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3년 01월 2013-01-07   2503

[특집] 소원을 말해봐

특집

소원을 말해봐

 

우리의 소원은 통일, 미스 아메리카의 소원은 세계평화, 그렇다면 당신의 소원은? 참여사회와 인연이 깊은 사람들, 현장에서 싸우는 사람들, 꿈나무 어린이와 이제 갓 성인이 된 여성. 열일곱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2013년, 어떤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까. 피플파워, 소망과 희망을 소리 높여 말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데서 시작합니다.

 

선거 이후 참여사회는 새 시대를 염원하던 분들께 의견을 묻고 글을 요청하기가 얼마나 어렵고 조심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삶은 계속되지요. 꽃은 흔들리며 피어납니다. 우리는 하늘이고, 우리는 함께 삽니다.

 

길 위의 신부 문정현, 철탑 위에서 고공 농성 중인 천의봉ㆍ최병승, 용산참사 진실규명위원회 활동가 정영신, 강정마을 회장 강동균, 서울특별시장 박원순, 어린이 오수아ㆍ오수린, 나는꼼수다 PD 김용민, 참여연대 간사 이담인, 사진 찍는 사람 박정근, 의인상을 수상한 공익제보자 홍서정, 강남스타일 진보 조국, 재벌개혁 전도사 김상조, 상식을 지키는 코미디언 김미화, 새해엔 스무 살인 김마로, 잔고 없고 빚 많은 29세 남자 장윤수

– 『참여사회』 편집팀

 

 

201301_참여사회_문정현

또 다른 세상을 만들기 위한 행보는 중단할 수 없어요

이 글은 12월 27일 국회 앞에서 제주 해군기지 예산 전액 삭감 호소 백배 농성 중인 문정현 신부님을 인터뷰하여 구성하였습니다.

 

너무 예기치 않던 일이 벌어져버리니까, 그야말로 지금 멘붕 상태라……. 아무 생각이 없어요. 단, 저 개인의 경우1974년 이후 인권운동이다, 반 군사독재 운동이다, 민주화운동이다, 통일 운동이다, 농민·노동자 운동이다, 반 군사기지, 전쟁 반대……. 40년 동안 나에게 벌어졌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 같은, 말하자면 4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한 가지 틀림없는 것은, 이상적인 세상을 그리면서 좋은 내일을 만들고자 하는 그런 마음은 변할 수가 없어요. 2003년도인가? 인도 뭄바이에서 소셜 투어에 참가했었는데 거기 모토가 'Another world is possible, 또 다른세상은 가능하다'였어요. 이게 자꾸 마음 속에 되살아나요. 또 다른 세상을 만들기 위한 행보는 중단할 수 없어요. 근데 나이가 들었잖아. 아마 좋은 세상은 보지 못 할 수도 있겠구나, 그러나 좋은 세상, 그리고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살다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 길은 가야겠다는 생각이 어제, 오늘 국회 와서 들어요. 근데 사실 한 개인이나 내가 몸담고 있는 '평화바람'같은 단체가 세상을 바꾼다는 건 너무 과욕이겠지. 과욕이겠지……. 모두의 의식이 변화하는 가운데에야 이룰 수 있는 일이니까. 그러니까 하나하나가 소중해요. 왜냐하면 나 개인, 그리고 내가 속해있는 곳의 동료들이 지금보다 더 철저하게 래디컬radical한 인간으로 탈바꿈해서 살고, 그러다가 또 계기가 있으면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고 아무도 모르는 변화가 올 수도 있어요. 그런 게 10년 마다 한 번씩 왔거든요. 근데 10년이 넘었는데……, 이제 그런 날이 와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를 했는데, 오히려 40년 전으로 돌아가 버리니까 황당한 거야.

하지만 '새 날이 가까운 시대에 올 수도 있다'는 희망은 갖습니다. 박정희가 사살된 거나, 6.29 선언이나, 60항쟁이나, 효순이 미선이 사건, 촛불……, 이런 전 국민적인 큰 변화들이 가능해요. 왜냐면 그게 10년이 지났거든요. 그러니까 올 때가 됐다고. 그 때 기쁨을 만끽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해요. 근데 못 보고 죽을 수도 있겠다 싶어.

