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0년 11월 2000-11-01   1255

학계는 지금 논쟁중 NGO 대 NPO

요즘 대학에 부는 NGO열풍이 뜨겁다. 성공회대와 이화여대가 학부 연계전공으로 NGO학과를 만들고, 경남대·경북대·부산대 등이 NGO대학원 설립의 첫삽을 뜨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한국 학계에 NGO학은 정립되지 않았다. 다만 올 11월 중순 NGO관련 두 개의 학회가 뜬다. 한국 NGO학회와 NPO학회. 최근 급속하게 대학에 부는 NGO 열풍을 진단해본다.

2001년 성공회대와 이화여대 학부엔 연계전공으로 NGO학과가 신설될 전망이다.

이뿐 아니라 부산대, 경북대, 경남대, 서울대 등에 NGO대학원 신설 움직임이 있고, 이미 성공회대와 경희대는 교육부 인가된 NGO 대학원을, 또 한양대에서는 제3섹터연구소를 통한 연구기능을, 서울시립대 등 다수의 대학에서는 NGO관련 연구를 담당하는 연구소 및 도시행정대학원 등에 교과과목으로 NGO부문을 편성해 두고 있다. 게다가 11월 중순께는 두 개의 학회가 출범예정에 있다. 이른바 NPO학회와 한국NGO학회. 이처럼 지금 대학사회엔 NGO학 열풍이 불고 있다. ‘NGO르네상스’ 시대에 걸맞게 최근 1∼2년 사이 급속도로 대학사회가 NGO 영역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근본적 이유는 뭘까.

순천향대학의 황창순 교수(사회복지학)는 비영리 부문에 대한 연구는 ‘시대적 대세’라고 그 의미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경희대 박상필 교수(NGO대학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정치학회 주제가 ‘어떻게 NGO를 활성화시킬 것인가’였고, 얼마 전 개최된 행정학회 학술토론회 ‘NGO와 정부’도 지금까지 그가 참석한 모든 학회 세미나 중 가장 참석률이 높은 행사였다고 밝혔다. 그만큼 NGO 분야에 대한 연구는 한국사회에서 이제 막 본격화되고 있는 추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 차원에서 최근 대학의 NGO 열풍을 진단하는 연구자가 있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사회학)의 말을 들어보자.

미국 NPO 고용자 수 712만 명에 이르러

“서구의 경우 경제위기 이후 복지국가의 위기에 직면한 정부가 그 역할을 시민사회에 떠맡기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NPO(non-profit organization) 혹은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노인, 탁아 문제는 정부가 어떻게 해결하기 어려운 주제이기도 하잖아요. 따라서 정부가 이런 문제들을 시민자원조직을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사실상 NPO의 급증이 이뤄진 겁니다. 그러다 보니 기실 NPO 조직에서 일하는 근무자의 수요가 요구됐고, 그에 따라 대학은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NPO 연구를 본격화한 거죠. 이런 점에서 우리도 현재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NPO』(삼인 간, 49쪽)에 따르면 미국의 비영리부문 총 고용자 수는 712만 명(전체의 6.8%)으로 총 운영지출(예산)은 3억4,100만 달러(6.3%)에 이르고,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헝가리 7개 국 평균 총 고용자 수는 168만 명(3.4%)으로 운영지출이 860억 달러(3.5%)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시민의 신문』과 협동 조사한 결과, 96년과 99년 파악된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96년 조사에서 본조직이 3,898개, 지부조직이 5,569개로 총 9,467개였고, 99년 조사에서는 시민사회단체가 4,023개로 조사됐으며, 97년 때처럼 지부조직까지 합하면 2만여 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와 같은 2만여 조직에서 일하는 평균 상근자가 7.5명이라는 조사결과에 따른다면, 산술적 근거에 불과하지만,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는 대략 14만 명으로 추정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논지에 따른다면, 한국사회도 NGO를 학문적 영역에서 검토할 만한 수준과 상황이 충분히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학문적 차원에서 NGO란 무엇인가.

