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09월 2005-09-01   840

알뜰살뜰 참여연대 24시

이제 아침이면 선선할 법도 한데 여전히 덥기만 하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찜질방이 따로 없다. 밤새 달궈진 옥상의 열기가 그대로 사무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 부랴부랴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돌려보아도 열기를 식히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상근자들이 하나 둘 출근한다. 조금은 인상을 쓰기도 하고 호흡을 가다듬기도 하면서 아침인사를 나눈다.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는 J 간사는 오늘도 출근하기가 무섭게 어김없이 탄식중이다.

“아후, 더워! 우와! 32도?”

다른 사람들은 못들은 척 선풍기를 내어주지만 총무팀의 눈총이 두렵지 않은 겐지, 아님 정말 못 참을 정도로 더운 겐지 그는 계속 호들갑을 떨어댄다.

“아, 이거 10시 되려면 아직 멀었는데 그냥 에어컨 틀면 안 되나? 실내온도가 32도나 되는데.”

아무리 호들갑을 떨어도 웬만해선 에어컨이 켜지지 않음을 그도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묵묵히 하루를 준비한다.

내가 총무팀에서 일한 지 어느덧 만 2년이 다 되었다. 다들 총무팀 일이 궂은 일이라 생각하면서 많이 도와주는 터라 큰 어려움 없이 생활하고 있다고 얘기해야겠지만, 아무래도 잔소리꾼 노릇을 하다 보니 총무팀 간사들의 눈을 마주치기 꺼려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서로 허물없는 호칭 사용에 익숙한 상근자들이 유독 총무팀에만 오면 다소곳이 “총무니임! 비품을 하나 신청해도 될까요?” “총무니임! 저희 자원활동가 식권 좀 주세요.” “총무니임! 복사용지가 다 떨어졌는데요.”하는 것을 보면서, 총무팀의 위상(?)을 느낀다고 할까, 뭐 그렇게 스스로 위로 받으며 지내고 있다.

살림을 하다보면 정말이지 아주 작은 것에까지 쩔쩔매기 마련이다. 더욱이 크고 작은 물품 하나 하나에 후원자의 이름이 적혀져 있고, 복사용지를 비롯해 가위, 풀 같은 자잘한 사무용품까지도 대부분 후원을 받아 사용하는 터다. 실제로 참여연대의 한달 지출의 70% 이상이 상근자들의 급여와 복리후생비로 쓰이며, 사업비와 건물임대료, 통신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운영비는 절감 또 절감이라는 암묵적 동의 아래 모두가 눈치를 보는 실정이다. 참여연대의 곳간 열쇠를 움켜쥐고 있는 나로서도 모두의 이 눈치가 사실 버겁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장 혹은 처장의 결재가 난 지출도 일단 눈을 흘기게 됨은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이리라.

참, 오늘부터 신입 간사들이 출근을 했다. 새내기들의 참신한 모습을 보니 어째 사무실이 구질구질해 보이는 것이 동료들을 독려하여 여름나기 대청소를 해야겠다. 계단부터 화장실, 그리고 복도를 지나 사무실 구석구석에 쌓여있는 먼지들을 우리네 맘 청소하듯이 그렇게 깨끗하게 청소를 해야겠다. 모두들 한바탕 땀에 절어 헐떡거리리라. 무더운 여름날에 웬 청소냐며 힐난을 퍼부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구시렁거리면서도 열심히 청소를 할 것이다. 정리 정돈을 안 한다며 서로 구박을 일삼을 것이며, 우리가 안 하면 누가 깨끗한 사무실을 만들어 주냐는 자조 어린 투덜거림도 잊지 않을 것이다. 그 와중에 계산 빠른 M 간사는 청소용역업체를 부르면 사무실 한번 청소하는데 10만 원은 넘게 들지 않겠냐며 우리가 한 달에 20~30만 원은 벌고 있는 거라고 분위기를 띄워주리라. 그렇게 저렇게 청소가 끝나면, 지난 복날 수박이라도 먹고 힘내라고 주신 이선종 대표의 금일봉으로 시원한 아이스크림이라도 나누어 먹을 것이다.

자화자찬 같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 아주 작은 일에도 따사로운 박수를 쳐주고 싶다. 청소 한 번 하면서 너무 거창한가?

이지은 참여연대 총무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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