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06월 2005-06-01   820

무사고(無事故) 국회만으로 만족하기 어렵다

4월 임시국회 다시 보기

재·보궐 선거 때마다 정당에서 주요 당직을 맡은 의원이나 스타 의원들이 의정활동보다 선거지원에 총력을 기울여왔던 관행은 4월 국회에서도 되풀이되었다.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중요한 안건이 상정돼 있는 국회 상임위가 소속 의원들의 재·보선 지원활동에 따른 정족수 부족으로 회의를 열지 못한 반면에 재·보선 지역에는 십 수 명의 의원들이 몰려 본말이 전도된 풍경이 빚어졌다.

당직자들, 재보선 지원 치중 상임위 결석 밥 먹듯

4월 국회의 상임위 출석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의원의 평균 상임위 출석률은 79%였으나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의 주요 당직자의 상임위 출석률은 55%로 평균에 한참 못 미쳤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국방위 회의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고, 정세균 원내대표와 염동연 선거대책위원장은 가까스로 절반만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3차례 열린 국방위 회의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고, 강재섭 원내대표는 4번의 과학기술정보통신위 회의에 단 한번 출석했으며, 김무성 사무총장은 5번의 정무위 회의에 출석하지 않았다. 새천년민주당 한화갑 대표 역시 과학기술정보통신위 회의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5당 원내대표 회담 정례화 평가할 만

4월 임시국회는 한마디로 ‘사고는 없는 국회’였다. 특히 열린우리당 정세균·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가 5당 원내대표 회담을 정례화해 교섭단체 중심의 국회 운영을 극복하려고 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두 당은 입법 과정에서 교섭단체 간의 합의처리를 내세워 상임위를 무력하게 만들었고, 소수 정당이나 반대 입장을 가진 의원을 배제하는 등 5당 원내대표 회담 정례화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국회개혁특위는 4월 28일 국회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국회운영의 합리화와 투명성 강화, 국회의원 윤리강화 방안 등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들었다. 이 날 공청회를 통해 국회개혁을 둘러싼 쟁점과 개혁과제 대부분이 드러났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이윤성 위원장과 양당 간사는 입법 추진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4월 국회를 마감하고 말았다. 6월로 활동시한이 마감되는 국회개혁특위가 과연 기간 안에 국회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생색만 내다 만 투명사회법안

4월 26일 국회 본회의는 백지신탁제도 도입을 뼈대로 하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했다. 이번에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은 백지신탁의 대상을 재산공개대상자로 한정하고, 업무연관성이 있는 주식만 백지신탁 하도록 해 입법취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된다.

5월 2일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는 정부가 제출한 부패방지법 개정안에 대해 공직부패수사처 설립 근거 조항은 제외하고, 공익제보자 보호 강화 부분만 심의하여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이 또한 공익제보자의 보호 범위를 확대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지만 공익제보자의 실질적 보호에는 한참 모자라는 법안이다. 공직부패수사처 설치법은 정당 간의 정치공방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고, 불법정치자금 환수법과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은 6월 국회로 넘어갔다.

각 정당은 투명사회법안 및 반부패 입법안 처리 약속을 어기고 생색만 내다 만 셈이다.

6월 국회에 거는 기대

4월 국회는 지난 정기국회와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넘겨받은 쟁점법안을 교섭단체 간의 합의로 처리했다. 여당의 입장 선회로 과거청산 취지가 크게 훼손되었지만 시민사회의 오랜 염원이었던 과거청산법이 제정되었다. 국가보안법 폐지안도 법사위에 상정됐다.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돼 백지신탁제도가 도입됐다. 수사권의 남용을 막고 사생활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통신비밀보호법도 개정됐다. 특히 비정규법 개정을 위해 국회 안에 노사정 대화를 위한 기구를 만들고 논의를 진행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 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재·보선 지원활동으로 재경위 금융법안심사소위와 정무위 회의가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서 ‘한화의 대한생명인수 특별감사청구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공직부패수사처 설치법 제정과 관련해 각 정당이 정략적 판단과 정치적 고려만 앞세우느라 핵심을 벗어난 공방만 벌이다 만 것은 두고두고 지적 받을 만한 일이다.

5당 원내대표 회담을 정례화하고 국회운영에 있어 양보와 상생의 원칙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나 4월 국회가 큰 탈 없이 끝났다고 해서 국회가 개선되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4월 임시회를 무사고 국회로 이끈 정당들이 6월 국회에서 미뤄둔 수많은 쟁점법안들을 어떻게 처리해 나갈지 지켜볼 것이다.

4월 임시국회에서 유권자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의원은 누구?

회기 중에 해외 장기 체류한 김형오 의원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은 3월 2일부터 두 달 동안 스탠퍼드대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미국에 머물면서 4월 임시국회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연구 목적이라고 항변하지만 국회의원이 회기 중에 국회를 비우고 해외에 장기 체류한 것이 적절한 행동이었는지 따져볼 일이다.

이광재 의원 철도청 유전개발 연루 의혹

4월 임시국회 기간 동안 감사원은 철도청 유전개발 의혹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고, 검찰수사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의 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검찰수사가 초기 단계이고, 이 의원 스스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유전개발 의혹 사건이 권력형 비리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검찰수사 결과를 주시할 것이다.

안영근 의원, 정치자금 수수 정치인 사면 요구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은 4월 14일 대정부 질문에서 법무부 장관에게 “대선자금 수수 정치인들은 개인적인 의도 없이 맡은 역할을 하다가 선거과정 상의 모든 책임을 지고 옥살이를 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의향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는 교육, 사회, 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며, 정치인의 부패 행위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드러낸 것이다.

이지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팀장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