 

문정현▶'길 위의 신부'라고 불리는 천주교회의 신부입니다. 오랜 동안 인권, 민주화, 통일, 자주운동에 몸담았습니다.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것보다 고통받는 이들을 위하여 투신하는 삶을 좋아합니다. 용산, 쌍용, 구럼비의 고통받는 이들은 지금 대한문 앞에 '함께살자 농성촌'을 꾸렸고, 문정현 신부님은 촌장을 맡고 있습니다.

 

 

201301_참여사회_천의봉, 최병승

함께 일하고 함께 살기

이 글은 12월 16일에 작성되었습니다.

 

하루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내년을 생각하는 것이 조금은 사치스럽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2013년을 꿈꿔봅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내년 소망은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가 고용노동부 판정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10년 동안 간절히 소망했고, 수많은 희생에 대한 대가로는 너무나 소박하지만 모두가 함께라면 10년 고통은 추억으로 간직할 수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의봉이는 10년 동안 간절히 소망하고, 투쟁한 결과로 내년에는 당당한 정규직 노동자로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첫 번째 소원입니다. 그리고 놈팽이나 다름없지만 이쁘고 싹싹한 우렁각시에게 장가 가는 것이 두 번째 소원입니다.

병승이는 2년 넘게 받아온 수배가 해제되어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의봉이와 편하게 울릉도 일주를 하고 싶은 것이 첫 번째 소원이고, 8년간 투쟁 과정에서 상처 주고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용서를 빌고 화해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이 두 번째 바람입니다.

오랜 시간 투쟁을 하다 많은 동지들이 떠나갔습니다. 간절한 소망만큼 많은 사람들이 아파했습니다. 떠나간 모든 사람들에게도 축복받고, 성과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현재 함께 고공농성을 하는 쌍용차지부 노동자들, 유성지회 노동자들도 좋은 결과를 가지고 땅으로 내려올 수 있는 상식이 통하는 2013년을 기원해 봅니다. 건강하세요.

 

천의봉, 최병승▶ 천의봉은 2011년 해고되고, 현재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사무장이며, 최병승은 2005년 해고됐고, 2012년 '현대차는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은 당사자입니다. 저희는 현재 '대법원 판결에 따라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전환, 불법경영, 불법파견 책임자 정몽구 회장 구속'을 요구하면서 철탑위에서 61일째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301_참여사회_강동균

힘 없는 자들이 바라는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이 글은 12월 27일 국회 앞에서 제주 해군기지 예산전액 삭감 호소 백배 농성 중인 강동균 회장님을 인터뷰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지난 2년 동안 힘든 일들이 많았어요. 제주 해군기지 공사는 정치적 정당성도 입지적 타당성도 없어요. 자본가에 의해 국가권력이 움직여 강행되고 있는 거지요. 지역 주민은 물론, 국민을 무시한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할 수 있죠. 2012년에는 심지어 공권력, 경찰력 20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조그만 강정마을에 와서 해군기지 공사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지킴이들을 탄압했어요.

저희는 지금까지 싸우면서 우리끼리는 힘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여러 가지 아픔을 맛보고 있는 용산 가족들, 비정규직 정리해고의 아픔을 겪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해왔습니다. 특히 10월 5일부터 12월 3일까지는 '2012 생명평화대행진'이라 해서 전국의 아픈 곳들을 돌아다녔습니다. 다니면서 보니 한마디로 대한민국 전체가 초상집 같았어요. 그게 현 이명박 정부의 실태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1%인 권력가와 자본가를 위한 세력을 물리치고 이 정권이 바뀌어서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했어요. 그러기 위해 2012 생명평화대행진이 끝나고는 대한문 앞에 '함께살자 농성촌'까지 꾸려가면서 저희들의 아픔을 온 세상에 얘기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게 참 어떻게 된 판인지……. 우리가 바라는 대로 되지를 않았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 너무 순한 건지, 무능한 건지, 아니면 바보 같은 건지 모르겠습니다.해방 이래로 숱하게 독재 정권의 아픔을 겪었으면서도 또다시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켰고, 우리는 또5년 간 힘든 삶을 걸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박근혜 당선자가 '국민 대통합'을 얘기하고 있어요. 그러나 당선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공권력의 횡포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강정마을은 매일 24시간 전쟁 속이에요. 유독 강정마을만 비상계엄 하에 놓여있어요. 매일 몇 천, 몇 만 명의 경찰들이 마을에 투입되면서 주민들이 내몰리고 있고……. 국민 대통합을 이루려면 박 당선자는 우선 이런 아픈 곳, 예를 들면 강정마을, 용산참사, 쌍용자동차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전국 아픈 곳들의 내몰리는 자들이 이 땅의 주인이고 하늘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공약을 이행해야 합니다. 지금 제가 국회에 와 있는데, 국회가 뭡니까? 바로 국민의 대의기관입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정부가 잘못 하는 일을 견제하는 곳이 바로 국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보시면 알겠지만 국회 문이 굳게 닫혀 있어요. 저희는 거기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올해는 제발, 힘 없는 자들이 바라는 세상,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첫 단추가 되는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입니다. 5년째 해군기지 반대 투쟁에 앞장서오며 단식, 연행, 투옥의 경험에도 마을과 제주의 평화를 지키기에 헌신적으로 임하고 계십니다. 특히 비폭력, 평화적 저항으로 주민 운동을 이끌어 시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201301_참여사회_김용민

