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8년 06월 2018-06-02   2770

[특집] 내가 꿈꾸는 비무장지대의 모습은?

특집4_비무장지대를 상상하다

내가 꿈꾸는 비무장지대의 모습은?

정리. 미디어홍보팀 이한나

시민들이 바라는 비무장지대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종전협정이 맺어진다면, 향후 비무장지대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비무장지대에서 뭘 해보고 싶은지, 혹은 이것만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는지 각계각층의 시민들에게 ‘내가 꿈꾸는 비무장지대’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지도

정수영 국립수목원 DMG자생식물과, 식물분류학 박사

세계적으로도 유일무이한 비무장지대라는 공간은 현재까지도 인간들에게 철저히 통제된 자연생태계를 품고 있다. 그래서 비무장지대에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것은 인간을 제외한 동식물뿐이며 그들만의 안전한 서식처로 이용되고 있을 것이다. 비무장지대는 제대로 된 연구조차 진행되지 못하였으나 군과 함께 작은 발돋움이지만 생태계보존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앞으로도 비무장지대 일원 생물상조사 및 현지내외 보전, 생태축 복원 연구 등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비무장지대의 ‘달의 뒷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비무장지대의 보존가치를 알리기 위한 노력들이 마중물이 되어 사람들의 인식들이 제고되고 움직임들이 모이면 우리의 비무장지대도 더 이상 아픔을 간직한 곳이 아닌 대초원 세렝게티와 지구의 허파 아마존 같은 자연·생명·희망이 어우러지고 평화의 상징으로서 존재하기를 기대해 본다.

정부교 파주 금촌초등학교 교사

DMZ 안에는 대성동 초등학교가 있다. 요즘은 남,북한이 서로를 비방하는 확성기 사용을 금지하여 수업도 즐겁게 하고 운동장에서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고 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파주에서는 ‘개경으로 수학여행을!’ 운동을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DMZ는 그런 공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지리적으로 남한과 북한 사이에 위치해 있는 자연 그대로의 상태인 DMZ. 그곳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공간, 시간은 다소 걸릴지라도 서로의 차이를 좁혀나가는 완충지대로서의 시간적인 의미까지. 우리 학생들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름을 받아들이며 서로 간의 DMZ를 좁혀나가 완전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윤하 건축가, 건축사사무소 노둣돌 대표

그냥 내버려 두자. 펄떡거리는 생태계의 날것 그대로 보존하고 최소한의 발자국만 내자. 사람의 출입과 시설물도 꼭 필요한 만큼만 들이자. 이 귀중한 생태계의 보고를 한 백 년 정도 더 살려서 미래 세대에게 그냥 물려주자. 현재 국토의 대부분은 현세대의 욕망으로 인해 개발과 건설로 미래 세대의 꿈과 여지를 잠식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인류와 사회를 위해 ‘미래에 올 세상’을 그곳에 마련하여, 유보의 땅으로 내버려 두자.

더글라스 맥택 독일 장트 안토니우스 중고등학교 역사교사

통일이 된다면 비무장지대는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보다 비무장지대가 자연보호구역으로써 보존되는 것이지만, 특정 지역에 한해 남북의 분단과 전쟁의 희생자들을 기리고, 기억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독일의 예전 동독과 서독의 경계 지역에 세워진 여러 오픈에어 형식의 박물관이나 기념비 등을 세워 그 장소들을 산책로로 연결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것이다. 물론 비무장지대의 활용방안은 남한과 북한이 함께 결정해야 할 것이다. 잘 보존된 자연환경과 남과 북의 협력은 생명과 평화를 상징할 수 있을 것이다.

이광석 뮤지션, 그룹 ‘우리나라’

세계적음악가 윤이상 선생의 소원은 비무장지대에서 남북통일음악회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역사적 판문점선언은 이제 선생의 못다 이룬 꿈과 남북한을 비롯해 해외의 수많은 예술인들의 소원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는 전쟁이 없는 평화와 번영을 목 놓아 부를 통일공연무대가 비무장지대에 펼쳐졌으면 좋겠습니다.

조원형 도서출판 돌베개 마케터, 파주 와동동 거주

분단 60년 남북 간의 화해모드를 지켜보며 우리 민족이 가야 할 먼 길을 그려봅니다. 서로 겨눈 총부리로 인해 강요당했던 아픔과 손실, 절대 반복되어서는 안 될 역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비무장지대는 평화의 시작점이자 전쟁을 기억하는 장소로 보존되면 좋겠습니다. 수없이 설치된 무기들로 사람의 접근이 어려워 오히려 보존가치 높은 생태공간이 되어버린 역설. 지금도 군비경쟁과 전쟁을 계획하는 인류에게 그리고 이 땅을 살아갈 후손들에게 ‘현명한 선택’은 과연 무엇인지 알려주는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조용하고 단아한 비무장지대 산책길을 꿈꿉니다. 전쟁과 분단폭력이 만든 긴장의 공간이, 그 긴장 탓에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생태계가 가장 잘 보존된 공간이 된 것은 무척 아이러니합니다. 그 아이러니에 우리가 가야 할 평화의 오래된 미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무장지대가 분단과 군사갈등의 상징에서 벗어나 평화의 상징이 되기를, 하지만 평화라는 이름을 단 개발주의에 희생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처럼 새와 나무와 바위의 땅이기를 바랍니다. 평화의 결실로 흙으로 다져진 좁다란 산책길 하나 정도만 남북을 가로지르길 바랍니다.

황성진 그래픽디자이너

오래도록 바라던 남북평화가 막연한 꿈이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오래전 비무장지대를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곳에 펼쳐진 바다처럼 넓은 평야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저곳에서 별을 보면 어떤 기분일까?’ 빛이 많은 서울과는 다를 텐데, 하늘과 별과 달을 보는 모습은 남과 북이 같겠지만, 저 곳에서 보면 또 다른 모습 아닐까? 천문대가 저기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그 때부터 했던 것 같다. 정말 생긴다면, 우주와 밤하늘을 좋아하는 나의 친구들과 밤새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 북에서 온 낯선 여행자들과 함께 말이다.

특집. 비무장지대를 상상하다 2018-6월호 월간 참여사회 

1. 비무장지대의 역사와 유엔사령부

2. 살아있는 자연박물관, 비무장지대

3. 10년 후의 비무장지대

4. 내가 꿈꾸는 비무장지대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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