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10월 2008-09-01   1080

이슈_정언유착 수구복합체 완성 위한 언론관계법 손질

정언유착 수구복합체 완성 위한

언론관계법 손질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mottoqq@hanmail.net

어떤 정치권력도 언론을 탐내지 않은 적은 없었다. 국민들의 지지가 떨어지는 정부일수록 언론장악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우리사회 민주주의가 일천했던 시대에 정치권력은 언론, 특히 방송을 공적영역과 중립적 지대에 두지 않았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 대투쟁 이후 방송은 부족하나마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유효한 도구로서 기능하기 시작했다.

한편 정권을 잃고 두 번이나 실지회복에 실패했던 한나라당은 그들의 잘못을 고치기보다는 방송언론의 목을 죄는 것으로 권력회복을 노리게 되었다. 신자유주의 부작용을 노무현 정부와 개혁세력의 무능으로 연결하는 데 성공한 대가로 권력을 탈환한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과거 군사 독재정권의 언론 정책을 답습하려고 한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행보는 그의 후보시절 공약, 그리고 변함없는 한나라당의 미디어정책에 잘 나타나 있다. 대운하 건설, 공기업 민영화 등의 공약은 변형, 우회 작전을 쓰고 있지만 언론, 미디어관련 공약은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 착착 진행 중이다.

이명박 후보의 공약집에 나와 있는 언론정책 공약은 국정홍보처와 한국정책방송(KTV) 폐지,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에 따른 기자실 원상회복, 신문법 폐지다. 노무현 정부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된 국정홍보처는 잠시 폐지했다가 청와대 홍보수석실을 신설하면서 부활되었고 KTV는 폐지를 검토하더니 유효한 정권 홍보도구임을 인식하자 공약을 거둬들였다. 이로써 신문법과 두 번의 대선 패배 원흉으로 지목한 지상파방송을 통제할 법령 제·개정만 남겨두게 되었으며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한 가운데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대로 민주화 20년과 방송독립의 역사는 위기에 빠져 있다.


  

방송에 대한 한나라당의 한(恨)

한나라당의 방송에 대한 집착은 거의 병적이다. 방송을 정권과 함께 하는 홍보기구쯤으로 낮추어보다 대선에서 연거푸 패한 것이 방송장악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계기가 되었다. 한나라당은 두 번의 대선 패배가 KBS, MBC 등 지상파 방송의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비리의혹 보도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들에게 KBS, MBC는 집권을 위해 반드시 손을 봐야 할 대상이었고 이는 2003년 족벌신문과 지상파 방송기자 출신으로 구성된 한나라당 언론대책특별위원회(언론특위)로 나타났다.

언론특위는 KBS 2TV와 MBC 민영화, 신문과 (지상파 TV)방송의 교차소유 및 겸영 허용, TV 수신료 폐지(이후 전기요금과 분리징수로 변경) 등 지상파를 위협하는 언론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교하지도, 합당하지도 못한 언론특위의 주장은 집권당도 아니고 의회  다수의석도 차지하지 못한 그들만의 주장에 불과했다. 하지만 방송에 대한 한나라당의 집착은 1년 후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언론특위를 언론발전특별위원회(위원장 정병국)로 개명하고 2004년 11월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 언론분쟁의 중재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국가기간방송에 관한 법률(국방법)의 제·개정 추진을  발표하고 국회에 법률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논란 속에서 17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되었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한나라당이 18대 국회 절대 다수의석을 확보하면서 이들 언론관계법은 무덤에서 걸어 나왔고 이번 9월 정기 국회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 독점 위해 신문 방송 겸영 허용하는 신문법

정부와 한나라당은 8월 13일 국회에서 나경원 제6정책조정위원장과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실무회의를 열어 신문법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확정하고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장으로 내정된 고흥길 의원도 신문법 개정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의 신문법 개정안은 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언론재단 등 신문지원 관련 4대기구의 통폐합, 신문방송 교차소유 및 겸영 허용, 신문 산업의 지배적 사업자 추정 조항 삭제 등이 포함되어 있다. 5년 전 발의한 개정안과 거의 동일하며 인터넷 뉴스 포털을 언론에 포함시켜 포털에 게재된 기사로 피해를 본 경우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포털을 사실상 언론으로 규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 신문법 개정안의 핵심은 신문과 방송의 겸영 허용이다. 신문 산업의 활성화 등을 이유로 들지만 대선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운 조선, 중아, 동아 등 수구족벌 신문에 보도가 포함된 방송을 허용하여 정치적 의제 설정과 여론을 지배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 하나 신문발전위원회와 신문유통원을 폐지하여 조중동을 제외한 군소 신문사에 대한 국가 지원을 폐지하고 신문 배달망의 조중동 독점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나라당의 기관지로서 조중동 수구 신문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보장하고 이들을 통해 장기집권을 꾀하려는 정언유착 수구복합체의 완성이 그 목적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대기업의 방송 진출 허용하는 방송법

