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4월 2002-04-10   253

감시자 없는 경선, 옴부즈만이 나간다

민주 경선후보, 회계장부 안내면 시민행동으로 압박할 것


그야말로 축제였다. 광주 민주당 국민경선이 있던 날 염주체육관 외부와 내부는 온통 각 후보자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구호와 함성으로 가득 찼다. 3월 16일은 한편의 드라마 같았다. 주인공을 유권자와 후보자로 나눌 수 없는 드라마. 주연과 조연이 따로 없었다. 주인공 같았던 후보자들은 지역주의를 극복한 광주시민들에게 자리를 내줬고, 시민들은 각 후보자들의 치열한 선거운동과 연설을 들으며 가슴이 벅찼다. 특히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시민의 모임) 회원들은 과연 이들이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기 때문에 저렇게 신나게 응원을 하는 건지 선거운동 자체가 즐거워서 하는 건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선거는 유권자와 후보자가 함께 벌이는 잔치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조금씩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 같은 조연, 그들이 바로 대선감시시민옴부즈만(이하 옴부즈만)이다.

지난 2월 25일 대선 선거자금 감시를 위한 시민옴부즈만이 출범한 이래 참 많은 사건들이 일어났다. 경선과정에서 선거운동에 이용할 목적으로 어떠한 집회·행사에도 금전이나 음식물, 교통편의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서약했으나 첫 출발지인 제주와 울산에서부터 거짓임이 드러났다. 회계장부 공개를 철석같이 약속했던 후보들은 오리발을 내밀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는 16개 도시 중 4곳의 선거를 치른 현재 눈에 보이는 결과물은 적다. 기자라는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접근하면 쉽게 ‘아르바이트 왔어요?’ 하고 말하는 것을 보면 큰 변화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옴부즈만 활동으로 적어도 겉으로 드러나는 매표행위들이 크게 준 것은 사실이다. 옴부즈만 활동에 대해 후보자들이 의식하기 시작한 것도 엿볼 수 있다. 앞으로 회계장부 공개여부는 후보자들의 신뢰도를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처음으로 35명이 넘은 옴부즈만 시민들이 한꺼번에 내려가 활약했던 광주와 대전 선거는 앞으로의 활동방향을 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회계장부 공개약속에 오리발

광주와 대전에서 감시활동을 벌였던 양단석 씨(64세)는 “대선 감시활동은 민주적인 참여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옴부즈만 활동에서 얻은 수확을 강조했다. 또 양씨는 “지방에서 선거를 할 경우 교통이 불편한 경우가 많았다. 이럴 경우 특정후보가 버스를 제공하고 차안에서 간식을 준다면 그 후보에게 마음 가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라며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버스를 운영하면 후보자들의 편의제공 논란도 사라지고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아울러 옴부즈만의 이상철 씨(68세)는 “한화갑이 당연히 일등 할 줄 알았던 광주에서 시민들의 선택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이에 반해 대전의 경우 새로운 지역주의가 나타날까 봐 걱정됐다. 우리 스스로 정치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자”고 경선 현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소감을 밝혔다.

옴부즈만 활동의 실무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은 옴부즈만 활동의 중간평가를 내리고 앞으로의 방향에 관해 고민중이다.

김 국장은 “시민옴부즈만 활동은 크게 보면 두 축이다. 후보가 깨끗한 선거를 약속하고 회계장부를 검증 받는 것과 실제 선거활동을 감시하는 것으로 나뉜다”며 옴부즈만의 두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나 김 국장은 “먼저 후보들은 당초의 약속을 깨면서 정치자금의 실체를 알리려는 취지가 약해졌다”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선거활동 감시에서는 현장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한데도 지역과의 네트워크가 부족해 전략적인 움직임을 취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얻은 수확도 많다. 제주와 울산에서 비리현장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고 민주정치와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쌓은 좋은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옴부즈만은 회계장부를 공개하지 않는 후보들에게 시민적 행동을 할 생각이다. 4차례 경험 후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며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에서도 치르게 될 경선도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응과 돈봉투 현장을 잡자

선거인단에 옴부즈만 시민들이 직접 참가한다는 캠페인도 펼칠 예정이다. 김 국장은 “향응과 돈봉투를 적극 제보하는 회원들이 선거인단에 결합한다는 게 알려지면 후보자들도 변할 것이다. 돈봉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선거인단이 돼야 한다”며 앞으로 옴부즈만 활동의 방향이 다양해질 것이라고 조망했다.

마지막으로 김 국장은 선관위나 옴부즈만에 선거 비리현장을 제보할 때 절대 잊으면 안 되는 몇 가지 포인트와 국민들에게 바라는 당부를 밝혔다.

“제보의 핵심은 녹취입니다. 향응제공 목적이 당선이냐, 아니면 누구를 밀어달라는 것인지 확인해서 녹취해야 합니다. 음식값은 누가 계산하는지도 중요합니다. 총액규모는 얼마인지도 확인하십시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5000원 이하는 가능하다고 하는데 시민들에게 5000원짜리 밥을 사는 게 정당합니까. 정치인들에게 밥 한끼 얻어먹는 것 정도는 괜찮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합니다. 정치인들이 돈을 모을 수밖에 없는 문화도 없애야 합니다.”

비리현장을 자기 눈으로 봤다는 것만으로는 어떤 증거도 되지 못한다. 옴부즈만의 활동이 부정선거 방지를 위한 거대한 퍼포먼스로 자리잡아 선거가 진정한 축제로 자리잡길 바란다.

황지희(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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