세 가지 소원

『참여사회』에 모처럼 글을 쓴다. 2009년 12월 말 김종철『녹색평론』 발행인을 만나면서 시작했던 이 질긴 인연은 <나는 꼼수다>로 바빴던 지난해 11월로 끊어진 듯 했다. 일이 많아져 쉴 틈이 없어 정신이 잔뜩 예민할 때에, 메일로 원고에 대해 이런 저런 품평이 날아오면 끝내 폭발하고야 말았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 실무 책임자였던 최인숙 간사가 대표적인 피폭자다. 논리도 양식도 없었을 갖가지 모진 소리를 들어줬다. 그녀는 정녕 대인배, 나는 소인배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총선 출마와 함께 나는 시사평론 일을 접었다. '나꼼수'도 종방 했다. 그러나 원하던 대선 결과가 아니게 됐다. 지금 나는 한가하다. 그러다보니 평정심이 생겼고 더불어 최 간사가 생각났다. 새해 소원, 우선은 그녀의 행복이다. 새해에는 좋은 업무 파트너 만나서 보람된 역할을 감당하시길 바란다. 최 간사가 대한민국 시민운동의 큰 획을 긋기를 바란다.

 

또 하나의 소원이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 관련법이 발효됐다. 나는 미디어 협동조합을 꿈꾼다. AP통신처럼 언론사가 곧 협동조합인 것이다. 이곳에서 뉴스 콘텐츠를 만들어 시청자 즉 조합원에게 전파하는 것이다. 물론 특정 정파를 위한 편파 방송을 꿈꾸는 게 아니다(저들이 그런다고 우리까지 그럴 이유는 없다). 그러나 엘리트 의식으로 중무장한 양비론 또는 맥없는 기계적 중립을 취할 생각도 없다. 정의로운 약자 편에 서는 일종의 경향성傾向性을 나타내려 한다. 조합원은 일정한 출자금 즉 입회비와, 매월 회비에 해당하는 시청료를 낸다. 주식회사처럼 돈을 많이 낸다고 지분이 많아지는 게 아니다. 모두가 1/n이다. 자본과 권력의 횡포가 있을 자리에 조합원의 지지와 민주적 권리가 있으니 가장 이상적인 언론사 모델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는 지난 총선과 대선, 장악 당한 방송, 협잡한 방송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 낸 여론 왜곡 현상에 대한 응수다. 다만 어떻게 전달하느냐, 즉 배달 수단이 부족하다. 방송허가권을 쥔 저들 앞에 참 무력하다. 그러나 어쩌랴.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는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에서 위로를 찾을 수밖에. 또 하나의 소원은 요컨대, 미디어 협동조합을 성공시켜 언론개혁의 시금석이 되게끔 하는 것이다. 『참여사회』 독자 여러분도 깊은 관심과 성원을 바란다.

 

 

김용민▶ <나는 꼼수다> PD. 시사 평론가. 참여사회에서 2010년 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김용민이 만난 사람> 인터뷰를 진행한 질긴 인연.