이명박 정부의 모든 정책은 규제완화, 효율, 경쟁을 강조하는 시장화로 대변된다. 방송 역시 이것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예견되는 방송법 개정은 역시 신문방송 겸영금지 조항 폐지와 한국방송공사법과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국가기간방송법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신문방송 겸영 허용 효과는 신문 여론시장의 지배자인 조중동의 영향력을 최대화할 것이다. 그러나 여론독점에 대한 시민사회와 언론노동계의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꼼수를 쓴다면 우회적으로 방송의 산업화 정책을 내밀 수 있다. 반발을 줄이면서 경제 살리기, 성장동력 확보로 위장하여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는 IPTV(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법 시행령 제정과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에 들어 있는 것처럼 지상파와 보도·종합편성채널 사업 진출이 금지되는 대기업 기준의 대폭 완화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미 IPTV법 시행령을 제정하면서 IPTV 소유금지 대기업 기준을 자산규모 10조 원 이상으로 정해 재벌급 대기업들에게 방송 진출의 길을 터주었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도 10조 원을 기준으로 입법 예고했고 곧 개정할 태세다.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수입 부실 협상으로 인한 촛불항쟁과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건설을 비판하는 방송을 보면서 이명박 정부는 정권에 비협조적인 지상파를 대체할 대안방송을 찾고 있는 것이다. 조중동과 대기업이 소유하는 보도 전문채널이나 종합편성채널이라면 지상파의 대체제로서 손색이 없다. 케이블과 위성방송에 자동으로 송출되는 보도, 종합편성채널은 우리나라 전체가구의 85%가 시청한다. 소유금지 기준을 완화하면 이런 종류의 방송을 소유, 경영할 수 있는 대기업은 20개에서 60개 정도로 늘어난다. 긴 말이 필요 없다. 대기업은 반드시 정치권력과 결탁하게 되어 있다.

KBS, EBS 장악과 MBC 민영화를 위한 국가기간방송법

이명박 대통령이 정연주 KBS 사장을 불법적으로 강제 해임한 것은 KBS에 대한 원한이 얼마나 깊은지, 공영방송 KBS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잘 알려주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실체 없는 ‘경제 살리기’로 현혹해 정권을 잡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의 실상이 지상파 방송을 통해서 집권 두 달 만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졸속 협상에 대한 비판이 방송화면을 채우면서 이 정권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급기야 이명박의 전천후 요격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김금수 전 KBS 이사장에게 ‘미국산 쇠고기 파문 확산과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 하락이 방송 때문이며, 조기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연주 사장 때문’이라며 압력을 가했다.

결국 온갖 무리수를 두며 새 사장 선임에 성공하겠지만 앞으로 한나라당은 이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2003년 한나라당이 발의한 언론관계법 중 국가기간 방송에 관한 법률을 18대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면 굳이 손에 피를 묻힐 필요도 없다. 국가기간방송법의 주요 내용은 첫째, 방송법에서 한국방송공사법을 분리하여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과 단일법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둘째, KBS 지배구조를 변경해 이사회를 폐지하고 영국 BBC와 같은 경영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다. 경영위원회는 국회의장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9인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사장과 부사장, 감사의 임명과 해임권을 갖게 한다. 셋째,  KBS의 주 재원은 수신료로 하고, 광고가 전체 예산의 2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며, 수신료 액수 결정 및 KBS, EBS 예산 결산을 국회의 승인을 얻어 확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가기간방송법은 공영방송을 수신료 등 공적 재원으로 운영되는 방송으로 정의함으로써 광고를 재원으로 하고 있는 MBC를 자동으로 공영방송에서 제외시킨다. 제한된 수신료를 재원으로 현재 규모의 KBS, EBS, 아리랑국제방송, MBC를 함께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가기간방송법에 명시하지 않았을 뿐, 이 법이 통과되면 MBC의 민영화는 당연히 진행될 수밖에 없다. MBC는 존재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KBS의 지배구조도 획기적으로 변경된다.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경영위원회는 사장의 본부장 임명에 대한 승인권도 갖게 한다. 방송 제작자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 사장을 국회가 추천한 위원들이 임면하게 하는 것은 정권교체 때마다 KBS 사장의 거취가 문제가 되던 것이 국회의원 선거결과에 따라 바뀌게 되는 것을 뜻할 뿐이다.

