설명을 반복했다.

보호를 위해선 매매춘이 인정되는 공간이 필요악이라는 주장. 특히 가장 소외된 여성이 오는 윤락가만이라도 경찰이 사회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해야 한다는 말이다.

김 과장의 주장에서 매춘도 하나의 노동이라는 의식은 전혀 없었지만 그렇다고 매춘 하는 여성들을 싸잡아 쉽게 돈벌려는 행동으로 매도하지는 않았다. 김 과장의 표현대로 “가장 불쌍한 애들이 가는 가장 마지막 공간”이 윤락가라고 정의하며 돈을 벌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매춘을 택한 여성을 사회가 왜 무조건 못하게 하냐고 분개했다. 김강자 과장의 말대로 국가도 사회도 그들에게 돈을 주지도 않으면서 범죄인으로 취급받는 것은 너무 억울하지 않는가.

김 과장의 말에 따르면 현재는 매춘여성이 인권탄압을 받아도 신고조차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신고하는 순간 자신이 매춘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경찰은 남녀 모두를 구속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라면 직무유기라는 현실. 김 과장은 이 점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통장으로 돈 넣어주고 강제 휴무일도 만들어야

그렇다면 규제주의를 통해 매춘여성의 삶의 질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을까. 매춘여성도 4대보험에 가입할 수 있고 노동시간이 보장되냐고 물었더니 얼굴이 밝아진다. 종암에서 일하면서 적용해 본 결과 충분히 실현가능성이 있었다며 모처럼 목소리에 기대가 담겼다.

“나는 통장으로 돈 입금 시켜주고 강제 휴무일도 만들어야 한다고 봐. 종암동에서는 이미 그렇게 했지. 그런데 그건 불법이야. 매매춘 자체가 불법이니까. 매매춘이 불법인데 경찰이 통장으로 돈 넣으라고 할 수 있어요? 거긴 쉬는 날이 없어. 하루 10번. 금요일은 25번까지도 한다고. 그런데 돈은 한번에 만원 밖에 못 받아. 매매춘이 불법이니 포주 마음대로 하는 거야. 공휴일 없고 심지어 생리 때도 못 쉬게 해. 생리할 때는 젖은 솜을 질에 넣고 하게 하지. 이게 말이나 되냐구. 보건소에서 거기 있는 여자들 에이즈 검사 열심히 시키지. 그러나 이것도 따지고 보면 불법이야. 매매춘을 이미 인정하고 있는 거라니까. 콘돔을 안 쓰거나 매춘여성을 때리거나 사정 못했다고 화대를 안 주는 놈도 있어. 그런 손님들 단속을 누가 하는 줄 알아? 포주가 고용한 깡패가 한다고. 매매춘여성들 도망 못 가게 하는 역할도 하고. 이거 웃기는 거 아니에요?”

김 과장은 경찰이 사회적으로 만연되는 매매춘을 단속해야 하냐 지금 당장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사람부터 보호해야 하냐고 따지듯 물었다. 질문의도를 파악 못해 머뭇거리는 기자에게 자신이 그 동안 설명 헛 했다며 천장을 바라봤다. 사회가 매매춘을 막아야 한다고 책상 위에서 말하는 것 보다 현장에 가서 쇠창살 안에서 신음하는 매춘여성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었을까. 누구보다 현장에서 매일 매춘여성을 접했던 김 과장의 말이라 뭐라 부인하기는 힘들었다.

매춘여성에게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라고 주장하는 독일국민이나 장애인에게 섹스 자원봉사를 하는 스웨덴의 매춘여성들과 비교하면 우리의 의식수준은 ‘통장으로 월급주기’도 버거워 보인다. 매춘여성이기 이전에 국민이라는 인간에 대한 보편적 인식과 매춘여성 또한 자신의 권리를 찾고 사회적 역할을 하도록 조성하는 분위기가 필요할 때다.

이어 김 과장은 모든 매매춘을 단속하라고 국민들은 말하는데 윤락가를 제외하더라도 150만 이상이 사회 구석구석에서 매매춘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1000여 명의 단속인원으로 이를 근절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지금의 인력으로는 모든 사람을 단속하려들다 결국 한 사람도 제대로 단속도 보호도 못한다는 게 김과장이 지적한 경찰의 현실이다.