 

 

201301_참여사회_이담인

어찌됐든 나는 차가운 도시의 커리어 우먼

둥근 해가 떴다, 새 아침이 밝았다. 전 세계를 말춤의 도가니에 빠뜨린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스트롱맨의 딸과 인권 변호사의 대선 대결을 넘어 드디어 2013년이 왔다.

나는 88년생 용띠다. 작년 이맘때쯤 참여연대로부터 출근 통보(?)를 받았고, 남자친구에게 고백을 받았으며, 대학에서 졸업장도 받았다. 가히 '2012년은 용띠의 해'라 해도 될 만큼 인생의 소소한 소원들을 이룬 행복한 해였다. 하지만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순 없는 법이다. 일을 하다 보니 학교 다닐 땐 그렇게 하기 싫던 공부가 하고 싶어졌고, 핑계 대며 미뤄뒀던 산더미같은 책들이 마구 읽고 싶어졌고, 저 멀리 남미로 여행을 휙 떠나고 싶어졌다.

어찌됐든 나는 차가운 도시의 커리어 우먼. '하고 싶은 일'을 뒤로 하고 '해야 하는 일'을 하며 배운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바로 '여유'다. 공부, 독서, 여행이라는 소원을 이루는 대신 논평을 쓰고 기자회견에 참석하며 늘 마음 한쪽엔 왜 미리 여행을 가지 않았지, 진작 이 책을 읽어뒀어야 했는데, 좀 더 많이 놀다 올 걸 등등, 현재에 집중하지 못한 채 쓸데없는 조급함을 달고 살았다. 

너그러움은 여유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유는 어디서 나올까? 내가 생각하는 가장 너그러운 사람인 달라이 라마는 이렇게 말했다. “해결될 일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고, 해결되지 않을 일이라면 걱정해도 소용이 없다.” 오, 과연 여유는 내려놓음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올 한 해엔 넘쳐나는 소원과 조급함을 내려놓고 '지금 내가 있는 여기'에서 '여유 있는 삶'을 누리는 진정한 커리어 우먼이 되고 싶다.

 

이담인▶ 복지는 없지만 노동은 넘치는 참여연대 복지노동팀 막내 간사입니다. 고기와 요거트와 샤이니를 사랑하구요. 차가운 도시의 섹시한 커리어우먼을 꿈꾸는 20대를 폭풍같이 지나고 있어요.

 

 

201301_참여사회_박정근

용의 콧물을 내년엔 풀고 싶어요
가래도 뱉고

제가 용띠라서 용의 해라고 하는 2012년에는 좋은 일들이 무척 많을 줄 알았는데 연초부터 다른 집에서 무려 40일이나 먹고 자고(그것도 술, 담배도 못하는 집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아는 밥집도 별로 없고 친구도 별로 없는 동네에 매번 왔다 갔다 하느라 좀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보고 싶은 사람들이 분명히 있는데, 분명히 많은데, 바쁘다는 핑계로! 물론 시간이야 낼 수 있었을 텐데 제가 부족한 탓에 찾아가지 못한 분들이 많습니다. 내년엔 올해보다 더 밝은 모습으로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고, 그동안 소홀했던 사진관도 즐겁게 하고, 맛집도 더 많이 찾아내고, 제가 요즘 재미 붙이고 있는 음반 만드는 일도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아 참, 사실 요즘에 베이스를 배우고 있어요. 내년엔 잘 칠 수 있겠죠? 밴드 하고 있거든요. 밴드 이름이 '교정본부'입니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하여 주소를 띄워드립니다. (corrections.go.kr) 모르는 게 무지 많고 손가락도 안 움직이는데 부지런하게 연습해야겠습니다. 아휴, 본업이 사진인데 사진도 올해는 많이 못 찍었어요. 좋은 사진도 많이 찍고 싶고 가능하다면 어디에 전시도 하고 싶어요. 올해 하반기에 동네에서 사진강좌를 했는데 이거 내년에도 쭉 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한 일들이 생각보다 많네요. 욕심도 많고 성격도 급해서 하고 싶은 게 무지 많네요. 아쉬운 일들이 무척 많았지만 올해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해요. 알게 된 사람들도 많이 늘었고. 내년엔 더 행복해질 겁니다. 올 한해 지켜봐 주시고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너무 감사드리고 새해엔 좋은 일들만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들하고 싶은 말도 즐겁게 하며 살았으면 좋겠고. 나라 걱정 쓰셔도 좋다고 하셨는데 나라 걱정도 하고 싶은 말 편하게 해야 할 수 있겠죠. 1년간 막힌 코랑 막힌 목 뻥 뚫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팽~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와 비슷한 이유로 조사를 받고 있는 혹은 조사가 끝난 제 친구들도 계속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원이 너무 많은가? 제가 쌓인 게 많긴 했나 봐요.

