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3월 2002-03-01   803

클린카드를 아십니까?

참여연대-전공련 “공익제보 시민행동”출발


한국사회를 일컬어 부패공화국(Republic of total Corruption)이라고 표현하는 저명한 인사도 있다. 일반 국민들 또한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오는 각종 게이트와 ‘권력형 비리’에 염증이 나 있는 상태이다. ‘부패’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정치인과 국민들은 한 명도 없다. ‘부패문제’에 대해서는 온 국민이 주요한 척결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고위층과 정치인 등 윗물이 가장 혼탁하다. 거대한 권력형 비리가 모든 언론을 장식할 때마다 시민들은 심한 허탈감과 자괴감을 토로하는 ‘심리적 공황’을 겪고 있다.

이런 부패공화국의 오명을 하루라도 빨리 벗어버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요구하고 있는 ‘정치개혁’, ‘검찰개혁’과 ‘공직자윤리법’ 개정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더불어, 부패척결의 핵심수단으로 증명된 바 있는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사회적 환경조성이 시급하다. 그나마 지난 1월 25일 참여연대 등 시민운동의 성과로 제정된 부패방지법이 시행되면서 공익제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제도적 장치(신분보호 및 보상금 최고 2억 원 지급)가 마련되었지만, 시민단체의 주장이 상당부분 반영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공익제보(Whistleblowing)’는 자기가 속한 조직 내의 비리와 부정 행위에 대해 양심의 호루라기를 불어 개선을 촉구하는 행위이다. 이문옥, 이지문, 박대기, 황하일, 김필우, 윤석양, 한준수, 박상준 씨 등의 사례는 공익제보야말로 고착화되어 있는 한국사회의 부패구조를 치유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임을 웅변해주고 있다. 경기도 화성군 이장덕 계장의 양심이 꺾이지만 않았던들 수십 명의 어린 영혼이 무참히 스러져간 ‘씨랜드 참사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 한번이라도 양심의 호루라기가 불어졌던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공익제보 내용 꼼꼼히 담은 서바이벌북 4월 출간 예정

이러한 점에서 ‘공익제보자(Whistleblower)’는 맑고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데 있어서 소금과 같다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국가와 사회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 권익, 더불어 우리가 내고 있는 혈세를 지키기 위해 공익제보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정반대이다. 어려운 결단을 한 이들은 오히려 조직을 고발한 ‘배신자’로 몰리고, ‘조직의 보복’으로 이른바 ‘왕따’를 당하거나, 심지어 구속까지 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편견을 불식하고 공익제보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7년 간 공익제보자 지원운동을 전개해 온 참여연대와 현장에서 공직사회 비리 척결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전공련)은 3월부터 집중적인 공동캠페인을 전개한다.

“양심의 호루라기를 불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펼쳐지는 이 캠페인에는 비리를 고발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부패척결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려는 취지가 담겨 있다. 따라서 이 캠페인은 ‘양심의 호루라기’가 모든 공직자와 시민들에게 전파될 때까지 지속된다.

이번 캠페인은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의 전환적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때문에 각계의 전문가와 공익제보 체험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공익제보자 보호헌장’을 제정하여 발표했다.

공익제보자 보호헌장은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차별 금지와 보호·보상 의무 등 6개 항에 달하는 공익제보자의 권리와 그들을 보호해야 할 국가와 사회의 의무를 담고 있다.

또한 참여연대와 전공련이 공동으로 제작한 공익제보자 10대 행동수칙을 담은 ‘클린 카드(Clean Card)’를 모든 공직자와 시민들에게 거리캠페인을 통해 배포할 계획이다. 클린 카드는 양심의 호루라기를 불기 전 취해야 할 행동수칙을 지갑에 넣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명함 크기로 제작되었다.

또한 4월 국내 최초로 제작될 ‘공익제보 서바이벌북’은 공익제보자들을 위한 생존전략이다. 이 책은 공익제보의 중요성과 의의 및 대상, 공익제보자 행동수칙, 공익제보 처리절차, 보호받을 수 있는 조치, 부패방지법상의 보상규정, 공익제보 사례분석과 경험자 수기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서바이벌북은 현장의 공직자, 부패방지위원회 등 정부관계자, 공익제보 보호 전문단체와의 총 3회의 공청회를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실질적인 생존전략을 담아 발간된다.

양심닷오알지 사이버 캠페인도 활발

이 캠페인은 다양한 홍보와 참여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무엇보다 네티즌들에게 공익제보에 대한 홍보와 ‘청렴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사이버 캠페인(www.yangsim.org)을 전개한다. 개설된 웹사이트에는 공익제보의 중요성 및 대상, 공익제보자 보호헌장, 공익제보자 10대 행동수칙, 부패방지법에 따른 공익제보 처리 및 보상금 절차를 제공하고 “What’s new?”의 기능과 시민참여, 인터넷상에서 제보접수를 받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한 청년층의 참여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포털사이트 야후와 공동으로 사이버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한다.

이번 캠페인에 앞서 전공련 안병순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장은 “연이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가 공무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심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공무원들 스스로가 부패추방의 주체로 나서는 것이 절실하다”며 참여동기를 밝혔다.

그는 앞으로 “공직윤리 확립 등을 포함한 공직사회 개혁과 공익제보 활성화를 위한 사회 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일선 공무원들에게 이 캠페인의 행동전략을 적극적으로 배포하는 한편, 전공련 산하에 공익제보센터 설치 및 지원활동 전개, 공직부패 척결을 위한 현장 공무원 의견개진운동, 공직부패에 관한 공무원 의식조사 등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단장 김창준 변호사)은 무료 법률상담 및 법률지원을 담당할 20인의 지원 변호인단, ‘청렴교육’ 등 관련 교육자료 개발과 홍보를 담당할 13의 교육홍보지원모임, 공익제보자의 신분과 심리적, 안정을 지원할 10인의 양심 지원모임을 구성하여 실질적인 공익제보자 보호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프로그램에 따라 공익제보가 접수되면 곧바로 보호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부패방지법 시행에 즈음에 전개되는 이번 캠페인에는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공익제보자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가 낮은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선뜻 공익제보에 나설 것인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캠페인의 신호탄이 오르자 이미 참여연대에 접수된 제보 건수만도 30여 건에 이르고 있다. 부패척결의 핵심수단인 공익제보가 활성화된다면, 그 동안 관행화된 부조리와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조직내부의 비리를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앞으로 우리는 매일 아침 조간신문에서 권력형 비리 기사를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될 지 모른다. 진정코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광진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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