조희연 교수는 성공회대 총서 『NGO란 무엇인가』에서 NGO의 영역을 이렇게 구분하고 있다. “우리가 시민단체라고 하면 반독재 민주화운동단체나, 노동운동단체 등과 같은 민중운동단체, 경실련이나 참여연대 같은 통상적 의미의 시민운동단체(civic action arganization), 교육기관이나 사회복지기관 등과 같은 비영리단체(non-profit organization)를 모두 포괄한다. 또한 최근에는 광의의 개념으로 ‘조직화된 자발적 결사체(organized voluntary organization)’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는 공적 이해 실현을 지향하는 단체들(public interest oriented NGOs)이 존재할 수 있고, 그것은 다시 사회행동적 NGO(social action oriented NGOs)와 사회서비스적 NGO(social service oriented NGOs)로 나뉠 수 있다. 사회행동적 NGO는 캠페인 등 다양한 사회행동을 통해 특정한 사회개혁적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라고 한다면, 사회서비스적 NGO는 직접적으로 사회적 약자나 결핍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를 지칭한다. 이 밖에도 이익집단적 NGO인 직능집단(의사협회, 한국출판협회, 변호사협회 등)이 있고, 동호회(조기 축구회 등)와 기타 자발적 사회조직들이 있다.”

사실 한국의 NGO는 다른 국가들의 NPO와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역사를 갖고 있다. 과거 70∼80년대 권위주의적 독재정권 하에서 87년 6월항쟁을 맞이하면서 본격적인 민주주의 이행과정을 거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89년 경실련의 출범, 94년 참여연대의 출범으로 본격적인 시민운동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90년대 중반 한국 시민운동은 권력감시는 물론 조세와 사회복지 등 사회 전 분야의 개혁을 요구하는 애드보커시(advocacy)그룹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향후 한국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특히 세계경제와 아시아 경제, 세계화와 노동, 평화의 이론과 실제 등 신자유주의 이후 우리에게 닥친 이런 문제들을 학문적 관점에서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그룹이 사실상 성공회대 NGO학과다.

과학적인 NPO학문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와는 좀 다른 각도에서 이른바 비영리 섹터의 운영과 조직관리를 주요 NGO 학문영역으로 하는 곳이 있다. 경희대 NGO대학원 박상필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경희대 NGO대학원은 NGO정책학과, NGO관리학과 그리고 자원봉사관리학과로 나뉘어 있습니다. 정책학과에서는 정부와 NGO관계론, NGO정책개발론을, 조직관리학과에서는 조직관리와 재무관리, 자원봉사관리학과에서는 자원봉사활동 관리론, 프로그램개발 및 평가 이렇게 두 과목씩 차별화돼 있습니다. 저희 NGO대학원은 무엇보다 국제NGO 간의 교류 및 국제적 활동연구 강화를 중요한 교육방침으로 세우고 있습니다. NGO학에 대해 시민사회론적으로 접근하는 성공회대학이 있다면, 국제기구의 활동내용 중심 그리고 NPO(병원·대학 등)의 경영과 조직관리 중심이 경희대라고 할 수 있죠. 양자간 서로 다른 특성을 갖고 NGO에 대한 학문분야를 개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는 11월 10일 창립예정인 NPO연구회는 그 동안 정치지향적이고, 이데올로기 중심적이던 한국 시민단체에 지난 10년간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NPO론을 적용, 한국의 NGO를 집중 분석하고 연구해 한국의 NPO론을 정립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순천향대 황창순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한국의 NGO는 재정문제에 시달리고 있어요. 정부프로젝트도 받지만, 그걸로는 독립성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이른바 자원동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그러나 우리에겐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인정받을만한 기부문화 분석조차 없어요. 하지만 선진 외국은 이미 자원동원 활동이 매우 활발한 수준입니다. 우리 시민단체들도 그 동안의 이데올로기적 논쟁에서 벗어나 이제는 그 영향력이 사회적으로 커진 만큼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걸 학문적으로 연구해야 합니다. 따라서 저희는 NPO학회를 만들어 보다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NPO학문을 정립시킬 계획입니다.”

외국과 달리 독특한 지형을 갖고 있는 한국 NGO에 대한 분석과 그 NGO를 구성하는 핵심 구성원은 어디에서 오는가, 또 10년 전만 해도 운동권의 후예들이 대부분 시민단체로 몰려들었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하나의 직업으로 NGO를 생각할 텐데 그들의 의식구조는 어떤가 등 실용주의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논문이 많이 출간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실제 NPO학회에 참여하는 연구진은 연세대 정구현, 서울대 김준기, 경희대 김운호, 가톨릭대 정무성 교수 등이다. 창립 전이라 아직까지 연구진들과 충분한 토론을 거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다학문적 접근방식을 통해 다양한 연구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NGO학, 버블인가 시대의 대세인가