KBS와 EBS에 대한 예산과 결산의 국회 승인은 국가기간방송법의 핵심이다. 이로써 한나라당은 완벽하게 KBS를 통제할 수 있고 집권 연장은 보다 손쉬워질 것이다. 완벽한 방송통제와 권력유지의 선순환 구도를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의 재원이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일지라도 예결산 승인권을 국회가 갖겠다는 것은 국회가 방송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의회에 예결산 승인권을 부여한 일본의 NHK는 이런 우려가 사실임을 증명한다. 자민당은 종군위안부를 다룬 NHK 다큐멘터리를 방영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NHK 경영진은 의원들을 상대로 예산통과를 위한 로비에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예산 통제권이 정치권에 있다는 것은 방송내용에 대한 사전 검열이고 방송의 정치권력 예속을 뜻한다.

  

반대여론 봉쇄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

지난 8월 8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본인 확인제 확대 적용, 게시물의 임시삭제 조치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사업자에 대한 광범위한 사적 검열의무 부과로 요약할 수 있다.

현 시행령은 포털과 UCC 사이트의 경우 전년 말 기준 3개월 일일평균 이용자 수 30만 명 이상, 인터넷 언론은 20만 명 이상을 본인확인제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개정안은  모두 동일하게 10만 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했다. 본인확인제 적용 대상이 37개(포털 16개, UCC 6개, 인터넷 언론 15개) 사이트에서 무려 268개 사이트로 늘어났다. 인터넷 전체 이용자 수의 74.5%까지 해당되는 것으로 시행령 개정으로 인터넷 전반에 본인 확인제가 확대 적용되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인터넷 통제가 확대되는 것이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사업자(서비스제공사업자)에게는 음란물, 명예훼손정보 등 불법 정보유통에 의한 이용자 보호 조치로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였다. 불법정보 유통차단을 핑계로 서비스제공사업자에게 사적 검열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서비스제공사업자는 불법정보 유통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이용자의 게시물을 임의로, 더욱 폭넓게 삭제하게 될 것이다. 법적 전문성과 사법적 권한도 없는 사업자에게 인터넷 사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도록 한 것이다.

또 게시물 삭제 등의 요구가 있을 경우, 서비스제공사업자는 지체 없이 삭제 또는 임시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처벌조항이 없으면 서비스사업자가 의무조치를 행하지 않아 피해가 확산된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서비스사업자에게 무조건 삭제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용될 수 있다.

정권의 실정에 대한 인터넷 게시판의 비판적 댓글, 그리고 촛불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히스테리 증상이 시행령 개정안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헌법재판소는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안 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 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 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고 했으며 “인터넷은 공중파 방송과 달리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라고 규정했다. 이명박 정부가 이런 헌재의 판결을 부정하면서 인터넷을 통제하는 목적은 표현의 자유를 박탈하고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것이다.

  

시민사회, 언론개혁 대안 마련해 공세 취해야

이명박 정권 여섯 달은 ‘언론장악 저지’라는 구호를 대중적으로 확산시켰다. 이들의 언론정책은 우리 사회의 미디어구조를 개조하여 비판정보 차단, 정부주도 의제 설정, 반대여론 확산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전통적인 신문과 방송뿐 아니라 IPTV 같은 뉴미디어와 인터넷 포털까지 여론형성과 관계된 모든 미디어를 망라하고 있다. 수구족벌신문, 재벌 대기업, 한나라당의 3각 수구복합체의 완벽한 대한민국 지배체제 구축이 그 목적이다. 시민사회가 이를 방치할 경우, 국회와 지방자치단체를 독점한 한나라당의 계획은 무조건 성공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으로 언론의 산업적 성격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잘못된 정책이 일단 법제로 굳어지면 온갖 이해관계가 뒤얽혀 수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한 마디로 대재앙이다.

이명박 정부를 평가할 선거는 2년 후에나 있다. 언론장악저지 구호만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언론개혁에 대한 의제를 선점하고 공세를 취해야 한다. 정부와 한나라당, 수구세력의 음모를 깨뜨릴 대안을 먼저 제시하는 법제 투쟁이 필요하다. 방송과 신문, 통신에 관한 모든 법제를 국민의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비록 야당이 중과부적이고 정권을 심판할 정치적 기회는 멀리 있지만 시민사회가 지난 20년 동안 언론독립과 자유를 위해 보여준 헌신과 열정에 다시 불을 붙여야 한다. 해는 지고 갈 길이 멀면 뛰어서라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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