그는 경찰이 최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윤락가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보호하는 일이며 그래야 제2의 군산화재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단속해서 밀어버리라고? 없애라고? 갈곳이 없어 마지막으로 그곳을 찾은 애들더러 굶어죽으라는 말인가. 단속하면, 그 애들이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주택가로 스며든다니까. 거기만 매매춘을 허용해야 다른 곳을 단속할 근거가 생겨. 우리 사회 높은 양반들 매춘여성들 안 만나는 사람 없어. 명품사려고 몇백만원짜리 매매춘 하는 여자들. 그 여자들이야말로 미친 년들이야. 그 여자들 그렇게 매춘하고 싶으면(매매춘이 허용되는) 거기 와서 하라고 해. 거기 말고는 발견되면 강하게 벌을 줘야해. 그래야 확산을 막을 수 있어요.”

단속도 못하고 보호도 못한다

그는 성매매특별방지법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았다. 매춘여성에 대한 김 과장의 의견은 의외로 이중적이었다. 윤락가에서 일하는 여성은 불쌍하지만 그 외의 장소에서 비싼 값에 몸을 판다는 주부나 미혼여성은 정말 나쁜 여자들이라며 태도가 돌변했다.

“성매매특별방지법의 논쟁이 뭡니까? 첫째, 포주를 중형에 처하자. 둘째, 윤락여성 처벌하지 말고 성을 산 사람만 처벌하자죠. 그럼 어떤 문제가 나오느냐. 포주가 없어지면 윤락업소가 없어지는가? 윤락업소는 없어지지만 윤락은 남는다고. 다른 곳으로 옮기고 다른 사람이 포주가 될 뿐이야. 윤락여성 처벌 안 하면? 거긴 불쌍한 여성들이야. 내가 주장하는 것은 합법적인 공간에서 매춘한 여성은 처벌하지 말자는 거야. 다른 곳에서 매춘하는 여성, 전화방에서 매춘하는 여성, 벤츠 타고 다니면서 매춘하는 여성, 그 미친 여자들을 봐줘야 합니까. 피해 여성으로 보라고? 골빈 년들이야. 사회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선 그런 여자들은 처벌해야해.”

포주에 관해선 인정된 공간 안에서는 인정하되 세금을 철저하게 걷고 매춘여성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경찰이 관리해야 한다고 보충 설명을 했다. 김 과장은 우리사회가 아름답고 숭고한 성문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모든 매춘여성을 피해자라고 보호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흥분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매매춘을 철저하게 없애야 하며 우리나라의 현실상 이를 위한 중간단계가 필요하다는 김 과장의 주장은 왜 여성계와 자꾸만 부딪칠까. 현재 김 과장은 한국여성단체협회에서 제16회 올해의 여성상을 받은 경력이 무안할 정도로 비난을 받고 있다.

“여성계를 설득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몰라요. 아… 힘들어요. 진짜 힘들어. 자기들이 한번 매매춘 소굴에서 경찰 입장에서 일했다면 이런말 안 할걸. 성을 파는 게 나쁜지 누가 몰라요? 물론 계속 대화해야겠죠. 너무 이분법적이라 힘들어요. 엘리트적이고 귀족적이에요.”

그는 여성계에 대해서도 하고픈 말이 꽤 많은 눈치였다. 그러나 입을 다물었다. 돌아올 화살이 걱정되는 모양이다.

김강자 과장과 여성계가 서로 이해하기 위해 풀어야 할 오해가 많은 듯하다. 적어도 매매춘을 없애자는 김 과장의 주장만 들으면 여성계는 다리 뻗고 자도 될 듯 한데 말이다. 2002년 4월에 반복적으로 또 일어난 윤락가 화재 사건 등이 서로를 신뢰하는 데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고 있다. 서로 행정편의주의다 엘리트주의다라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매매춘 현장에서 진정한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것이 이 문제를 푸는 첫 번 째 열쇠가 되지 않을까.

황지희(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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