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2월 2002-02-01   478

국민참여정치의 장을 만들자

참여연대 여야 대선후보 경선감시 닻 올리다


2002년 벽두부터 대선열기가 뜨겁다. 이른바 예비후보들이 속속 대권도전을 선언하는가 하면 각종 여론조사나 예비후보 초청토론회도 잇따르고 있다. 이 열기의 이면에는 지역연고의 특정인물에 기대는 ‘정치문화의 식민성’ 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문제제기 등 대통령이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낡은 권위주의의 시대가 퇴조하는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실 정권교체를 통해 집권한 현 DJ정부에 쏟아졌던 초기의 과도한 기대와 최근의 급격한 레임덕이야말로 대통령 선출과정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선은 슈퍼맨을 뽑는 과정이 아니라는 인식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식의 성숙에 의한 것이든 아니면 이권집단의 성장에 의한 것이든 간에 입장과 태도를 따지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시쳇말로 ‘정책경쟁 풍토’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개혁의 병목지대인 정치권이다. 우선 각당의 대선후보 선출과정부터가 정책대결과는 거리가 멀다. 돌이켜보면 이제까지 대통령 후보는 총재가 지명하거나 사조직을 동원한 당 내부의 폐쇄적이고 형식적인 경선절차를 통해 선출되었다. 돈선거로 얼룩진 경선과정을 거쳐 대선에 출마한 후보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일…. 유권자의 입장에서 볼 때 대통령선거는 불량품 중 하나를 선택하는 길 외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이 최근 채택한 국민경선제는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고 정당구조를 개혁할 단초를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주지하듯이 국민경선제는 미국식 예비선거제를 일부 변용시킨 제도로 그 합리적 핵심은 일반 유권자들이 정당의 대선후보 선출에 직접 참가할 수 있도록 당의 문호를 개방한다는 것이다. 이 방안은 확실히 계보나 사조직을 대변하는 허수아비 대의원에게 선택을 맡겨야 하는 현행방식보다는 좀더 믿을 만해 보인다. 우리네 제도권 정당풍토에서 당비를 내는 당원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대의원대회에 참석하는 이른바 당원들이란 주로 당내 유력자들이 동원한 사조직에 다름아니었다. 이들을 대신해서 뜻있는 유권자들이 다수 참여한다면 개혁적 소신을 가진 후보가 선택될 가능성은 좀더 높아진다고 하겠다.

국민경선제에 거는 기대

국민경선제는 사실 어제 오늘 제기된 대안은 아니었다. 여야당 모두 97년을 전후해서 국민경선제를 고려한 적이 있다. DJ정부의 막바지에, 궁지에 몰린 대통령이 총재직을 사임하는 과정에서 무주공산이 되는 위기를 겪기 전에 이러한 당쇄신 방안을 선택했으면 좋았을 것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현재 국민경선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이 방안에 훨씬 더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 역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여하튼 여당은 국민경선제를 받았다. 이제 공은 야당에게 넘어갔다. 과연 제왕적 대통령을 비난해온 야당총재가 제왕적 총재권을 흔쾌히 내던지고 국민참여 방안을 선택할 것인지 귀추가 자못 주목된다.

그러나 국민경선제가 도입되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물에는 앞뒤 양면이 있게 마련. 국민 경선은 그간의 혼탁한 당내 경선판을 대규모로 확대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혹자는 경선자금으로 적게는 50억에서 많게는 100억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쯤되면 개혁하자고 했다손 치더라도 개악이 아니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2002년 1월 21일 참여연대는 국민경선제에 대한 이러한 기대와 우려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2002 대선을 깨끗하고 민주적인 국민참여 정치의 장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대선후보 선출과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각 정당과 예비후보자들에게 대선후보자 선출과정에서 일반당원들과 국민의 의사가 직접 반영될 수 있는 참여민주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함으로써 국민참여 경선방식에 거는 기대를 분명히 밝혔다. 또한 야당에게 “국민참여 방안에 대한 결단”을 촉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경선자금 투명성 보장을 위해 참여연대가 제시한 5개 항

한편 참여연대는 “지금까지 여야 후보경선 과정은 막대한 정치자금이 소요되는 돈정치의 전형이 되어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며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부터 돈 안 드는 선거풍토를 정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 역시 절실하고 역설하고 여야 각 정당과 예비후보자들에게 “경선자금 투명성 확보를 위한 5개 항의 실천”을 공개제안했다.

참여연대가 각 정당과 예비후보자들에게 촉구한 경선자금 투명성 보장을 위한 5개 항은 다음과 같다.

①경선비용의 기준과 한도, 처리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자에 대해 후보자격 몰수 등의 방법으로 엄격히 책임을 물을 것 ②공정한 경선 관리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 또는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중립적 경선감시기구에 선거관리를 위탁할 것 ③경선에 임하는 모든 후보의 ‘일일 경선자금 수입·지출 내역’에 대한 공개 및 열람 허용 ④경선자금을 비롯한 정치자금의 수입·지출을 단일계좌로 입출금할 것과 30만 원 이상의 금액에 대한 수표 사용 의무화 ⑤경선 회계장부에 대한 사후 외부감사의 실시가 그것이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방안에 대한 각 정당과 예비후보자들의 입장을 일일이 요구하고 특히 대선 예비후보자들에 대한 TV토론회 등의 자리를 통해 이에 대한 공개적인 대국민 약속을 받아낼 예정이다. 참여연대는 또 이러한 신사협정(?)의 이행을 모니터할 국민경선감시단을 정당의 경선장이나 국민경선 후보 사무실과 행사장에 직접 파견하는 문제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후보자질, 정책검증으로 유권자 판단근거 제공할 터

선거과정이 투명하다고 해서 반드시 정책선거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정책과 후보의 자질을 꼼꼼히 따져드는 유권자들의 적극적 노력 없이 이는 불가능하다. 참여연대는 대선 예비후보 검증을 위한 자료조사팀을 지난 2002년 1월 2일 이후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의 경력과 정견, 약속이행의 일관성 등 모든 쟁점을 담은 후보별 파일을 경선 이전에 모든 유권자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참여연대가 지난 수년 간 개혁을 추진해온 7개 분야(복지·재벌·정치·사법·반부패·조세·민생 등)의 정책과제에 대한 입장을 예비후보들에게 물어 이들의 정견을 비교한 자료 역시 경선 전후 공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대선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법제의 개선도 필수적이다. 지난해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바, 정치자금 투명성 보장을 위한 정치자금법 개정, 사표방지를 위한 1인2표 정당명부식 투표제와 낙선운동에 대한 규제완화를 포함하는 선거법 개정 등은 공정한 정책선거, 돈 안 드는 선거를 보장할 핵심 개혁과제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전국 400여 단체들의 연대체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관련법에 대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는데, 이들 법안은 현재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계류되어 있는 상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들 법안이 정치인들의 입맛에 따라 재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치개혁위원회에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제기한 바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참여연대는 다른 단체들과 함께 전문가 모니터단을 국회에 파견하여 이 법의 개정과정을 전방위로 모니터하는 한편, 법 개정의 시한인 지방자치선거 직전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개혁을 위한 압력의 수위를 높여갈 방침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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