 

박정근▶ 서울 동쪽 끝에서 작은 사진관을 하고 있습니다. 시끄러운 음악과 이런저런 영화를 즐기고 친구들과 음반을 만드는 일도 하고 나라 걱정도 가끔은 합니다. 트위터에서 놀다가 국가 변란을 선전 선동하고 반국가 단체의 활동을 찬양 고무 했다는 혐의를 받고 연초에 집이 아닌 수원 콘도에서 트위터도 못하고 녹화된 <나는 가수다>나 보면서 40일간 지루해하다가 풀려났고 11월 21일에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고 항소심을 준비 중입니다

 

 

201301_참여사회_홍서정

필요한 것, 갖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현재 한국사회는 인간으로써의 당연한 권리인 인권이 잘 보장되는 사회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더욱더 심각한 인권침해를 받는 집단중 하나가 바로 청소년입니다.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는 청소년의 머리 모양과 색깔, 정치적, 종교적 신념 등을 일상적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웃음거리가 될 일이지요. 청소년은 마치 인간이 아닌 것 같아요 ㅠ_ㅠ 새해에는 청소년 운동이 잘 되어서 모든 청소년들이 인권을 보장받고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비로소 누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소원이라면……, 제가 탈학교를 하면서 활동을 좀 더 열심히 하고 싶기도 하고 부모님과 약간의 트러블도 있어서 탈가정까지 같이 했습니다. 그래서 노동(지금은 의인상 상금으로 잠시 쉬고 있습니다ㅎㅎ 감사해요)도 하게 되고 주거 문제에도 직면해 있습니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그렇게 멀지 않고 최저임금도 보장해 주고 청소년을 고용하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 꿀알바를 구하고 싶네요. 또 집세가 장난이 아닌데 집세 부담이 좀 줄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집에 냉장고가 없어요ㅠㅠ 집이 참 시원해서 우유나 달걀 같은 걸 상온에 놓아도 썩지는 않아요, 아직은. 하지만 날이 풀리고 따뜻해진다면? 윽. 냉장고가 꼭 필요하겠죠? 그리고 또또 노트북과 와이파이가 필요해요. 집에서 문서 작업과 일을 하려면 꼭 필요하겠죠? 그리고 새 핸드폰이 필요해요. 핸드폰이 너무 낡았어요. 터치가 잘 안 되거든요. 마지막으로 글솜씨를 좀 갖고 싶어요. 보시다시피 글을 너무 못 써서 중간부턴 항상 멘붕이랍니다. 하하 살려줘요! 참 아무렇게나 쓴 글이지만 혹시 읽으셨을 분들 감사 합니다 ›ㅡ‹ 내년엔 올해보다 행복하세요!!

 

홍서정(이응이, 17세)▶ 기독교계사립학교인 명지고에서 일어나는 학생인권침해 사실들을 언론과 외부에 알리고 문제제기하며 인권친화적인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현재는 자퇴하고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3회 공익제보자의밤> 의인상 수상자입니다.

 

 

Screenshot 2021-03-29 at 15.31.13.jpg

세계는 평화, 나는 '영 앤 리치'

어릴 때 누가 소원을 말하라고 하면 뭘 말할지 혼자 엄청 고민했었다. 아무도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 적은 없지만 왠지 정해놓아야 할 것 같았다. 컴퓨터 하루 종일 하기나 초콜릿 잔뜩 먹기, 예쁜 옷 많이 갖기, 인형 많이 사기 등등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소원을 단 한 개만 들어준다고 하면 뭐라고 말해야 되나.

