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5년 07월 2015-07-02   731

[읽자] 한여름 밤에 떠나는 색다른 여행

한여름 밤에 떠나는 
색다른 여행

 

글. 박태근 알라딘 인문 MD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 더위가 시작되면 자연스레 방학과 휴가가 떠오르고, 일상을 벗어난 새로운 곳을 찾기 마련이다. 그런데 떠나려면 일정을 계획하고 교통, 숙박을 예약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그저 집에서 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준비하는 과정이 여행의 맛이라지만, 과감하게 집에서 여름을 보낼 참이라면 여행을 떠난 이들마저도 부러워할 색다른 맛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시원한 냉면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한여름 밤 당신의 머리와 가슴을 청량하게 적실 과학 여행 세 가지를 소개한다.

 

참여사회 2015년 7월호 (통권 224호)

별빛 방랑_천체 사진가 황인준의 별하늘 사진 일기 /황인준 지음 / 사이언스북스

 

가장 오랜, 아마도 끝나지 않을 별빛 여행
첫 번째 여행은 인류가 가장 오래 꿈꿔왔지만 여전히 실현되지 못한 별 여행이다. 물론 직접 떠날 수는 없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빛의 속도로 날아가도 4년 4개월이 걸려야 닿을 수 있다. 대신 그곳에서 같은 속도로 날아온 빛을 볼 수 있으니, 눈이 왜 보배라 불리는지 알 법도 하다. 천체 사진가 황인준은 이 빛을 사진으로 담는 데 푹 빠져 결국 호빔 천문대라는 개인 천문대까지 만들어 매일 밤 『별빛 방랑』을 떠난다. 

책에는 세계 곳곳에서 올려다본 우주 곳곳의 사진이 빼곡하다. 사진만 넘겨보아도 눈이 환해지는 걸 느낄 수 있는데, 여기에 사진마다 붙인 짧은 여행기를 더하면 마치 그곳에서 함께 별빛을 좇는 기분이 들어 가슴이 시원해진다. 별을 보려면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동공이 열리며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시각에 신경이 모인다. 좁은 집에서 너른 우주를 여행하는 데에도 마찬가지 방법이 필요할 터, 별빛 속에서 각자의 지도를 만들어보기 바란다.

 

참여사회 2015년 7월호 (통권 224호)

박진영의 공룡 열전-여섯 마리 스타공룡과 노니는 유쾌한 공룡 입문 / 박진영 지음 / 뿌리와 이파리

 

영화보다 정확하고 재미있는 공룡 이야기

두 번째 여행은 지금은 볼 수 없는(?) 생명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영화 <쥬라기 공원>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모기에서 피를 추출해 공룡을 부활시킨 상상이 정말 가능한 일이라고 믿었던 어린 시절도 기억하지 않을까. 어쩌면 비슷한 시기 비슷한 호기심을 품었을 저자가 어느덧 우리나라 최초의 거대 도마뱀 화석을 학계에 보고한 고생물학자가 되어 펴낸 『박진영의 공룡열전』은 마치 공룡을 직접 만난 듯 써내려간 터무니없는 공룡 이야기의 잘못을 짚고 공룡 연구의 흐름과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진짜 공룡’이야기를 들려준다. 

물론 이 책 역시 현재 시점의 이야기다. 저자는 공룡이 워낙 오래전에 멸종한 생명이라 여전히 알려진 게 적고 지식이 확장되고 축적되는 과정에서 숱한 실수가 발견되지만, 이런 과정이 공룡을 만나는 진짜 재미라며 19세기 초부터 최근까지 인류가 공룡을 이해한 과정을 찬찬히 들려준다. 티라노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브라키오사우루스 등 친숙한 여섯 공룡부터 지금도 살아 숨 쉬는 공룡(정말이다!)까지, 어디로 떠나도 만나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만끽해보기 바란다.

참여사회 2015년 7월호 (통권 224호)
이종필의 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 / 이종필 지음 / 동아시아

 

평생 피하며 살았지만, 이제는 만나야 할 지식
마지막 여행은 만만찮은 도전이다. 주제가 수학이기 때문이다. 바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당신의 손길이 느껴지지만, 수학이 쉽다거나 공식이 나오지 않는 수학이라며 거짓말하는 책은 아니니 판단은 잠시 뒤로 미뤄주기 바란다. 올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이 나온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아마도 가장 유명한 과학 이론이겠지만, 여전히 이를 이해하는 이는 몇 되지 않는다는 미지 아닌 미지의 영역이다. 그런데 보통 물리학과 대학원 과정에서야 제대로 배운다는 일반상대성 이론에 도전한 이들이 있었다. 『이종필의 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는 그들과 함께 1년 동안 고등학교 수학 미적분부터 일반물리학과 뉴턴역학을 거쳐 아인슈타인의 장 방정식에 이르는 과정을 담아낸 책이다. 

평범한 직장인과 대학생 등 수십 명이 모여 인류 최고의 지식이라 평가받는 공식을 이해하는 과정은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 이론으로 중력과 우주의 신비를 밝혀내고 인류가 새로운 빛을 얻은 과정과 묘하게 닮았다. 발 딛고 선 지구에서 넓디넓은 우주를 바라보는 인간의 마음이 통했기 때문 아닐까. 물론 이 여행은 인간, 당신에게도 언제든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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