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2월 2002-02-01   865

전북 전주 – 국악 본고장의 국악단원 쫓아내기

각계 대책위 유종근 지사의 도립국악단원 전원해고 규탄


‘국악의 본고장’ 전북의 문화예술계가 발칵 뒤집혔다. 전라북도가 지난해 12월 31일 도립국악단원 118명 전원을 해촉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전라북도와 도립국악원이 대립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부터다. 전라북도는 1500억 원을 들여 대규모 공연장인 ‘소리문화의 전당’을 지었다. 도는 건물의 준공을 앞두고 위탁자 선정을 공고했다. 그러자 국악단원들은 도립국악원을 민간에 위탁 운영하는 것은 전통문화예술의 보존, 유지, 발전을 오로지 경제논리에 맡기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 결과 ‘소리문화의 전당’ 위탁자에게 도립 국악원도 위탁하려던 도의 시도는 국악단원들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그러나 단원들은 이번 사건으로 미루어 보아 도가 언제든지 도립국악원을 민간위탁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해 5월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노동조합 이항윤 위원장은 “도립국악원을 민간에 위탁하면 관람료가 4∼5만 원에 이르게 되어 우리의 소리를 즐길 수 있는 도민이 소수 부유층에 한정될” 뿐만 아니라 “민간위탁은 서민의 문화접근권을 차단하는 것이며, 전통문화예술을 경제논리로만 접근하려는 어이없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또한 국악단원들은 노동조합이 설립된 후 도가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에 무성의하게 임해왔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전라북도는 국악단원들이 오디션을 거부했다면서 이들 모두를 지난해 12월 31일 해고했다. 하지만 현행 오디션 제도는 노동조합측에서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할 단체협약 대상으로 지정한 제도다. 이에 대해 전라북도 도립국악원 서성원 국장은 “오디션을 거부한 단원들을 해촉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동안 민간위탁 실패 등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더 이상 국악원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전원 해촉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도립국악원 노동조합원들과 문화예술인, 시민단체는 지난 1월 12일 전북도청 앞에서 ‘전북도청 및 유종근 지사의 문화말살규탄 범예술인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들은 집회에서 “예술인의 터 짓밟은 유종근을 처벌하라” “국악의 본고장이라는 전북이 부끄럽습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유종근 지사와 전북의 문화정책을 규탄했다. 국악원 노동조합은 또 15일 지역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종교계 등과 함께 ‘국악원정상화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지속적인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한편 전라북도는 올 상반기중에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범도민국악발전위원회’를 구성해 국악원 운영 전반을 검토해 새로운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악단원들과 지역 내 많은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국악단원을 전원 해고한 뒤 범도민국악발전위원회를 만든다는 것이 앞뒤가 맞는 이야기냐”며 도의 일방적인 해촉 결정을 비난하고 있다.

국악단원 전원 해고라는 초유의 사태를 두고 문화예술계와 전라북도가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풀려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두현 본지 전북통신원·전북시민운동연합 정책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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