11월 17일 출범할 한국 NGO학회. 김영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이끌고 있는 이 학회엔 50∼60여 명의 연구진이 포함돼 있다. 대표로는 시립대 강철규, 이대 김석준, 고대 이필상, 서울대 임현진 교수가 각각 참여하고 있으며 이 밖에 관동대 이원웅, 한림대 김용호 교수 등이 함께 하고 있다. 순수학문모임으로 출발할 예정이라는 NGO학회는 앞으로 연구진척에 따라 현장 시민운동가들과 학문적 차원에서 경험을 공유하는 방안도 모색중이다. 실제 NGO학회에 참여하는 면면은 대개 지난 시절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던 이력이 있는 연구자들로 앞으로 한국사회개혁의 방향과 전망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방점을 찍고 연구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한다. 김영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말이다.

“외국에서는 NGO연구가 활발한 반면, 국내에서는 일부 학자를 제외하고는 활동가들이 부분적으로 발간한 번역서가 NGO연구의 전부이다시피했지요. 그러나 일본과 미국에 갔더니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NGO에 대한 연구성과가 많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자극도 받았고, 시민사회의 시대라는 21세기에 우리 학문의 질을 높인다는 차원에서도 NGO연구가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NGO학은 그 자체로 이게 NGO학이다라고 개념화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에 다학문적 접근법으로 다양한 차원에서 연구돼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국가와 기업을 뺀 나머지 영역은 사실상 모두 NGO의 영역이랄 수 있다. 따라서 대단히 광범위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이 될 수밖에 없는 NGO학은 현재 정치·사회·경제·경영·행정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다차원적으로 연구중이다. 혹자는 김대중정부 이후 NGO의 힘이 너무 커져 그 바람을 타고 NGO학이 유행처럼 버블현상을 맞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실제 우리 삶은 앞으로 NGO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한국사회에서 NGO 영역에 종사하는 고용비율이 늘고 있으며, 기존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또 신자유주의하에서 시민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여갈 것인가, 그 안에서 터져나오는 개인적 권리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합리적 대안을 찾을 것인가, 앞으로 점차 정부 권한은 축소되고 이른바 제3영역이 확장되지 않겠느냐는 게 최근 NGO학자들의 공통된 화두이다.

기든스가 해방의 정치, 자아실현의 정치를 주장했던 것처럼 우리사회에서 NGO운동의 일상화는 거대권력에 대한 비판·견제 속에서 인간소외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다. 어쩌면 지금 많은 대학과 학자들이 NGO학에 관심 갖는 이유 또한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볼 수는 있지 않을까.

인터뷰 ㅣ 성공회대 NGO대학원생이 본 NGO학의 현실

이근행 도시연구소연구원

"좀더 변혁적 관점에서 가르치고 배우자"

NGO학을 연구하는 학생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지금까지는 주로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이 많아다. 성공회대학교에 NGO대학원이 생긴 것은 시민단체활동가들의 재교육도 목적 중 하나였기 때문에 활동가들이 많이 왔다. 환경 ·인권 ·일반사회운동 ·언론 ·노동 등 다양한 관심을 갖고 있는 활동가들이 모여 수업이 생동감 있게 진행된다."

NGO대학원인만큼 여느 일반대학원과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초기 멤버들이라서 교수들과 학생들이 모여 커리큘럼을 함께 짰고, 요즘도 수업내용이나 방식에 대해 민주적으로 토론한다. 2000학번들의 경우엔 지난 학기를 마치고 나서워크숍을 통해 교수들에 대한 평가를 했다고 들었다. 의사소통방식이 대단히 민주적이다."

NGO대학원은 앞으로 어떻게 발전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두 가지 과제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NGO활동의 사회적 책임과 통합을 이루도록 도와야 하고, 또 하나는 NGO 고유의 사회적 기능을 다할 수 있는 아카데미의 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전국적으로 NGO학 붐이 이는 것은 분명한 사회현상으로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어떤 형태로든 많은 연구가 이뤄졌으면 한다."

NGO대학원에 바라는 게 있다면?

"나는 성공회대 학생으로서 사회운동적 관점에서 시작한 학문의 장인만큼 더욱 더 변혁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와 국가, 세계와 나의 관계 속에서 우리를 들여다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질 수 있도록 교수나 학생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

장윤선(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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