나는 욕심이 많아서 작은 소원 하나도 버리기가 싫었다. 결국 하나로 줄이고 줄인 내 소원은 '내가 행복하면 좋겠다'였다. 그런데 나 혼자만 행복하고 우리 엄마 아빠랑 동생은 안 행복하면 안 되니까 '우리 가족이 행복했으면'이라고 소원을 정해 두었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니 우리 친할머니랑 외할머니 이모랑 삼촌 사촌 오빠들 그리고 내 친구들이랑 선생님들은 불행하면 나까지 행복하지 않을 테니 다들 행복하게 해달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또 그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야 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고 나도 행복할 것 같고……. 생각을 하다 보니 내가 챙겨야 할 사람이 끝도 없어서 머리가 복잡해져서 그냥'세상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마무리 지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이게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세계 평화인가 싶다.

엄청 기특하게도 어릴 때부터 내 소원은 세계 평화였다. 그래서 다가오는 2013년 내 소원도 역시 '세계 평화'다. 그리고 굳이 소박한 소원을 짧게 덧붙이자면 젊고 예쁘고 돈 잘 벌고 진지하고 멋진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지드래곤 노래 가사처럼, '영 앤 리치!'

 

김O로▶ 12일 뒤면 스무 살! 이 책이 나올 때쯤이면 이미 스무살일 것 같다. 교복도 입기 싫고 시간표대로 학교 가기도 싫어서 얼른 스무 살 되고 싶었는데 막상 다가오니 겁나 싫다.

 

 

201301_참여사회_장윤수

건투를 빕니다

이 글을 쓰는 날은 2012년 12월 20일입니다. 그리고 시간은 오전 2시예요. 그래요.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대선이 끝난 새벽입니다. 똥구덩이에 빠진 심정으로 이 글을 적습니다. 아, 꼭 선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에요. 어제도 이랬으니까요. 왜 그런지는 아래에서 천천히 적겠습니다.

안녕하세요. 2013년 1월의 여러분. 여러분들께서 이 글을 보고 계실 때까지 제가 삶을 포기하지 않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지금은 살아 있으니 인사를 올립니다. 신년 포부에 대한 글을 적어달란 부탁을 미녀 간사님께 받고 '새해에 어울릴 법한 희망찬 이야기를 해보자' 라며 일주일을 고민했지만, 아무런 희망이 없을지라도 삶은 계속 이어집니다. 늘 그렇듯이요. 뭐, 이렇게

구시렁거리기는 합니다만 보일러를 켜기 위해 키보드를 붙잡는 것은 변함없겠지요. 그래도 해보고 괴로워하는 편이 낫잖아요. 해보지 않고 괴로워하는 편보단 그쪽이 낫잖아요. 거창한 새해의 다짐이나 결심 따위 다 필요 없더라구요. 금연하겠다고 결심한들 9시 뉴스 끝나면 담배 한 대 입에 물 게 뻔하니까요. 거창한 결심 하지 마시고 하나만 이루어 보겠단 자세로 올해에 접근해보세요. 저는 개똥같은 인생 포기하지 않고 이민 가지 않고 2014년을 맞이하여 이 땅에 살아남아 버티기로 했습니다. 늘 그렇듯 아침에 일어나 키보드를 붙잡고 꾸역꾸역 글을 써 점심 값을 벌고, 그 다음엔 저녁 값을 벌기 위해 또 계속해보려 합니다. 뭐, 그래도 가끔은 좋은 날이 오겠죠. 로또 5등 당첨금 오천 원으로 담배 두 갑을 사며 6개월간 쏟아 부은 수십만 원의 시름을 잊는 때가 올 것이고, 새롭게 연애를 시작하여 전 여자친구에게 사준 백 할부금의 괴로움을 잊게 될지도 몰라요. 삶은 늘 이렇게 불확실한 희망 덕택에 다음날로 이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100일의 시궁창 같은 날은 흔하기에 와 닿지 않지만, 하루의 행복한 기억은 희소하기에 인상에 크게 남지요. 그 하루가 다음 100일을 버티게 합니다. 행복을 좇는 불행한 나날들. 멈추지 마세요. 올 한 해 싸움에서 승자는 못 되더라도 패자는 되지 않으시길 기원합니다. 이 싸움은 승자가 있는 싸움이 아니니까요. 그저 패자만 있는 버티기 싸움이니까요. 올해도 건투를 빕니다

 

장윤수(효봉스님)▶ 29세, 남자. 천재. 통장 잔고 2,450원. 카드빚 232만 4,529원. 국민은행 713702-01-131667.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