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06월 2005-06-01   1129

“좋은 벗과 함께라면 부러울 게 없어요”

강원도 주문진 신일선 회원

바다가 훤히 보이는 주문진항 옆에서 젓갈가게를 하는 신일선(46세) 회원. 만나자마자 횟집으로 데려가 바다 냄새 물씬한 회부터 맛보게 하고, 바다를 보고 싶은 도시 사람의 마음을 알아차리곤 찻집이 아닌 호젓한 바닷가로 이끈다. 주문진항과 바로 붙어있는 우암진항, 아들바위라고도 불리는 그곳은 평평하고 널찍한 바위에 걸터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에 알맞았다.

행복은 마음에 있어요

15년 넘게 떠나있던 고향인 주문진으로 5년 전 돌아온 그는 지금의 생활에 대단히 만족해했다. 편리와 풍요를 얻는 대신 여유와 행복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현대인들의 귀가 솔깃해지도록 말이다.

“행복의 척도는 돈과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에 만족하는 내 마음에 있는 것입니다. 제 생활 신조가 여여즉여(如如則如)입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부처이다. 매 순간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데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죠.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마음을 비우면 편하고 만족스럽습니다. 요즘 이혼율이 높은 것도 배우자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기 때문이라고 봐요. 배우자가 힘들어할 때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면 내가 노력할 수 있는 겁니다. 애들보고만 공부하라고 들볶지 정작 어른들은 부부의 행복, 가족의 행복을 위해 노력을 안 한다는 거죠. 모든 문제의 시작과 해결점은 자기 자신에게 있는 겁니다.”

백 번 공감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하지만 그는 묵묵히 자기 마음을 닦고 있었다. 젊은 시절 종교생활에 깊이 빠졌던 경험이 ‘버리고 사는 삶’의 중요성과 풍요로운 정신세계에 대한 욕구를 키워줬다고 한다. 또 하나 그에게 힘을 주는 동력원이 있었다. 그를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는 벗들과의 만남이다.

“사람들이 강원도의 산과 바다를 보면 맑고 깨끗해서 좋아하잖아요? 맑고 깨끗한 동해바다처럼 사람의 마음이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전 지금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요. 맑은 사람들을 보면서 제가 위로를 받는 것이죠.”

그리고는 지난달 남도 지역을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에 대해 말해준다.

“처음 만난 친구는 함양에 사는 산 좋아하는 사람인데, 지금은 노조활동을 하고 있어요. 두 번째는 한학과 약초에 해박한 분으로 만나면 바라보면서 웃기만 해 볼 때마다 바다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천에서 도예가 부부를 만났고 지리산에서 글 쓰는 친구를 본 뒤 서예 하는 분을 만나고 돌아왔지요. 한결같이 맑고 깨끗한 사람들입니다. 재물과는 거리를 두고 자기의 삶을 살 줄 아는 용기와 지혜를 가진 사람들이죠. 난 꿈만 꾸고 있는데, 실제로 그렇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맑아지려고 노력하게 돼요. 제 길을 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거죠. 생전에 진정한 벗이 한 명만 있어도 훌륭한 삶을 살았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벗이 많으니까 대통령도 부럽지 않아요.”

마음의 기쁨을 밖에서만 찾는 요즘 같은 시대에 남다른 인생관을 가진 그. 가게를 운영하면서 평소엔 휴일도 없이 일하지만 한 달에 한 번은 친구를 만나러 훌쩍 떠나는 것이 중요한 일상이 된지도 3년이 넘었다고 한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세상을 바라며

그는 친구들과 만나면서 음악에도 흠뻑 빠졌다. 주문진에 와서 사귄 화가 친구를 통해 음악을 알게 된 지 3년째이다.

“친구가 음악을 권해주고, 좋은 음반을 빌려주었어요.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이젠 저도 조금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됐어요. 주로 월드뮤직, 포크뮤직, 사이키델릭 류의 음악을 듣는데 구하기 힘든 음반을 7만 곡 정도 소장하고 있어요. 음악이 좋아 자꾸 듣다보니까 귀도 열리고 음악인과의 교류도 생기더라고요. 올해도 홍천에서 몇몇 음악인이 벌이는 모임에 초대받았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자리가 될 거예요.”

자유로운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풍류와 나눔의 모임이 잦았다. 얼마 전엔 평창의 한치분교에 다녀왔다고 했다.

“평창 미탄의 한치분교를 빌린 동화 그리는 친구가 동네사람들을 위해 벌인 잔치에 갔다 왔어요. 노래든 춤이든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하면서 즐기는 자리였어요.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세상이어야 하는데, 도시는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세상이 됐잖아요? 이쪽 친구들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입니다. 마음으로 교감하는 사람들을 모두 가족으로 여기고 나이 차이를 떠나 친구가 됩니다.”

후원하는 단체를 알고 싶어 참석한 신입회원한마당

신일선 회원이 참여연대를 후원한 건 2001년부터다. 회원들의 순수회비로만 운영되며 재정이 투명하게 운영되는 것이 마음에 들어 후원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참여연대 외에도 해외빈민아동후원기구와 지리산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도 꾸준히 돕고 있다. 참여연대에 가입한 해 참여연대를 방문하기 위해 일부러 서울까지 오기도 했다.

“신입회원한마당에 참석했어요. 제가 회원이 됐으니까 그 단체에 대해 조금은 알아야 된다는 생각에서 참석한 것이죠. 아무것도 모르면서 돈만 후원하는 회원으로 끝나기 싫어서 제 딴엔 조금이라도 열정을 보인다고 간 겁니다. 가서는 만족했고, 밤늦게까지 간사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회원으로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돌아왔어요.”

그 뒤로도 서너 번 사무실에 왔던 그다. 1년에 한 번은 찾아가 보아야지 생각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안 된다며 머쓱해하는 그에게서 참여연대에 대한 진한 애정이 느껴졌다.

“지방 회원들은 교류가 별로 없어요. 지역모임이 있으면 서로 교류하면서 참여연대도 홍보하고, 뜻은 있어도 실천을 못하는 이웃들에게 방향도 제시해줄 수 있는데 지역모임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그래서 참여연대를 방문했을 때 제안했었어요. 어서 지역모임이 생겨났으면 좋겠어요.”

그는 참여연대가 드러나는 이슈에 치중하지 말고 서민들에게 필요한 활동, 예를 들어 국민연금, 의료보험, 독거노인 재가복지 등 소외 받는 이웃들에게 힘을 주는 활동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욕심을 버리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바다를 닮아 있었다. 좋은 벗과 어울리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그가 진짜 부자로 보였다.

글·사진 정지인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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